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장’을 목표로 둔 빗썸, ‘공격적 영업’으로 적자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가 2025년을 목표로 상장 추진에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코리아는 연내 삼성증권(대표 장석훈닫기장석훈기사 모아보기)과 신규상장(IPO·Initial Public Offering) 관련 첫 공식 회의를 진행하려 한다. 지난 2020년 맺어 놓은 IPO 주관 계약 갱신을 통해 상장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최근 상황은 처음 상장을 추진하던 2020년보다 좋다. 가상 자산 관련 회계기준도 없을 때와 달리 올해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제정되는 등 산업 규제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빗썸 목표는 2025년 하반기 상장이다.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장외 주식거래 시장 ‘코스닥’(KOSDAQ) 입성을 향해 간다. 다만, 추후 유가증권시장(KOSPI)으로 선택지를 다르게 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상장 시점과 목표 기업 가치 등은 아직 ‘미정’이다.

빗썸에게 상장은?

빗썸에게 상장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최초’ 사례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역사적인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실물 자산을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가상 자산이 전통 금융권 울타리에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회사엔 호재다.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단 말이다. 상장사라는 공신력을 통해 거래 안정성을 투자자들에게 더 피력할 수 있는 데다 조달 자금을 통해 거래 편의성도 더 높일 수 있다. 또 디지털 자산 지갑 등 다양한 웹(Web) 3.0 서비스로의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 IPO를 위해선 매출 등 재무적 요건뿐 아니라 경영 투명성, 안정성 요건도 함께 충족해야 한다”며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 산업에서 상장사가 나온다면 신기술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한 본보기가 생겼단 점에서 산업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분석했다.

이번 상장은 빗썸에게 ‘왕좌 재탈환’ 기회이기도 하다.

빗썸은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던 독보적 1위였다. 하지만 2020년, 업비트가 케이뱅크(행장 서호성닫기서호성기사 모아보기)와 입출금 계좌 연동 협약을 맺자 점유율은 점점 줄었다. 그러다 결국 2021년, 업비트에 왕좌를 뺏겼다.
투자자 특성을 보면 충분히 반전을 노릴만하다.

가상 자산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이들에 비해 엉덩이가 무겁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특정 계기를 통해 거래량이 많아지는 거래소가 생기면, 그 즉시 이용하던 거래소를 떠날 수 있다. 즉, 빗썸에겐 거래량을 늘릴 ‘한방’이 필요하다.

현재 빗썸의 시장점유율은 10~20%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 2위다.

내년 10주년을 앞둔 만큼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 등 공격적 영업으로 점유율 확보에 열 내는 중이다. 한때는 시장점유율이 30%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

최근 가상 자산 거래 시장이 활기를 띠며 수수료 무료 정책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최초로 비트코인(BTC‧Bitcoin) 관련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가 조만간 출시될 거란 소식에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가상 자산 가격 상승세가 갑자기 나타났지만,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따로 내지 못해서다.

추후 비트코인 반감기와 금리 인상 중단 등에 따라 시장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4분기 매출은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도 씁쓸했다.

공시에 따르면, 빗썸코리아의 올 3분기(7~9월) 매출은 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3% 쪼그라든 수준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억원, -106억원을 나타냈다. 지난 2분기(4~6월), 2017년 실적 공시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더니 또 적자가 났다.

실적 악화, 시장 침체만 탓해선 안 돼

빗썸 실적 악화 배경엔 물론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가상 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점이 있다. 빗썸메타(대표 조현식) 등 자회사 실적 악화 영향도 작용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복잡한 지배구조 개선’과 ‘대주주의 사법 리스크(Risk‧위험) 해소’다.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데 있어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단 목소리다.

현재 빗썸 실소유주이자 대주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은 1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경영진의 부정 상장 의혹과 주요 주주 등의 배임‧횡령 의혹 등도 해결되지 않았다.

공격적 영업만으론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이정훈 전 의장은 지난 9월, 빗썸홀딩스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가상 자산 상장 대가로 30억원 이상 현금과 4억원 상당 금품을 받았단 혐의에 휩싸여있는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는 이사회에서 제외됐다.

공석이 된 자리는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가 이달부터 겸직하는 걸로 채웠다. 이재원 대표는 이정훈 전 의장과 ‘아이템 매니아’ 운영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어쩌면 이번 빗썸의 IPO 추진도 약 3년 만에 친정체제를 구축한 이 전 의장의 ‘지배력 강화’ 카드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본다.

국회와 금융당국도 빗썸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을 따져보려는 의지를 최근 드러냈다. 대표와 임원을 넘어 실제 소유주인 대주주까지 엄격히 검증하겠단 방침이다.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외 10명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발의한 ‘특정 금융 정보 거래법 일부 개정안’에는 사업자 신고 수리 시 심사 범위를 ‘기존 대표자‧임원’에서 ‘실질적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주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윤창현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현행법에선 가상 자산 사업자의 사업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 범죄 경력 등을 심사할 근거가 없다”며 “사업자 신고 심사 시 경제 범죄, 대주주 범죄 이력 등 사회적 신용 심사를 보강해 가상 자산 시장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원장 이윤수)도 관련 임시조직(TF‧Task Force)을 꾸려 가상 자산 사업자 신고 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주요 개편 사안으로 삼아 검토 중이다.

만약 내년 10월 예정된 FIU 갱신 심사부터 대주주 관련 사항이 포함할 시, 빗썸은 최악의 경우엔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이정훈 전 의장은 비덴트(대표 임정근) 최대 주주인데 비덴트는 또 빗썸홀딩스 지분 34.22%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다. 빗썸홀딩스는 또 빗썸코리아 지분을 73.56% 가진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즉, 지배구조 가장 밑에서 지분율에 따라 타고 올라가면 가장 꼭대기엔 이 전 의장이 있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의 빗썸홀딩스 지분율은 우호 지분인 DAA(29.98%)와 BTHMB홀딩스(10.70%)까지 합할 시 60%가 넘는다고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의 지배구조는 빗썸 내부 직원들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복잡한 구조 때문에 강종현, 이정훈 등을 ‘대주주’가 아닌 ‘실소유주’라고 부르는 우스운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부터 계속 매각 이야기가 나오는데도 그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라며 “빗썸은 복잡한 지배구조와 대주주 사법 리스크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