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생보협회장인선은 몇가지 간과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마디로 넌센스다.
생보협회장이란 자리가 무엇하는 곳인가. 업계를 이해하고 대변하는 자리가 아닌가. 배내정자의 능력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뱅커로서 1백년역사를 지닌 국내최고은행의 행장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능력은 이미 검증받았고, 누구보다 출중하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배내정자의 능력이 생보협회장자리를 맡기에 적합한가하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협회장은 회원사 사장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순번제를 택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정형화 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 교보등 대형사출신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암묵적인 순번제를 택하고 있고, 그래서 이번은 삼성출신이 유력했었다.
35년을 뱅커로 일한 사람이 과연 생보산업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으로 ‘기준’을 낮추더라도 상식적으로 그렇지가 못하다.
이번 인선의 더 큰 문제점은 ‘관치인사의 전형’이라는 점. 당초 추천위원들의 배전행장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했었다. 물론 앞서 지적한 생보협회장으로서의 부적합성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배前행장이 내정된 것은 그 자체가 금융당국과 일부정치세력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항간의 소문이 틀리지 않음을 반증하는 너무나 뚜렷한 증거인 셈이다.
결국 상장문제등으로 코너에 몰린 삼성측의 취약점을 이용한 정치권력의 ‘권력나눠먹기’가 기저에 깔린 대표적인 정치성 인사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업계는 이정도는 그래도 수용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불쾌감이 극에 달한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단순히 관치인사라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은행부실책임으로 문책까지 받은 ‘부적격자’를 자신들의 대표자로 밀어부친 것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고 있다.
물론 생보업계 스스로가 사태를 불러들인 측면도 있다. 마치 생보협회장자리를 정부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나갈 ‘힘있는 로비스트’정도로 인식, 장관출신등을 선호했고, 이 점이 관치인사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의 한 지인은 이렇게 반문했다. 만일 생보업계 출신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온다고 하면 과연 수용이 되겠는가.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생보업계가 봉인가’하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아무튼 생보업계는 속으로는 불만에 가득차 있으면서도 표면상으로는 약자의 유일한 항변수단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생보협회장 인선의 배경으로 작용한 ‘보이지 않는 손’의 오만함이나 몰염치를 탓하기에 앞서 향후 생보협회와 생보업계가 제대로 손발을 맞춰 산적한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큰 것은 이번 인사가 이처럼 상식과는 너무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양우 기자 s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