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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실어 나르던 현대글로비스, 화장품·음반까지 운송하는 이유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8 15:05

에이피알 화장품·SM엔터 음반 항공운송 계약 수주
가볍고 비쌀수록 마진 높아…수요도 뒷받침
글로벌 포워딩 부문 계열 비중 2023년 80%→2030년 40% 목표
영업이익률, 25년 2Q 7.2%→26년 2Q 5.7%로 하락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진=현대글로비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진=현대글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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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에이피알과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항공운송 계약을 수주했다. 에이피알 화장품은 미국 LA·영국 런던·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으로, SM엔터 음반은 미국 시카고 등으로 나간다.

자동차만 나르던 현대글로비스가 화장품과 음반도 배달한다는 얘기다. K-컬처 수출에 나서는 것이다. 다른 의미도 있다. 계열사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 체질을 바꾸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또한 화장품과 음반은 글로벌 수요도 뒷받침되는 만큼 사업 확장에 유리한 품목이다.

가볍고 비쌀수록 고마진…규제 강할수록 진입장벽 높아

현대글로비스는 에이피알과 SM엔터테인먼트에서 각각 화장품과 음반을 받아 해외로 운송한다.

항공운임은 무게 또는 부피중량 기준으로 매겨지는 만큼, 항공포워딩 사업이 마진을 내려면 '가벼운데 비싼' 화물이 필요하다. 화장품과 음반은 부피 대비 단가가 높고, 파손·유출에 민감해 정시성과 환경관리가 중요한 화물이다. 해상운송보다 운임은 비싸지만 배송이 빠르고 온·습도 관리에 유리한 항공운송 장점이 그대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현대글로비스도 화장품은 누수·충격 방지 포장과 위험물 포장 기준을, 음반은 다단 적재 금지와 발매 전 보안 유지 지침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다루기 까다로운 화물일수록 항공 특유 정밀 관리 역량이 필요하고, 그만큼 운임에 더해질 수 있는 부가가치도 커지는 것이다.

화장품 수출에는 국가별로 다른 규제도 따라붙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정과 유럽연합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등을 모두 충족해야 통관과 판매가 가능하고, 향수·에어로졸류는 항공 위험물로 분류돼 별도의 취급 절차가 필요하다. 음반도 신보 발매 전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엄격한 보안관리가 요구된다.

이런 복잡성은 소형 물류업체에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만, 통관·보세보관·특송 인프라를 이미 갖춘 대형 종합물류사 입장에선 오히려 경쟁자가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규제 대응력과 다품종 소량 화물을 빠르게 처리하는 풀필먼트 역량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영역이라,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만큼 저가 경쟁에서 자유로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 분기별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현대글로비스, 네이버증권

현대글로비스 분기별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현대글로비스, 네이버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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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늘어도 갈수록 줄어드는 이익률

현대글로비스 영업이익률은 사업 진입 난도가 높더라도 고수익 화물을 확보해야 할 만큼 점차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분기별 매출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분기별 매출액은 2025년 1분기 7조2234억 원, 2분기 7조5160억 원, 3분기 7조3550억 원, 4분기 7조472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분기 7조8127억 원, 2분기 8조7054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8%,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11.4%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아직 제자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5년 1분기 5019억 원에서 2분기 5389억 원까지 오른 뒤, 3분기 5240억 원, 4분기 5082억 원으로 줄었고, 올해 1분기 5215억 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2분기 다시 4950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로 환산하면 2025년 2분기 7.2%에서 올해 2분기 5.7%로 1년 사이 1.5%포인트 낮아졌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1%, 직전 분기보다도 5.1% 줄어, 매출 증가율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매출은 느는데 이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 고마진 화물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내부거래율 낮추기 위한 카드

비계열 화주 확보는 회사 차원에서 제시한 오랜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글로비스 내부거래율은 2023년 76.4%에서 2024년 76.1%, 2025년 76.0%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엔 75.1%로 서서히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 가운데 75% 이상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포워딩 사업은 전체 사업보다도 계열사 거래 의존도가 더 높았다. 2024년 CEO 인베스터 데이 자료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글로벌 포워딩 사업은 2023년 기준 계열 물량이 80%로, 비계열 물량은 20%에 불과했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2030년까지 이 부문의 계열 비중을 4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이번 화장품·음반 계약은 이 목표를 향한 구체적 실행 사례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서 부는 K-컬처 훈풍

최근 수출 실적은 실제로 이런 선택을 뒷받침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58개국 대상 화장품 수출액은 2조3113억 원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북미 수출액(2조2738억 원)을 넘어섰다. 한류 열풍이 그동안 미국 중심으로 불었지만, 유럽까지 확산된 것이다.

같은 기간 K팝 음반 글로벌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382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미국향 수출액이 110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두 품목 모두 K-컬처 확산과 맞물려 실적이 늘어났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대와 맞물려 항공 포워딩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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