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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경영자, ‘70년대생 女회장 1호’ 신세계를 열다 [정유경 회장 100일(上)]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2-04 16:28

'지역 1번점 랜드마크' '아트리테일' 승부수
강남점, 2년 연속 '3조 클럽'…전국 1위 위엄
경영 10년 만에 매출·영업익 규모 2배 늘어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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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 ㈜신세계 회장이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단행된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을 건너뛰고 회장으로 깜짝 승진하며 관심을 모았다. ‘은둔의 경영자’, ‘70년대생 女 회장 1호’ 타이틀로 대변되는 그가 이번 회장 승진으로 신세계의 새 시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10월 말 단행된 신세계그룹의 인사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정유경 촐괄사장(現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거란 예상을 뒤엎고 곧바로 회장직에 오르면서다. 그의 오빠인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부회장만 18년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파격적이었다.

파격 인사 배경에는 정 회장이 그간 보여준 업적들에 대한 성과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늘 “경영 실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조직의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는 ‘지역 1번점 랜드마크’, ‘아트 리테일’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지역을 넘어 ‘국내 1번점’으로 도약하고자 했다.

‘랜드마크 전략’은 각 지역 상권에서 압도적인 1번점을 키우고자 하는 것으로 신세계 강남, 센텀시티, 대구, 대전, 광주를 중심으로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키우는 것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 강남점은 2023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거래액 ‘3조 클럽’을 달성했고, 지난해엔 전년보다 한 달 앞당겨 거래액 3조를 달성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부산 센텀시티점 역시 수도권 외 지역 백화점 최초로 2년 연속 2조 원을 돌파했다. 대구와 대전, 광주 등 해당 상권 백화점도 2016년보다 매출과 이익 모두 2배 이상 성장했다.

정 회장이 총괄사장 취임 후 1년 뒤인 2016년 신세계는 매출 2조9474억 원, 영업이익 2513억 원 규모였지만 8년이 지난 2024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그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의 2024년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이 약 6조4910억 원, 영업이익은 약 5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 강남점은 2023년, 2024년 연속으로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제공=신세계

신세계 강남점은 2023년, 2024년 연속으로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제공=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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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미술학도’답게 ‘아트 리테일’을 통해 신세계의 이름을 알리는 데도 힘을 써왔다. ‘은둔의 경영자’로 좀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지만, 지난 2023년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3(Frieze Seoul 2023)’ VIP 행사장에 참석해 직접 손님을 맞이했다.

‘프리즈’는 아트바젤(Art Basel),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신세계는 그해 업계 최초로 ‘프리즈 서울 2023’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당시 정 회장은 2016년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식 이후로 7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아트 리테일’을 통해 업계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래전부터 ‘한국 백화점 아트 비즈니스의 원조’라고 불려왔지만, 정 회장이 총괄사장에 오른 뒤부터 이는 더욱 본격화됐다.
2015년 업계 최초로 매장 한층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며 전시를 진행했고, 2017년에는 신세계백화점 전용 글자체를 내놓으며 아트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어 2020년 강남점을 리뉴얼 오픈하며 3층 명품 매장 통로와 벽, 라운지에 작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아트 스페이스’를 선보인 게 정 회장이다. 또 본점·광주·대구·센텀시티·대전 등 주요 점포에 갤러리를 조성하고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고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구매를 도왔다.

또한, 정 회장은 ‘70년대생 여성 회장 1호’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는 1972년생으로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참여한 뒤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5년 총괄사장에 올랐고, 이번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국내 주요 200개 그룹 중 1970년대생 여성 회장 1호가 됐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 총괄회장은 1991년 삼성그룹이 운영하던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들고 독립했다. 이후 1997년 삼성그룹과 완전히 계열 분리를 한 뒤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함께 신세계를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 키웠다. 정 회장이 조선호텔로 시작해 신세계백화점 총수로 이름을 올린 점은 모친이 걸어온 길과 닮아있다.

정 회장의 승진으로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 분리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오빠 정용진 회장이 최근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정유경 회장의 지분 승계도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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