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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산·회생’ 늪 빠진 유통가…티메프부터 홈플러스까지 [유통가 리스크 점검 ①]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08 00:00 최종수정 : 2026-06-08 09:46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홈플러스 기습 회생
유통업계 뒤흔든 연쇄 위기…재발 방지 必

최근 유통업계가 기업회생, 개인정보 유출, 마케팅 논란 등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한 기업의 위기는 그 자신은 물론 소비자와 판매자, 협력사,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들기도 한다. 기업을 둘러싼 리스크는 더 이상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유통업계 전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최근 유통업계를 뒤흔든 주요 사례를 통해 기업 리스크의 실체를 짚어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와 대응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2024년, 2025년에 차례로 벌어진 티메프 사태와 홈플러스의 기습 기업회생. /이미지 = 생성형 AI

▲ 2024년, 2025년에 차례로 벌어진 티메프 사태와 홈플러스의 기습 기업회생. /이미지 = 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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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는 여전히 정산 주기와 유동성 관리, 차입 구조 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2024년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갑작스레 돌입하면서 유통가 전반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특히 두 사례는 업종과 사업 구조는 달랐지만 자금 흐름이 막히는 순간 판매자와 협력사, 소비자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통업이 소비자와 판매자, 물류·협력사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연결된 산업인 만큼 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기의 시작, ‘티메프 사태’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가를 뒤흔든 대형 리스크의 출발점으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꼽힌다. 2024년 봄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상품권을 이례적으로 높은 할인율에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통상 상품권 할인율이 2~3% 수준에 머무는 것과 달리 티몬과 위메프는 7~10% 안팎의 할인 판매를 이어갔다.

당시 업계에선 수익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할인 판매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일었고, 이는 현실이 됐다. 판매자 정산 지연이 잇따라 발생했고, 논란 초기 ‘시스템 오류’라고 설명했던 회사 입장과 달리 미정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셀러들의 법적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티메프 사태의 핵심은 대규모 미정산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60~70일에 달하는 긴 정산 주기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판매자 정산 예정 자금을 별도로 보관하지 않고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큐텐그룹 내 복잡한 자금 이동 구조와 불투명한 자금 관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판매자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정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고, 일부 중소 판매업체는 자금난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소비자들 역시 환불 지연과 서비스 중단 등 피해를 겪었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직·간접 피해 규모가 1조 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태는 기업회생과 파산으로 이어졌다. 티몬과 위메프는 2024년 7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큐텐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도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는 결국 파산 수순을 밟았고, 티몬은 오아시스라는 새 주인을 찾으며 회생을 시도했지만 사업 정상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티메프 사태는 플랫폼 사업자의 정산금 관리와 자금 운용의 투명성 문제를 불러왔고, 이는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화와 정산주기 단축 등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졌다.

반복된 경고음, 홈플러스 회생 신청

티메프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3월 국내 대형마트 2위 사업자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업종과 사업 구조는 다르지만 유동성 악화가 협력사와 소비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전반에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공통점을 갖는다.

홈플러스 사태에서의 문제는 회생 돌입 자체보다 그 시점이었다.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 직전까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을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했지만, 신용등급 하락 이후 불과 며칠 만에 기습적으로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홈플러스와 그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유동성 위기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홈플러스는 티메프처럼 판매자 정산금을 활용한 사례는 아니었지만, 대형 유통기업의 자금 경색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회생절차가 시작되자 납품업체들은 대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고, 일부 협력사는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채권투자자들 역시 손실 우려에 직면하면서 논란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향한 책임론도 거세게 일었다.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과 차입 부담이 장기간 누적돼 왔던 만큼 회생 신청 이전에 적극적인 자금 지원이나 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반면 MBK파트너스 측은 기업 정상화와 채권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맞섰다.

결국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경영 악화를 넘어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대주주의 책임, 회생 절차의 투명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가 플랫폼의 정산 리스크를 드러냈다면, 홈플러스 사태는 대형 유통기업의 재무 리스크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반복되는 회생 리스크, 달라진 대응책은

티메프 미정산과 홈플러스 기업회생, 두 사례 모두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시장이 위험 신호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업계는 정산금 관리 강화와 재무건전성 점검 체계 개선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판매대금 정산 주기 단축 논의다. 티메프 사태 이후 판매자 보호 필요성이 커지면서 여야는 올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유통업체의 판매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고 정산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발의안에 따르면 직매입·특약매입·위수탁거래 등 주요 거래 유형의 판매대금 지급 기한을 현행보다 대폭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법안은 직매입거래 대금 지급 기한을 현행 60일에서 20~40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특약매입거래와 매장임대차 거래 역시 지급 기한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통업체의 자금 운용 여력보다 납품업체의 현금 흐름 안정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티메프 사태 당시 피해 기업들이 세무조사와 자금난이 동시에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던 점도 개선 논의를 불러왔다. 국회는 피해 기업 보호와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보완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과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투명성 논란이 불거졌고, 기업의 유동성 위기 징후를 보다 신속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입 구조와 현금흐름, 신용등급 변화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장성과 시장점유율 확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재무건전성과 신뢰도 제고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티메프 및 홈플러스 사태는 유통기업들이 외형 성장뿐 아니라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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