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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CEO’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아직도 가야 할 길 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기사입력 : 2023-10-26 15:29 최종수정 : 2023-10-26 21:06

18일 밤 SNS에 취임 일주년 당시 쓴 글 올려
내년 3월 임기 만료 앞두고 연임 여부 관심
‘IB 통’으로 NH 자기자본 7조원까지 키워내
연임 무게… 미래證 최현만처럼 용퇴할 수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제공=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제공=NH투자증권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어느덧 5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갔지만,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대표가 지난 18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 계정에 남긴 글이다. 정 대표는 과거 취임 1주년 당시 썼던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취임 1년이 되는 날 회사 후배들한테 보낸 글’을 다시 공유하면서 현재 감정을 드러냈다.

업계에선 정 대표 글을 두고 ‘의미심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 대표가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해당 글은 ‘고객이 전부다’가 요지다. 고객이란 단어만 총 26번 썼다.

‘IB 통’ 정영채, 업계에선 연임에 무게


업계에선 정영채 대표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내부적으로 직원들 사이 정 대표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데다 현재 거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안정적 경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서 10여 년 동안 일한 관계자는 “지금 연임을 얘기하긴 이르지만, 정영채 대표가 취임한 뒤 기존의 재무적 성과 중심에서 고객 가치 중심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면서 실적과 직원 만족도를 함께 높였다”며 “내부적으론 정 대표 연임을 바라는 분위기”라 말했다.

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 또한 “최근 증시 상황이 안 좋아서 CEO 교체라는 무리수를 두긴 힘든 상황”이라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해야 하는 시점”이라 전했다.

정 대표는 NH투자증권 실적을 끌어올렸단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증권업계 대표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통’으로 불릴 만큼 IB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둬왔다.
취임 첫해인 2018년, 창사 50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년이 지난 2021년엔 영업이익 1조2939억원으로 창사 첫 ‘1조 클럽’ 입성을 이뤄냈다. “5년 뒤 이익 1조원 시대를 열겠다”던 취임 포부를 1년 앞당겨 실현한 것이다.

올해도 ‘깜짝 실적’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2분기(4~6월)만 놓고 보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8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작년보다 53% 늘어난 수준이다. 1분기(1~3월)까지 더한 상반기(1~6월) 당기순익은 3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급증했다.

해당 기간 IB 수수료 수익은 1173억원이다. 7% 늘었다. 직전 1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219% 불었다. 분기 사상 ‘최대’다. 해당 기간 전체 IB 수익은 1819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알멕(대표 신상호), 슈어소프트테크(대표 배현섭) 등 IPO 주관과 남양유업(대표 김승언) 우선주 유상증자 등 다수 딜(Deal‧거래)을 이끈 데다 오스템임플란트(대표 엄태관) 인수 금융 단독 주관 등 공개 매수 패키지 딜에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결과라 설명했다.

회사채 주관 실적도 돋보였다. 2분기 회사채 주관 실적은 3조3000억원으로 증권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채권 금리 상승 영향으로 채권 발행 시장(DCM‧Debt Capital Markets)에서 호실적을 냈다. 올 3월 기준 NH투자증권 자기자본은 7조원에 달한다.

NH농협금융지주(회장 이석준닫기이석준기사 모아보기) 내 입지도 더 단단해졌다. 올 상반기 NH투자증권이 지주에 기여한 순이익 비중은 22%다. 지난해 8.5% 대비 3배가량 확대된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영채 대표는 흉물로 방치될 뻔한 여의도 파크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바꿔낸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장수 CEO란 타이틀(Title‧명칭) 뒤엔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NH투자증권을 이끌어온 그만의 경영 노하우(Knowhow‧비법)가 있다”고 평했다.

미래에셋 ‘최현만’처럼 용퇴할 수도


업계에선 예상을 깨고 정영채 대표 스스로 용퇴를 결정할 수도 있단 관측도 있다. 오랜 기간 증권가를 함께 이끌어온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다.

지난 23일, 미래에셋그룹(회장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은 개국 공신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을 2선으로 퇴임시킨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김미섭닫기김미섭기사 모아보기 등 6명의 50대 부회장으로 구성된 2기 전문 경영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세대교체’를 위한 선택이었다. 후임 인사도 80년대생 젊은 신임 임원과 여성 지도자를 대거 발탁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업계 눈길은 곧바로 정영채 대표에게 갔다. 최 회장 다음 증권업계 대표 장수 CEO였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현재 3연속 연임에 성공하며 6년째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 본인도 비공식적 자리에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왔다고 전해진다. 김신닫기김신기사 모아보기 SK증권 대표,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표, 황성엽닫기황성엽기사 모아보기 신영증권 대표 등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2학번 동기들이 다 같이 물러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정영채 대표가 NH투자증권 대표직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몇 가지 된다. 우선 대표이사 연봉이다. 정 대표의 올 상반기 보수는 9억5300만원으로 확인됐다. 30억원에 가까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나 정일문닫기정일문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증권 대표 등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친다. 능력이 이미 검증됐고 업계에서 스타(Star‧인기인)로 통하는 그가 굳이 나서서 NH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그간 쌓아온 화려한 경력과 인맥이다. 임기 막바지에 이르면 주요 금융지주 등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증권사 인수를 타진 중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워 퇴임 후 우리금융 부회장직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정영채 대표 임기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 대표에게 “(대표직으로서)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 대표의 국감 출석이 일본 태양광발전소 손실 위기 때문이란 점을 비춰보면 비꼬는 질문으로 볼 수 있다.

정 대표는 이에 관해 “작년에 사의를 표했지만, 농협중앙회 회장이 연임을 시켰다”며 “채권 회수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정치권이나 당국이 정 대표 연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유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재조사에 나섰다. 최종 제재 관련 결정은 국정감사 이후 다음 달 무렵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 대표는 박정림 KB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대표 오익근) 부회장과 함께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으로부터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처분 받은 상태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이유다.

다만, 정영채 대표가 국감에서 밝힌 대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4000억원 추가 유동성과 함께 정영채 대표 연임을 택한 바 있다. 연임 결정 직전인 2021년 12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옵티머스 사태 관련 무혐의 처분을 통보받아 책임을 어느 정도 덜어내면서다. 내년 3월에도 같은 결정이 내려질까? 업계 관심이 주목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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