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의 은행이라고 해도 시장 우위와 생존을 보장받지는 못할 전망이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시장 확대와 대고객 인지도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 은행들도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함에 따라 규모가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역량 집중과 이에 따른 경쟁력 확보없이는 은행의 생존은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진단은 본지 금융연구소가 국민, 우리, 하나, 신한은행 등 이른바 ‘빅4 은행’들의 기획업무 관련 임원을 초청해 23일 개최한 신년좌담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됐다. <관련 기사 5~6면>
이날 좌담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본격적인 수익 경쟁을 선언했다. 지난해까지는 합병에 따른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시기였고 올해는 이러한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실적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름대로 경쟁력 확보를 자신하고 있는 국민, 우리, 하나, 신한은행 등 4대 대형은행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결국 올해를 기점으로 어느 은행이 내실을 다지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느냐가 은행 평가의 척도이자 당면과제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의 최범수 부행장은 “앞으로는 철저하게 상업성을 바탕으로 한 영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은행을 바라보는 고객 시각도 바뀌어야 하며 양질의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회사의 시너지에 대해 우리은행의 최병길 부행장은 “은행과 지주회사의 주가가 낮은 것은 경남, 광주은행과의 불완전한 통합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며 “지주회사의 맏형으로서 일부분 손해를 보더라도 지방은행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의 이강만 부행장보는 서울은행과의 통합이 상대적으로 조속히 이뤄지고 마찰이 적었던 것에 대해 만 4년만에 4개 은행이 합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부행장보는 “일부에서는 하나(H) 서울(S) 보람(B) 그리고 충청은행(C) 영문이니셜을 따서 HSBC 라고 부른다”며 “다양한 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내부 갈등은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상대 신한은행 부행장도 “올해야말로 신한은행이 지주회사의 시너지통합 효과를 백분 발휘할 수 있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행들은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분야에 인력과 투자를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결국은 VIP고객과 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소호(SOHO)시장에 집중하고 수익증권의 판매와 방카슈랑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피(Fee)비즈니스에 대한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귀결되고 있어 제한적인 시장을 놓고 은행간 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