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확대·고객개척 수요 대비 예비군층 ‘더 두텁게’
국내 은행이 프라이빗뱅킹을 도입한 지 10년째인 2004년 은행들의 격전이 강북과 지방으로 번지고 강도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강상백 부원장보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통과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이 PB분야 승부수를 띄울 때가 됐다”며 “한국 시장 특성과 문화에 적합한 한국형 PB의 틀도 머지 않아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닌 게 아니라 은행들마다 비책을 마련해 놓았다.
한국금융신문은 지난 송년호와 이번신년호 두 차례에 걸쳐 특집으로 ‘2004, PB 대격돌의 해가 밝는다’를 다룬다.
〈편집자〉
프라이빗 뱅킹 시장의 최전선에서 뛰는 간부들은 일제히 “상품개발도 중요하지만 프라이빗 뱅커(이하 PB)인력의 질이 서비스와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형성에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은행마다 직원 능력과 자질 양성에 쏟아 붓는 열정도 대단하다.
국내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난 2002년 이 사업에 너 나 없이 뛰어들 때는 미리 진출해 있던 씨티은행 등의 외부 인력을 수혈받아 진용을 꾸린 곳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목표 수행의 최적임자는 자기 은행 영업기반과 문화를 가장 잘 아는 자기 은행 사람이라는 사실이 재인식되면서 내부에서 꾸준히 그리고 치열하게 인력을 확충하고 나섰다.
■ 순혈주의의 맥을 잇는다-신한·하나은행
초기부터 ‘순혈주의’를 고수해 온 신한은행은 새해 초에 ‘2기 예비PB’를 가려낼 계획이다.
이 은행 예비PB 선발과정은 지원자 모집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10대1의 경쟁률 속에 모두 9명이 선발돼 자체 연수와 외부 연수를 병행한 뒤 모든 업무에서 손을 뗀 채 지난 7, 8월 고급자산관리자 과정을 거쳤다. 이 가운데 지난 가을 이후 주니어PB로 2명, PB로는 1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전문자격증이 있고 고객과의 장기관계 형성에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지원자가 선택됐다고 한다.
이 은행 PB센터 김태완 팀장은 “PB 한사람 담당 고객이 60명을 넘지 않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에 예비PB 육성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주니어PB가 되면 PB들과 1대1 관계 속에 실무능력을 고스란히 전수받는다.
신한은행은 소수정예 원칙 아래 올해도 10명 안팎의 예비PB 희망자를 모집한다.
하나은행도 법률, 세무, 부동산 등 뱅커들에겐 낯선 분야의 전문가는 영입할 지 몰라도 PB는 행내에서 육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면접을 거쳐 선택된 예비PB들은 특강 또는 부정기 세미나, 연수기관 파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한다. 예비PB는 현재 쉰명을 헤아린다.
나아가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해마다 한번씩 실무경력자 PB고급화 과정을 열어 역량 극대화를 꾀할 예정이다.
■ 인력 풀의 두터움이 자랑-우리·한미은행
우리은행은 지난 11월 PB전문인력 양성 로드맵을 완성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높은 단계부터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시니어PB), PB, SP, ASP 등의 단계별 교육이 진행된다.
이 은행 안창학 부부장은 “아웃소싱도 하고 강사초빙 교육도 하며 ASP나 SP는 이미 수를 헤아리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많이 배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AFPK자격증을 지닌 사람이 496명이고 CFP 자격 소지자도 50명을 헤아리기 때문에 인력 풀에선 남부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모든 PB들이 CFP자격을 지니는 수준을 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은 PB로 쓸 재목의 층이 적어도 현재 현장을 누비는 PB의 2~3배는 된다는 점이 자랑이다. 현재 뛰고 있는 PB는 120여명이라니 인력 풀을 짐작할만 하다.
주니어마스터와 시니어마스터 두 등급을 두고 기초, 스킬, 전문 세가지 과정별 교육을 꾸준히 펼쳐왔고 자격증 취득열도 꾸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본격 도전 앞서 인력층 가다듬기-국민·산업·조흥은행
국민은행의 인재 양성 발걸음도 재빠르다.
지난해부터 1년에 2~3회에 걸쳐 30~40명씩 잠재 예비인력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을 시작했다. 이렇게 배출하는 인력이 한해 100명이다. 이 은행 이상원 PB사업팀장은 “장래 PB를 목표로 활약중인 PB어스트턴트들은 대개 1년 정도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2~3년 뒤면 PB로 제몫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어시트턴트는 줄 잡아 40여명이다. 그 뒤를 교육받은 잠재인력을 연간 100여명씩 보강해 떠받치도록 한 것이다. 올해 최대 20개 프라이빗 뱅킹 전문센터를 포진시키기 위해서도 인력 양성에 땀을 쏟아야 할 입장이다.
산업은행도 올해부터 시중은행 못지 않게 프라이빗 뱅킹에 나서기 위해 총재인증 FP 후보자 19명에 대한 연수를 거쳤다.
지난 12월19일 시험을 치른 이들 가운데 누구를 격전의 현장으로 보낼 것인지 이달 중으로 가리게 된다. 이 은행 김태덕 영업추진팀장은 “우선 총재인증 FP를 50명선으로 끌어 올려서 수도권에 있는 VIP클럽마다 2명 이상의 총재인증 FP가 VIP고객의 자산관리 서비스에 나설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일선 영업점 가운데 부유층 고객이 많은 프라이빗 뱅킹 협력 영업점 45개의 AM(어카운트 매니지먼트)를 밑거름 삼고 있다. AM 가운데 자질이 뛰어난 사람을 발탁해 FA(파이낸셜 어드바이저)로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역삼동 스타타워에 자리잡은 PB센터에는 8명의 FA가 각분야 전문가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고객관리를 주로 맡는 FA팀은 애널리스트 아니면 펀드매니저 출신인 자산운용팀(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팀)과 세무·부동산 전문가가 포진한 스페셜 서비스 팀과 팀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통합적인 파이낸셜 솔루션을 제공한다.
■ 경쟁력 갖춘 PB의 산실 아카데미와 스쿨-외환·기업은행
외환은행은 아예 PB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예비PB, PB기본자격, PB 전문분야(주특기별 교육) 등의 과정을 통해 PB를 기른다. PB기본자격과정까지 의무화해 머지 않아 모든 행원이 기본을 갖추게 할 계획이라고 은행 관계자는 밝혔다.
PB로 활동중인 인재들에게도 ‘PB역량강화 과정’을 갖춰 담금질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는 게 특징이다.
PB들은 달마다 세미나를 열고 분기별로는 포럼을, 반기별로는 워크샵을 열어 정보도 공유하고 실전적 논의와 전략 수립에 몰입한다.
기업은행도 국내외 연수도 확대하고 자격증 취득을 돕는 한편 올해부터 PB스쿨을 수시로 열어 역량 다지기에 나설 계획이다.
▲ 한 은행 PB센터에서 자산관리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김준닫기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