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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생보산업을 진단한다 -프롤로그

이양우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6-05 10:11

외국자본의 ‘大공세’로 기존질서 사실상 붕괴

생보산업은 요즈음 타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경제위기설 확산의 한 복판에 투신권이 서 있고, 은행권도 추가 구조조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등 또 한번 금융권 전체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조짐이지만 생보산업은 외견상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한꺼풀 들어가보면 생보산업 또한 태풍전야의 정적에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생보산업을 둘러싼 내외적 환경변수들을 조목조목 짚어 보면 지금의 정적이 결코 진정한 의미의 안정이 아님이 보다 분명해진다.

우선 외형상의 변화를 주목해 보자.

생보산업은 지난해와 올해 두번에 걸쳐 1, 2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생보산업의 기존 질서를 완전히 붕괴시킨 두차례의 구조조정으로 우선 급한 불은 껐다. 지난해 4개사가 자산이전방식으로 정리됐고, 올들어 현재 또 5개사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정리중에 있다. 주목할 것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강자들이 생보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했다는 점이다.

현대를 비롯, SK, LG, 금호, 동양등 잘나가는 재벌들이 생보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입함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경쟁의 양상을 예견케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6개사중 한 곳인 동아는 아예 몰락했고, 빅3중 한 곳인 대한생명은 공기업으로 전환됐다. 기존6개사중심의 경쟁체제는 이제 무의미해졌다.

80년대말 잘못된 시장예측과 정치적 흥정으로 시장규모에 맞지 않게 무더기로 생겨나 춘추전국시대를 형성했던 생보시장이 이제 소수의 힘있는 그룹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IMF라는 불가측변수도 작용했지만 우리의 생보정책이 불과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졸속의 실패한 정책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생보사는 숫적으로 일단 32개사에서 23개사로 줄어들었다. 그러면 이제 생보산업의 구조조정은 끝난 것일까. 그러나 주변여건을 고려해 볼 때 이를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 기존의 경쟁이 재벌참여가 제도적으로 막힌 제한된 경쟁이었던데 반해 이제는 이들이 시장의 중심세력으로 등장, 강자와 약자간 우열이 보다 분명해 졌다.

작은 물고기들이 어렵사리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 갑자기 고래들이 들끓게 됐으니 소형사들의 입지는 그만큼 어려워진 셈이다.

필시 재벌계열사들은 일시에 대형사로의 도약을 추구할 것이고, 가장 수월한 선택은 소형사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더나아가서는 소형사자체를 흡수합병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향후 생보산업의 향방을 가늠함에 있어 외형상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이다. 현재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하는 ‘디지털혁명’은 생보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형태로 영향을 주겠지만 우선 알기쉽게 보더라도 생보 경영의 요체인 판매조직에 일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해도 세계최강의 영업력을 자랑하는 ‘설계사군단’의 위력을 의심하는 영업전문가들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여기에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마케팅등 판매채널이 생산과 효율중심으로 소리없이 바뀌고 있다. 아직은 설계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설계사조직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소리소문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세는 이미 결정난 형국이다.

판매조직뿐아니라 경영관리전반에 걸친 선진화작업 또한 주요 경쟁요소로 부각됐다. 글로벌화를 거치면서 경영투명성 차원에서 회계제도가 대폭적으로 바뀌었다.

강자들의 진입, 여기에 게임의 룰은 보다 철저한 시장원리로 진행될 것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경쟁력갖춘 외국자본의 대공세가 시작된 점이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독일의 알리안츠는 아예 국내 상위사인 제일생명을 통째로 인수했다.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ING등 이미 진출해 있는 외국사들도 전열을 정비하고 새롭게 펼쳐질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생보산업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 것인가.

누가 새롭게 강자의 반열에 올라설 것이며, 또 누가 도태될 것인가. 몇몇 핵심경쟁요소들을 중심으로 2000년 생보산업의 진로와 방향을 가늠해보는 시리즈를 싣는다.



이양우 기자 s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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