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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불신·이혼·자살까지…불법사채에 무너진 서민 가정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0 18:00 최종수정 : 2026-08-26 07:28

40대·극저신용층 불법사금융 피해 집중
서민금융硏 저신용자 977명 추적 설문
단순 자금지원 넘어 '가족치유 패키지'
“사회 차원 복합적 구제책 마련 시급”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불법 사채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제적 몰락의 단계를 넘어 서민 가정을 뿌리째 흔드는 상황이다. 불법 사금융의 칼날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해체하는 양상으로 번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원장 조성목)이 최근 3년간(2023~2025년)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저신용층 977명을 대상으로 추적 설문한 무기명 비대면 온라인 실태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 3명 가운데 2명(66.7%)이 "사채 이용 후 가족관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과 파괴를 겪었다"고 답했다.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잡은 수단이 가정을 파괴하는 올가미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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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와 극저신용층이 최대 표적

서민금융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계 경제활동의 중추로 가정을 책임지는 세대인 40대(42.1%)가 불법 사금융의 최대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로 40대는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등 고정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신용 저하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40대 가장들은 불법사금융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피해의 여파는 더 심각하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40대 응답자 가운데 83.3%가 "가족관계에 파괴적인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가계 경제의 중추가 흔들리면서 가정 자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진 것이다.

신용등급별 불법 사채 분포는 하층으로 갈수록 커진다. 신용등급 9~10등급에 해당하는 극저신용층이 전체 불법사채 이용자의 40.3%를 차지했다. 이들 중에 82.6%는 가족관계 붕괴를 호소했다. 금융시장의 하단에 위치한 취약계층일수록 사채업자의 악질적 추심과 불법 고금리의 직접적인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고, 그 고통이 배우자와 자녀들에게도 전가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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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못믿어" 가정파탄 도미노

불법 사금융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메커니즘은 파괴적이다. 사채업자들의 악질적인 협박과 불법 추심은 채무 사실을 어떻게든 가족에게 숨기려는 채무자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파고든다. 비밀이 탄로나거나 추심이 가족에게 미치는 순간, 수십 년간 쌓아온 가정 내의 신뢰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피해 유형을 묻는 질문에 '가족 간의 불신 심화'가 66.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이 시사하는 바다.

이 같은 가족 간 불신의 골이 매년 깊어지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연도별 비교 추이 조사결과를 보면 "가족 간의 불신이 커졌다"는 응답이 2023년 50.0%에서 2024년 56.2%, 2025년 66.7%로 3년 새 16.7%포인트 늘었다. 서민금융연구원 측은 사채 시장의 추심 기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가족을 압박하는 강도가 세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가족 간 신뢰가 붕괴된 이후는 가정파탄이 도미노 현상으로 따라간다. 신뢰가 깨진 뒤에 부부간 잦은 다툼(15.6%), 이혼(8.9%), 가족 가출 및 자녀 방치(6.7%) 순으로 가정 해체의 징후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족 중 가출한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2023년 2.5%에서 2025년 6.7%로 2배 이상 늘었다. 자살을 시도했다는 응답도 2025년 2.2%에 달했다. 불법 사채 문제가 개인의 재무적 파산을 넘어서 생존과 가정공동체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심리적·사회적 흉기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족 불신·이혼·자살까지…불법사채에 무너진 서민 가정

지인까지 삼키는 '연쇄 파산' 늪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기 전에 거치는 정거장이 있다. 바로 친인척과 친구 등 '사적 네트워크'다. 서민금융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한 저신용층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가족 및 친인척,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았다'는 비율이 34.0%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사적 자금 융통이 구원투수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변 지인에게 빌린 돈을 '전액 상환'하는 데 성공한 비율은 31.8%에 불과했다. 일부만 갚았거나(35.7%) 아예 상환하지 못하는(32.6%) 비율이 68.3%에 달했다. 지인에게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하면 연쇄적 파산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돈을 빌려준 친척과 친구 역시 넉넉하지 못한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한 사람의 채무 불이행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준 사람의 재정적 타격으로 이어지고 또다른 불법 사금융 이용으로 이어지는 '동반 몰락'과 '연쇄 파산'을 빚는 모양새다. 취약계층의 위기가 서민 생태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와 신뢰 파탄으로 전이되는 셈이다.

단순 지원 넘어 '가족치유 패키지' 시급

서민금융연구원은 사채 피해가 경제 영역을 넘어 복합적 사회병리 현상으로 진화했다고 진단한다. 단순한 금융공급 위주의 대책이나 소액 서민정책자금 대출지원 방식만으로는 현재의 광범위한 가정 붕괴와 사채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설문 결과는 우리 서민 경제의 근간인 가정공동체가 불법 사채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며 “불법 사채 문제를 풀기 위해 금융과 복지, 행정을 융합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채로 인해 주민등록까지 말소 당해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된 채 인공위성처럼 떠도는 저소득 서민층 문제를 단순한 금융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채무 조정과 재무 컨설팅을 지원할 때 단순한 금전 지원을 넘어 가족단위 상담, 복지 서비스, 정신건강 치유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불법 사채로 무너진 가정을 복원하고 서민들의 삶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민금융연구원 측은 정부가 단순한 정책자금 대출 늘리기에 앞서 실질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위해 한국대부금융협회 등을 통한 불법사금융 이용자채무조정상담 등 피해자 구제 프로그램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불법사금융 피해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는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 가정 붕괴를 막기 위한 ‘통합적 사회안전망' 구축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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