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관계자들은 고육지책으로 예금보험료 추가인상 불가피성을 대체로 인정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그렇잖아도 부실한 금융기관에 부담을 전가시킬 경우 궁극적으로는 부실금융기관을 확대 재생산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차례 단행됐던 예금보험료 인상분을 포함할 경우 이번 인상으로 사실상 예금보험료는 단기간에 4배정도가 인상되는 것이어서 은행의 금리 인상이나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등 금융상품 가격인상 요인으로 까지 이어져 결국 고객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예금보험료를 두배로 인상하기로 하고 예금자보호법 시행령개정에 앞서 금융권 의견수렴에 나서자 금융기관들이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권별로 처한 입장에 따라 그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정부가 금융권과의 상의도 없이 급작스레 예금보험료를 두배나 인상하려는 것은 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 오히려 금융기관 추가부실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며 인상 폭 하향조정 등을 재검토해 줄 것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특히 부정적이다.
보험사들은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60조원중 보험권에 투입된 것은 5조8000억원에 불과하고 보험권의 경우 향후 공적자금이 소요되는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이 낮은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번 예금보험료 인상시 예금보험료 산정기준을 수입 보험료에서 책임준비금으로 전환하는 불합리한 기준적용으로 말썽이 있었다”며 “이를 시정해주기로 한 정부당국이 시정조치는 커녕 추가로 예금보험료를 두배 인상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의 경우 무엇보다 이번 인상 폭은 보험사 수지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예를들어 삼성, 교보등 대형 생보사의 경우 올해 연간 예금보험료는 각각 550억원, 300억원이었으나 두배인상시 1100억원, 6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들 두 회사의 최근 수년간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이에 못미치는 불균형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당기순이익 규모 이상의 예금보험료를 부담하는 것부터가 문제일 뿐아니라 균형적인 수익관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의견수렴을 거쳐 당국에 공식적으로 인상 폭 조정을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들도 “이번 예금보험료 추가인상으로 분기별 부담이 약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금리인상등 자구책강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입장이다.
이양우 기자 s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