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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특수에 벌크 들어간 HMM, 몸집 커질수록 매각은 저멀리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3-24 06:00

HMM 연 매출 11조, 영업이익률 30%대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만 약 90%로 의존
트럼프 리스크에 SK해운 벌크선 인수도
1년 새 몸값 6조에서 20조로 증가 추산

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중동권 홍해 사태와 미·중 갈등 영향으로 물동량이 치솟으면서 망망대해를 거침없이 가르고 있다. 호실적에 힘입어 SK해운 사업 인수도 추진 중이다. 다만, HMM의 몸집이 커질수록 몸값도 불어나면서 매각을 통한 민영화 작업의 난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HMM에 따르면, 회사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전년 8조4010억 원에서 39.3% 증가한 11조7002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5848억 원) 대비 6배 뛴 3조512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30%다. 순이익은 3조7821억 원으로 전년 9687억 원의 4배 수준이다. 이는 HMM 창사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성적표다.

앞서 HMM은 지난 2022년 18조5827억 원으로 매출 최대치를 찍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해상 운임이 폭등한 영향이다. 당시 HMM의 영업이익률은 5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공급망이 정상화되면서 실적은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률도 한 자릿수인 7%대로 고꾸라졌다.

지난해의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중동권으로 확전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됐다. 이스라엘과 적대국 관계에 있던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했고, 이들 후티 반군이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예멘과 이집트를 가로지르는 홍해 선박을 위협한 것이다. 이에 HMM을 비롯한 선사들은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했고, 그 결과로 해상 운임이 치솟게 됐다. HMM이 제2 전성기를 맞게 된 배경이다.

실제 해상 운임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보면 2023년 4분기 1089포인트에서 2024년 3분기 3082포인트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다 2024년 4분기 2257포인트로 빠지더니 2025년 1분기 현재 2174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해상 운임에 따라 HMM의 실적이 오르내리는 양상이다.

HMM이 SK해운 사업 일부 인수에 나선 데에도 이러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기준 HMM 매출 구조는 컨테이너 사업이 10조1477억 원으로, 전체(11조7002억 원)의 90%에 이른다. 보유 선대만 하더라도 컨테이너선은 사선(직접 구매) 59대와 용선(대여 운영) 24대, 총 83대로 전체 125대의 약 70%다. 이러한 컨테이너선은 대내외 경기 영향을 많이 받으며, 운임 변동 폭도 크다.

현재 HMM은 SK해운의 탱커(원유운반)선과 LPG(액화석유가스)선, 벌크선 등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해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우선협상대상자로 HMM을 선정, 이르면 4월까지 최종 매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벌크선은 철광석이나 유연탄과 같은 원자재를 실어 나르며, 화주와 장기계약을 맺는 만큼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관세 위협이 계속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시점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으로 물동량이 늘었지만, 올해 들어 트럼프의 대대적인 관세 위협으로 교역량이 뒷걸음쳤다. SCFI 지수가 2024년 4분기(2257포인트)에서 2025년 1분기(2174포인트) 떨어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역시 2026년 국내 물동량을 올해 대비 5~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HMM이 기존 컨테이너선 의존도를 줄이고 벌크선으로의 사업 다각화에 나선 이유다.

HMM은 SK해운 일부 사업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2조 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MM의 단기금융상품 포함 현금성 자산은 총 14조3422억 원이다. HMM의 곳간이 넉넉한 만큼 SK해운을 인수할 경우 현재 10%대 불과한 벌크선 사업 비중을 더 키울 수 있다.

HMM 신임 대표로 내정된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 /사진=LX판토스

HMM 신임 대표로 내정된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 /사진=LX판토스



HMM의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33.73%(2억9719만9297주) 지분을 보유했다. 이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율 33.32%(2억9359만859주)로 2대주주다. 두 정부기관의 보유 주식만 약 6억 주, 지분율 총 67.05%에 달한다. 전년 기준 지분 총합 57.88%보다 약 10%포인트 증가한 규모다. 두 기관이 영구채 보유분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지분이 각각 9000만 주, 1억 주 가량 늘었다. 올 4월까지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두 기관의 지분율은 71.69%로 더 불어난다.

향후 해운업황이 개선된다면 HMM의 몸값도 함께 뛸 전망이다. HMM의 민영화를 추진하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초 하림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된 뒤, 매각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HMM 시가총액이 18조 원을 넘어선 만큼 양 기관의 지분 가치는 약 13조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매각가는 최대 20조까지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하림그룹이 제시한 매각가 6조4000억 원보다 3배 많은 금액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로 구성된 HMM 경영진 추천위원회는 지난달 HMM 새 수장으로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를 내정했다. 최 전 대표는 CJ대한통운 부사장을 역임한 후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LX판토스를 이끈 인물이다. LX판토스는 LX그룹의 해상, 항공, 철도 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물류 자회사다. HMM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최 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 경우 최 전 대표는 향후 2년간 HMM의 키를 쥐게 된다.

앞서 LX그룹은 지난 2023년 하림그룹, 동원그룹과 함께 HMM 매각에 뛰어든 바 있다. 이에 LX그룹이 HMM 매각에 다시 한번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HMM의 자산이 34조에 육박하고, 시총이 20조에 근접하는 만큼 민간으로의 매각은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게 중론이다. 국내 기업 중 인수합병(M&A)으로 20조 넘게 투입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 전 대표는 트럼프 2기로 촉발한 대내외 불확실성과 SK해운 인수 작업, HMM 매각 추진 등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HMM의 항로가 어디로, 어떻게 열릴지 주목된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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