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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가 육상 SMR 진출?…HD현대중공업 전력원 수직계열화 '큰 그림'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11 14:26

엔진·SMR 공장에 총 1조722억 투자
조선업 역량 활용해 주기기 사업 진입
힘센 엔진에서 연료전지, SMR까지 수직계열화

정기선 HD현대 회장.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회장. 사진=HD현대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전력 사업을 본격화한다. 바다 위를 주 무대로 삼는 조선사가 육지까지 활동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이 같은 확장 배경엔 전력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발전엔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SMR에 들어가는 주기기 제작은 조선업 제조 역량을 활용에 진출 가능한 신사업으로 꼽힌다.

공장 설립에 1조 투입…주기기 사업 진입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SMR 주기기 전용 공장 설립에 2386억 원을, 대출력 발전엔진 신규 생산기지 구축에도 8336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총 투자 규모는 1조722억 원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을 줄이고 주요 설비를 모듈화한 차세대 원전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오는 2050년 150GW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에 짓는 SMR 공장은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6개 제품으로 구성된 주기기 세트를 연간 2기(690MW)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 실증용 압력용기(RPV)부터 향후 상업화 프로젝트용 주기기까지 제작할 수 있는 설비로, 첫 매출은 2028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엔진 신공장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 21만5000㎡ 부지에 3GW 규모로 들어서며, 내년 1분기 착공해 2028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투자 목적은 주기기 제작사업 진입과 수주 물량 증가 대응이다. 공장은 2029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부지에 지어진다.

기존 울산 본공장이 선박용 힘센 엔진 생산에 집중하는 사이, 신규 온산 공장과 전남 영암 HD현대엔진은 육상 발전용 엔진을 전담한다. 전체 힘센 엔진 생산능력은 현재 3GW에서 2030년 7.2GW로 늘어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SMR 기지와 엔진 공장 부지를 별도 배치한 이유에 대해 "SMR 기지는 사내 기존 부지를 활용할 수 있었다"며 "엔진 공장의 경우 사내 부지 확보 제한과 거점별 이원화를 통한 생산 효율 증대로 힘센엔진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신공장 준공 계획.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HD현대중공업 신공장 준공 계획.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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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용기 제작에 조선업 역량 활용

HD현대중공업이 SMR 시장에 진입한 것은 원자로 용기 제작 사업에 조선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로 용기는 두꺼운 금속을 정밀하게 단조하고 용접해 만드는 대형 압력용기로, 이는 대형 선체나 해양구조물을 제작할 때 쓰는 중후장대 금속가공·용접·품질관리 역량과 연결된다.

이 같은 역할은 그룹 차원에서 이미 구체화됐다. HD현대그룹은 앞서 미국 테라파워, 현대건설과 함께 차세대 원전 사업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테라파워 원자로 기술을 기반으로 HD현대중공업이 주기기 제작을 맡고, 현대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하는 구조인 것이다.

구체적인 계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테라파워와 나트륨(Natrium) 원자로용 핵심설비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 제작·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정기선닫기정기선기사 모아보기 HD현대 회장은 지난달 14일 방한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만나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SMR 시장에 진출한 것은 AI 시대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발전엔진과 SMR에 대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통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SMR 추진 선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력원 수직계열화 로드맵 그려

SMR 추진 선박은 현재 개발 단계다. HD현대는 앞서 2023년 한국전력기술과 SMR 발전선·추진선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3월 1만5000TEU급 SMR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하고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개념승인을 획득했다.

여기에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 HD하이드로젠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힘센 엔진에서 연료전지, SMR까지 배에 실을 전력원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온 전략이 육상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이 확장이 당장 눈앞의 계획은 아니다. HD현대중공업은 애널리스트 대상 컨퍼런스콜을 통해 SMR 1차 전방 시장은 육상 발전용이며, 데이터센터향 무탄소 전원과 해상 발전선, 선박 추진용으로의 적용은 장기 과제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해상·선박용 관련 협의와 진척은 있지만, 4세대 SMR을 선박 추진에 적용하려면 추가적인 안전성 검증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육상 SMR 투자는 선박·해상 원자력을 겨냥해 쌓아온 기술과 제조역량이 육상 시장으로도 확장되는 흐름의 한 단계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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