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연체율 증가시 채권 부담만 가중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사진>이 지난 2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채권단의 합의 실패로 청산 절차에 들어갈 경우 LG카드로 인해 금융권이 입을 직접 손실이 26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이어 “LG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한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5일까지 16개 채권기관이 산업은행을 1대 주주로 한 공동관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주채권은행이 나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채권단의 합의 실패시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정부가 이처럼 LG카드 청산시 금융권에 미칠 엄청난 파장을 숫자를 들어 언급한 것은 LG카드 회생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국민은행이 추가 출자후 공동관리 방안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LG카드 처리문제를 논의중이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국계 주주가 70%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어려움도 이해 안가는 바는 아니나 국민은행의 반대로 LG카드가 청산될 경우 모든 책임을 국민은행이 안게 될 것”이라며 “산은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고 시민단체들도 예의주시하고 있어 국민은행이 LG카드를 산업은행에게 떠넘기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LG카드 사태가 분초를 다툴 만큼 촉박해지자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도 당초 2.5대 1 정도의 감자가 아니라 완전감자에 가까운 44대1 수준의 균등감자를 추진할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LG카드의 추가부실이 드러나면서 자본이 완전 잠식됐고 최근 LG카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LG그룹 오너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이 정도가 된 만큼 LG그룹의 구씨-허씨 일가도 어떤 행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채권단과 정부가 LG그룹 오너들에 대한 부당이익 환수 작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합의할 경우 공동관리로 출발할 수 있지만 올해 도래하는 10조원에 대해 1년 만기 연장을 해주는 문제도 큰 숙제로 남아 있어 LG카드를 둘러싼 금융불안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계 일각에서는 LG카드의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누적된 부실이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관리 후 경영정상화를 시켜 재매각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계획이 과연 가능한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동관리 자체가 미봉책에 불과해 부실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