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개월 남은 황석희 사장 거취도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최근 우리카드의 진로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금융권 내·외부에서는 우리카드의 부실이 심각해 최악의 경우 은행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시장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경영진을 문책하는 정도로 매듭을 짓는 게 낫다는 의견도 비등하다.
우리금융으로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연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증자에 대한 책임과 함께 우리금융그룹의 동반 부실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시 통합을 하자니 현 시장상황에서 어려움이 많다.
애초 카드 부문을 분사했던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면서 우리금융 측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2월 옛 평화은행과 우리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합쳐 출범했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연체율이 18.1%까지 오르고 불법 대환대출 의혹 등 부실이 심각해지자 우리금융으로서는 우리카드의 처리가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우리카드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2000억원을 증자한데 이어 9월말에 6400억원을 추가 증자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증자로 일단은 우리카드의 부실을 일부분 털어내고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증자는 우리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과 대여금 회수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론 공적자금의 성격이기 때문에 금융권 내·외부에서 많은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카드의 부실이 증자를 통해서 간단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금융이 공적자금의 성격을 지닌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는데도 우리카드가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되지 못한다면 우리금융 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 또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카드가 이렇게 까지 부실화된 데에는 우리카드 경영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실제 현 우리카드에는 옛 평화은행, 우리은행 당시의 은행장 및 임원이 대거 영입됐다.
카드사업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인데도 대부분 비 전문가가 현 우리카드를 이끌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몇몇 임원들은 인사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당시 금융권 내·외부적으로 은행 임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결과적으론 퇴임 직원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회사 부실을 가속화시키는 등 현 우리카드의 경쟁력 약화의 주 요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문책성 인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우리금융 측도 조만간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석희 사장의 경우 지난 2001년 3월에 임기가 시작돼 다음해 3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 자리를 대체할 사람이 있느냐도 우리금융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연임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실제 연임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우리카드를 ‘버리자니 아쉽고 가지고 가기엔 부담이 되는’ 계륵인 셈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