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진제공=코오롱글로벌
취임 첫해 실적은 회복세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3817억원, 영업이익 7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0.2% 늘었고 영업이익은 158.8% 증가했다.
건설 원가율 안정과 비주택 프로젝트 매출 확대, 레저·자산관리 사업 편입 등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에게는 이를 일회성 반등에 그치지 않고 사업구조 변화로 이어가는 과제가 놓여 있다.
◇ 코오롱 36년 ‘정통 코오롱맨’…소재·화학 거쳐 건설로
1965년생인 김 대표는 인천 선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코오롱 타이어코드사업부에 입사했다. 이후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코오롱아이넷 경영지원본부장, 코오롱글로벌 경영지원 업무, ㈜코오롱 사업관리실장 등을 거치며 그룹 전반의 사업을 경험했다.CEO 경력은 소재 계열사에서 본격적으로 쌓았다. 코오롱플라스틱(현 코오롱ENP)을 시작으로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를 거친 뒤 지난해 다시 코오롱ENP 대표를 맡았다. 같은 해 10월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돼 올해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계열사를 거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경험도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 시절 PET 필름 사업을 분할해 SK마이크로웍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아라미드 등 고부가 소재 사업에서는 생산능력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했다.
김 대표의 코오롱글로벌 이동은 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과도 맞물린다. 코오롱그룹은 김 대표 선임 당시 코오롱글로벌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부동산·환경·에너지 토탈 프로바이더’로 성장시키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 '답은 현장에'…제조업서 이어온 현장 중심 경영
김 대표의 경영 스타일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현장 중심 행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별도의 취임식보다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으며 현장경영에 무게를 뒀다.당시 김 대표는 마케팅·생산·품질관리·연구개발·지원 등을 뜻하는 ‘MPQRS’를 강조했다. 탁상에서 해법을 찾기보다 생산과 품질, 연구개발 등 각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업무 방식이다.
건설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현장을 중시하는 모습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평택 고덕 공공폐수처리시설 건설현장을 찾아 안전보건 합동점검에 참석했다. 근로자 이동통로와 밀폐공간 등 위험요인을 살피고 현장 종사자의 의견도 들었다.
김 대표는 당시 관행적인 절차에 머물기보다 현장의 안전을 지킬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제조업에서 생산과 품질을 중심으로 현장을 살폈던 김 대표가 건설업에서는 안전과 구성원 소통으로 현장경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 비주택 확대 기조 이어간다…주택 쏠림 완화
코오롱글로벌은 김 대표 체제에서도 비주택 사업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대한항공 엔진정비공장과 도쿄일렉트론코리아 연구시설, 삼성전자 ADC DP 증축공사, 평택1단지 방류수 저온저감시설 등 산업·플랜트 프로젝트가 매출에 반영되면서 올해 실적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9854억원이다. 이 가운데 비주택 사업 비중은 48.2%로 절반에 가까웠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사업과 금호타이어 제조공장 등도 새로 수주했다.
주택경기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산업시설과 환경·플랜트 등으로 수주 영역을 넓혀온 기존 전략을 김 대표가 이어받은 셈이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가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연간 목표 달성과 지속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코오롱글로벌은 이 자리에서 손실 가능성이 있던 주요 현장의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배경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잠재 리스크 정리 이후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과 실적 반등에 나서겠다는 방향을 임직원에게 제시했다.
◇ 개발·시공 넘어 운영으로…합병 효과 안착 과제
사업 범위는 개발과 시공에서 운영으로 넓어지고 있다.코오롱글로벌은 2025년 12월 골프·리조트·호텔 전문기업 MOD와 자산관리 전문기업 코오롱LSI를 흡수합병했다. 합병은 김 대표가 코오롱글로벌 대표로 내정되기 전인 지난해 7월 결정됐으며 같은 해 12월 절차가 마무리됐다.
김 대표에게는 합병으로 확보한 호텔·리조트·골프장 운영과 자산관리 역량을 기존 건설사업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과제로 넘어왔다. 개발과 시공 이후 운영 단계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들어 레저·자산관리 부문도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건설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큰 개발·시공 사업을 보완할 안정적인 운영수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합병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 풍력으로 넓힌 성장축…김영범의 다음 시험대
에너지 분야에서는 풍력이 또 다른 축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경주와 태백, 양양 등에서 육상풍력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일부 사업에서는 시공뿐 아니라 발전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개발과 시공에 운영을 더한다는 점에서는 레저·자산관리 사업과 방향이 맞닿아 있다. 다만 풍력은 사업기간이 길고 초기 자금 부담이 큰 만큼 사업성 관리와 투자금 회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김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업 영역을 단순히 늘리는 데 있지 않다. 기존 건설사업의 수익성을 다지는 동시에 비주택과 운영, 에너지 사업을 실제 성과로 연결해 코오롱글로벌의 사업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꿔내야 한다.
김 대표는 소재·화학 계열사를 거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했고, 주요 경영 현안을 현장에서 직접 살피는 방식을 이어왔다. 이제 무대는 건설업이다. 제조업에서 쌓은 사업 재편 경험과 현장 중심 경영이 건설회사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가 김 대표를 둘러싼 핵심 관전 포인트다.
취임 첫해 실적 반등은 출발점에 가깝다. 김 대표가 이를 일시적인 회복에 그치지 않고 코오롱글로벌의 체질 변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시험대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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