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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쟁, 그 먹구름이 몰려온다 (2) 미·중 환율전쟁에 국내 주식시장 불안도 지속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8-28 16:44

환율 전쟁, 그 먹구름이 몰려온다 (2) 미·중 환율전쟁에 국내 주식시장 불안도 지속이미지 확대보기
[WM국 김민정 기자] 가뜩이나 얼어붙은 국내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되레 꼬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매일매일 환율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미 불안한 증시에 또다시 김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미 과거 한번 환율로 인한 위기를 겪어본 한국 시장으로선 환율 전쟁으로 인한 아픈 역사를 반복할까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2012년 여름, 대한민국에 펼쳐진 환율 악몽

2010년 중반부터 2012년 초까지, 대한민국은 금융 위기를 가장 빠르고 모범적으로 탈출한 나라로 전 세계 투자자의 찬사를 받았다.

한국 기업은 약진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갔고, 2011년 4월 코스피(KOSPI)는 미국의 S&P500보다 2년이 나 먼저 금융 위기 이전 고점을 뚫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가장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꼽혔다.

그러나 2012년 여름 이후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해 6월 그리스 사태(Grexit)를 전후로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충격이 될 것이다”라는 당시 고위 당국자의 이례적 발언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대기업은 즉시 하반기에 계획하고 있던 고용, 투자, 구매 계획을 취소하며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 계획을 가리키는 말)에 돌입했다.

그렇게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정부는 재정 흑자 기조를, 기업은 현금 확보를 추구했고, 가계는 부채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한국 경제는 멈춰 섰다.

반면 같은 시기에 선진국은 모두 대규모 양적 완화 등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며 우리를 추월했다. 2012년 9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나란히 3차 양적 완화(QE3)와 무제한 국채 매입(OMT)을 발표했고, 12월 일본중앙은행(BOJ)은 대규모 추가 양적 완화(QQE)를 결정했다.

엔화를 시작으로 이때부터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이 시작됐으며, 이후 소위 ‘환율 전쟁’으로 확산됐다. 환율 전쟁은 통화정책과 재정 정책 카드를 다 써버린 주요국이,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다른 나라의 내수를 빼앗아오기 위한 경쟁이다.

2012년 7월 이후 한국은행도 1년 동안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그러나 매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뉘앙스를 반복하면서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2012년 상반기까지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환율 전쟁 이후 6년 반, 뚜렷해진 명과 암

환율 전쟁이 본격화한 지 6년 반이 흘렀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달러 대비 통화 가치 변화율을 살펴보면 명암은 뚜렷하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에 21%나 급등했다.

미국 경제는 성장하는 혁신 기술 기업을 다수 보유한 데다 셰일 혁명 덕에 이제는 석유마저 수출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영향이다. 원(KRW)은 6년 동안 달러 대비로는 4%가 약해졌지만, 상대 가치 측면에서는 전 세계의 주요 24개국 통화 중에서 가장 강한 통화가 되어버렸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로 나가는 제품의 가격은 통화 가치가 벌어진 만큼 비싸졌다는 얘기다.

반도체처럼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비싸도 팔리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그동안 가격으로 경쟁하던 우리나라 다수 산업의 경쟁력은 상당 부분 크게 훼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시장의 부진도 깊어지고 있다. 2013년 이후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 주식은 각각 80%, 25%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5% 상승으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앞서 언급한 24개 주요국 중 멕시코,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부진하다.

2018년 하반기에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이 컸다. 그럼에도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강했다.

한국의 펀더멘털은 둔화하는데, 상대적 원화 가치는 강하게 유지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이 더 커진 셈이다.

환율 전쟁, 그 먹구름이 몰려온다 (2) 미·중 환율전쟁에 국내 주식시장 불안도 지속
원화 약세 이어질 듯… ‘증시 변동성은 여전히 大’

일반적으로 한국 등 신흥 시장 주식은 달러가 약세일 때 강세를 보였다. 미국 등 글로벌 경제가 좋을 때 미국의 유동성이 기대수익률이 더 높은 신흥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원화와 신흥 시장 통화 가치가 강해지고 주가는 상승하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 증시 상승 패턴이었다.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은 늘 원화 강세와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원화 강세가 별로 반갑지 않다. 한국 경제가 내부적인 성장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그러잖아도 약해진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더 누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럴 때는 원화 약세가 우리의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회복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중순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미국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자신의 정책에 위협이 된다면서 참모들에게 달러 약세를 만들어낼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연준의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유로존,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도 여차하면 동반 통화 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는 가운데, 7월 18일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린 지 8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위안화와의 동조흐름도 원·달러 환율이 들썩이는 이유 중 하나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 가치에 따라 가격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원화 가치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 이슈가 장기화 되는 한 원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오는 10월에 있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아르헨티나 대선 등 외부 요건을 감안하면 환율은 1,23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전된 상황에서 한일 경제전쟁이 불투명하고 무엇보다 그간 국내 증시를 이끌어 온 반도체·정유·화학·자동차 등 대부분 종목들이 수출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 미·중 환율 전쟁의 발발은 국내 증시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증시가 FOMC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겠지만,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및 위안화 약세 영향은 클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완화되고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 국내 기업의 자구화 노력이 성과를 낸다면 원화 강세로 인한 외국인 투자도 기대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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