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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비빔밥에 아이스크림까지…K-푸드가 멕시코로 날아간 이유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30 10:45

K-콘텐츠 타고 1.3억 멕시코시장 정조준
한인 마트 넘어 현지 주류 유통망 안착

농심·CJ제일제당·빙그레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K-콘텐츠 인기를 발판으로 멕시코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농심·CJ제일제당·빙그레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K-콘텐츠 인기를 발판으로 멕시코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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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농심과 빙그레, CJ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멕시코로 날아가 글로벌 개척에 나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K-콘텐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자,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으로 또 하나의 성장동력을 찾는 모습이다.

매운맛·K-콘텐츠 통했다…수치로 증명된 멕시코 시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멕시코시티 월드트레이드센터 국제전시컨벤션센터(CIEC WTC)에서 열린 ‘2026 K-엑스포 멕시코’에 참가, 제품 홍보와 함께 유통업체들과 판촉 협의를 진행했다.

국내 식품업계가 중남미 국가 중 멕시코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시장 규모와 지리적 이점, 식문화적 유사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는 약 1억3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중남미 최대 소비시장 중 하나로, 10~29세 인구가 전체의 약 33%를 차지할 만큼 젊은 소비층이 두텁다. 특히 고추와 매운 양념을 즐겨 먹는 멕시코 고유의 식문화는 한국의 식문화와 유사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북미 생산·물류 인프라와의 연계가 쉽고, 남미 대륙 진출을 위한 관문 역할을 한다는 지리적 강점도 갖췄다.

매운맛에 익숙한 현지 식문화에 K-콘텐츠의 인기가 더해진 점도 주효했다. 글로벌 데이터 기관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멕시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K-팝과 K-드라마가 현지에서 유명하거나 인기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67%, 66%를 차지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을 타고 K-푸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선봉장 역할을 한 대표 품목은 단연 라면이다. 농식품수출정보에 의하면 대(對) 멕시코 라면 수출액은 2020년 268만3000달러(약 36억 원)에서 지난해 2406만9800달러(약 326억 원)로 5년 새 79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출량 역시 1042.3t에서 5443.9t으로 422% 늘었다.

성장세는 올해 들어 한층 더 가팔라졌다. 올해 1~7월 멕시코로 간 라면 수출액은 3329만1000달러(약 45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6.0% 증가, 불과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38.3% 넘어섰다. 수출량 또한 7132.7t으로 200.4% 늘며 지난해 연간 물량을 31.0% 웃돌았다. 라면뿐 아니라 지난 8월 기준 한국 수산식품 수출액 중에서도 멕시코 비중이 21%를 기록하는 등 김과 해조류, 가공식품 전반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신라면’의 힘…현지 유통망 뚫어낸 농심

K-푸드의 성장세가 수치로 입증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략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곳은 농심이다. 이번 엑스포에 국내 라면 기업 중 유일하게 참가한 농심은 ‘신라면’ 브랜드 고유의 세계관을 담은 ‘신버스’ 부스를 꾸리고 글로벌 앰배서더인 아이돌 그룹 에스파를 활용한 포토존을 부스 전·측면에 전면 배치해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부스 전면 시식존에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멕시코 현지인들에게도 친숙해진 한강라면 조리기를 설치했다.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갓 끓인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의 맛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K-콘텐츠에서 보던 식문화를 실제 미각적 경험으로 연결하는 세밀한 마케팅을 펼쳤다.

회사는 단순 부스 운영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성과를 냈다. 멕시코 내 17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유통사 ‘샘스클럽’과 신라면 큰사발 및 신라면 툼바 큰사발 제품의 연내 입점을 확정 짓고 내년 초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멕시코 대형 유통체인인 ‘소리아나’와는 오는 11월 멕시코의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최대 쇼핑 시즌 ‘부엔 핀’에 맞춰 농심 전용 매대를 운영하고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내년 초에는 신규 제품인 ‘신라면 로제’ 입점과 함께 대규모 론칭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이후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볶음면 라인업까지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조용철 농심 대표는 “신라면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K-컬처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 핵심 시장의 유통채널을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해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리고, 매출 7조3000억 원과 영업이익률 10%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이어 빙그레도…멕시코 사로잡은 비비고·메로나

CJ제일제당 역시 자사의 글로벌 대표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현지 젊은층과의 접점을 늘렸다. 단순한 제품 나열식 전시에서 벗어나, 비비고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인 ‘알파드라이브원’의 IP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와 테마존을 구축해 현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시식 전략 또한 현지화에 방점을 찍었다. 햇반(현지 제품명 bibigo Sticky White Rice)에 비비고 고추장 소스(bibigo Hot & Sweet Gochujang Sauce)를 드리즐 형태로 곁들여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매콤한 소스를 즐기는 멕시코인들의 입맛을 저격했다는 평가다.

K-푸드의 멕시코 진출 러시는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빙그레는 K-엑스포 멕시코 행사 기간 진행된 현지 유통 업체와의 릴레이 미팅을 통해 오는 11월 소리아나에 자사 대표 빙과 제품인 ‘메로나’를 입점시키기로 했다.

지난 5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국제 식품박람회 ‘엑스포 안타드 2026’ 참가에 이어 현지 마케팅을 전개해 온 결과다. 빙그레는 현재 소리아나와 HEB 등 현지 대형 유통채널에서 바나나맛우유를 판매 중인 가운데, 이번 메로나 입점을 교두보 삼아 붕어싸만코 등 K-아이스크림 라인업 전반을 현지 메인스트림 유통망에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멕시코 내 K-푸드 소비가 한인 마트나 아시안 마켓 위주였다면, 이제는 현지 주류 대형 유통채널의 메인 매대로 직접 진입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 재구매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대형 채널을 발판 삼아 입점 품목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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