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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는 모두 우리의 황금기를 모른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12 05:00 최종수정 : 2026-01-12 10:43

불황 견딘 조선업 열매 수확
“오늘 힘든 결정이 미래 연다”

▲신혜주 기자

▲신혜주 기자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황금기를 자각하는 사람은 없죠. 우리의 황금기는 지금일지도 몰라요.”

지난해 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인 파리’ 시즌 5에서 주인공 에밀리 전 연인 가브리엘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 나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과 파리에서의 안정적 삶을 뒤로한 채 새로운 자극을 찾아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다음 시즌이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는 늘 지난 뒤에야 과거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도 많이 비슷하다. 경영자가 내린 오늘의 결단이 ‘신의 한 수’였는지 최악의 ‘자충수’였는지는 당장의 재무제표보다 몇 년 뒤 시장의 평가를 통해 판단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가 내놓은 조선업계 전망 보고서를 읽으며 이 ‘지연된 보상’ 원리를 다시금 체감한다. 보고서는 2026년 조선업 호황을 예견한다. 2022년 이후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 인식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땀 흘려 용접하고 설계했던 고단한 노동의 대가가 수년에 걸쳐 비로소 숫자로 치환되는 셈이다.

요즘 조선업계 현장을 보면 2019년까지 이어진 그 암흑 같던 불황과 2022년까지 지속된 고통스런 적자 장부를 보며 절감했던 위기감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HD현대는 2025년 조선 계열사에 HD현대삼호 837%, HD현대중공업 638%, HD현대미포 559%라는 기록적 성과급을 풀었다. 2022~2023년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던 한화오션도 전년 150% 대비 더 높은 비율을 성과급으로 책정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상·하반기 합산 100%를 유지하며 안정적 보상 체계에 진입했다.

인생도 헤비테일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다. 자신이 지금 공들이고 있는 공부나 일, 혹은 누군가를 향한 진심은 당장 눈앞 성과로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 때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끝없는 어둠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골이 깊을수록 산은 높은 법이다. 조선업 사이클에서 보듯, 수면 아래 고통이 클수록 떠오르는 부력은 강해질 것이다. 수년 전 심은 씨앗이 오늘의 기회가 되듯, 오늘 내리는 어려운 결정이 또 다른 몇 년 뒤 나를 먹여 살린다.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열정을 싣고 묵묵히 달리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 고통스러웠던 순간마저 사실은 우리 인생의 찬란한 황금기로 가는 소중한 여정 중 하나였다는 것을.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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