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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첫 ‘한국의 날’ 빛낸 한복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3 08:38 최종수정 : 2026-10-13 09:26

한문화진흥협회, 폴란드 브로츠와프서 한복패션쇼
한국·폴란드 모델 공동 무대… 매 10월 정례 추진
한글·사군자·태극에 현대적 디자인 접목 ‘문화외교'

폴란드의 유서 깊은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를 마친 한국과 폴란드의 모델들이 VIP 참석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폴란드의 유서 깊은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를 마친 한국과 폴란드의 모델들이 VIP 참석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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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한국 전통 복식 한복이 폴란드의 유서 깊은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을 빛냈다.

한문화진흥협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복패션쇼를 선보였다. 브로츠와프시와 폴란드 한인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태준열 주폴란드 대사, 야첵 수트리크 브로츠와프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 회장 등 양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패션쇼에는 신애수 디자이너와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 출신 모델들이 폴란드 현지 모델들과 함께 올랐다. 한글의 조형미와 사군자의 기품, 태극의 상징성을 담은 한복을 선보이며 양국의 문화적 접점을 넓혔다. 전통 한복의 곡선과 풍성한 치마,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 현대적인 실루엣과 서구적 디테일을 더해 전통문화가 오늘날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브로츠와프 ‘한국의 날’은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교민사회의 정착을 통해 이어져 온 양국 관계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교류로 확장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행사는 앞으로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정례 문화행사로 추진될 예정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 참석자가 많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 참석자가 많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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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사군자·태극에 담은 한국의 미학

이번 패션쇼는 한복의 형태뿐 아니라 선과 색, 문양에 담긴 한국의 미의식을 현대적인 패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의상에 활용된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만드는 직선과 곡선, 글자 사이의 균형과 여백을 통해 시각적 리듬을 형성했다. 문자를 정보 전달 수단에 머물게 하지 않고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관객도 글자의 배열과 형태를 통해 한글의 조형미를 경험할 수 있다.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뜻하는 사군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선비의 정신을 상징한다. 절제와 기품, 굳은 의지 등 전통 회화에 담긴 가치가 한복의 부드러운 선과 어우러지면서 회화의 정서를 패션으로 옮겼다. 태극의 청색과 홍색, 태극기에 담긴 건곤감리를 연상시키는 요소는 한국의 국가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징은 한복의 실루엣과 색채, 문양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이번 무대는 전통의 기본적인 비례를 지키면서 형태와 장식을 현대적으로 변주해 한국적 정체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함께 담았다. 전통은 보존해야 할 유산인 동시에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다. 한복 특유의 여유로운 구조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는 현대 패션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서 한국과 폴란드의 모델들이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서 한국과 폴란드의 모델들이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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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모델이 함께 만든 문화교류

이번 무대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과 폴란드 모델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한복을 한국인 모델만의 무대로 한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모델들이 함께 표현하도록 구성했다. 한국 측에서는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 출신 조은정·황윤정·임영임·장광미·서영아·김양선·윤성미·김다정 씨 등이 참여해 폴란드 모델들과 호흡을 맞췄다.

런웨이에서 한복은 정지된 전시물이 아니다. 모델의 걸음과 자세에 따라 치맛자락이 펼쳐지고 옷의 선이 달라진다. 양국 모델들이 같은 무대에서 한복을 표현하는 과정은 의상과 색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협업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고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참여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교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문화교류가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하려면 상대방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참여와 협업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이번 패션쇼는 한복을 매개로 양국 모델들이 공동의 무대와 흐름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야첵 수트리크 폴란드 브로츠와프시 시장이 한복 패션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야첵 수트리크 폴란드 브로츠와프시 시장이 한복 패션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태준열 주폴란드 대한민국 대사가 한복 패션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태준열 주폴란드 대한민국 대사가 한복 패션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경제·동포 교류 넘어 시민 문화경험으로

브로츠와프 ‘한국의 날’의 의미는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례 행사를 통해 양국 시민과 문화예술계, 기관 사이의 만남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폴란드의 관계는 기업 투자와 경제협력, 현지 교민사회의 활동 등을 통해 발전해 왔다. 여기에 시민들이 상대방의 역사와 생활문화, 가치관을 접하는 경험이 더해지면 양국 관계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더 다양한 접점을 갖게 된다.

정례 행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브로츠와프의 특성과 현지 시민의 관심을 반영하고, 문화예술인과 기관의 협업을 이어가야 한다. 한복패션쇼를 출발점으로 전통미술과 공예, 디자인, 생활문화 등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지 시민이 행사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준열 주폴란드 대사와 야첵 수트리크 브로츠와프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것도 도시와 외교기관, 동포사회, 문화단체가 문화교류의 의미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다만 행사의 지속 가능성은 첫 개최의 상징성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시민 참여가 이어지고 현지 문화기관과의 협력이 후속 프로그램으로 연결돼야 ‘한국의 날’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다.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장이 폴란드 브로츠와프'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장이 폴란드 브로츠와프'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세계 무대에서 쌓은 문화외교 경험 ‘확장’

한문화진흥협회는 미국 케네디센터와 뉴욕 타임스스퀘어,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프랑스 에펠탑, 이집트 피라미드, 독일 K-POP 플렉스, 중국 베이징올림픽경기장, 아랍에미리트 월드아트두바이, 체코 프라하 등 세계 여러 무대에서 한복과 한국 문화를 소개해 왔다. 협회에 따르면 세계 100여 개국과 교류했으며, 페루·몽골 대통령 훈장과 캄보디아 정부 훈장을 비롯해 70여 개국에서 외교 표창을 받았다.

국제적인 상징 공간에서 행사를 여는 것만으로 문화외교의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개최 장소의 역사와 특성을 이해하고, 현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해야 한다. 한복패션쇼는 의상과 문양, 색채로 한국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동시에 런웨이와 모델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이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형식이다. 현지 모델과 예술가의 참여가 더해지면 공동 창작과 교류의 의미도 커진다.

이번 브로츠와프 무대는 협회가 국제 문화교류를 통해 쌓아온 경험을 새 정례 행사에 적용한 사례다. 앞으로는 현지 문화기관과의 협업을 넓히고,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행사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다음 교류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 참석한 VIP들이 한복 모델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첫 ‘한국의 날’ 한복 패션쇼에 참석한 VIP들이 한복 모델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한문화진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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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만나는 두 나라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 회장은 “한국과 폴란드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더 깊은 우정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문화외교의 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외교의 목표는 자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쌓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번 무대에서 한글과 사군자, 태극은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냈고, 현대적인 디자인과 양국 모델의 협업은 전통문화가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되고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의 날’이 정례 행사로 자리 잡으려면 한복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형태와 문양에 담긴 의미, 디자이너의 창작 의도까지 관객과 나눌 필요가 있다. 현지 모델과 문화예술계의 참여를 확대하고 시민들이 직접 경험할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행사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문화교류의 지속성은 개최 횟수보다 관계의 깊이에서 나온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제1회 한국의 날은 한복을 통해 한국의 미학을 소개하는 동시에 양국 시민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가능성을 보여준 출발점이다. 한복의 선과 색이 런웨이에서 살아나고 한국과 폴란드 모델들이 함께 호흡한 순간, 전통은 과거의 유산을 넘어 현재의 경험이 됐다. 이 만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지속적인 교류로 이어질 때 문화외교의 의미도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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