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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품’이 영 마뜩잖은 KAI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4 00:00

“한화 위주로 공급망 재편돼
국내 방산생태계 위축” 우려
중복부문 ‘구조조정ʼ 불안감도

▲ 김종출 KAI 대표

▲ 김종출 KAI 대표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 KAI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수 의도’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 꾸준한 장내매수를 통해 KAI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한화 행보에 대해 “수익성도 크지 않은 회사를 왜 가지려고 하느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KAI 노조는 “경쟁사의 경영 참여 시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지분 16%까지 확대한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일 KAI 지분을 15.89%(1549만353주)로 늘렸다. 이는 직전 대비 1.25%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상장사 기준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기준선인 15%를 넘긴 것이다.

이에 한화는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한화 측은 “2대 주주로서 협력 확대를 위해 KAI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26.41%)이다.

한화가 KAI 경영권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 규정상 시장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일반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심사 기간은 기본 30일에 최대 90일 연장이 가능해 총 120일까지 걸릴 수 있다.

한화는 지난달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오는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인공지능) 산업에 55조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주 발사체에 23조 원, 한화시스템이 초저궤도 SAR(합성개구레이더)위성과 우주AI데이터센터 등에 20조 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약 10조 원을 투입하는 국방AI데이터센터 구축까지 더하면, 발사체부터 위성까지 자체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그림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KAI 지분 매입과 관련해 “한국의 우주 주권 확보와 자주국방, 수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결정”이라며 “육·해·공·우주 등 통합 솔루션을 갖춘 국가대표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글로벌 순위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규모의 경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계 100대 방산 기업 순위 기준 21위에 올라 있다.

KAI “LIG D&A 등 경쟁서 밀릴 것”

KAI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경우 한화 측 의도대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지 KAI 측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특히 한화와 KAI 간 결합이 현실화할 경우 양사 간 사업 일부가 중복되는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KAI 측은 우려하고 있다.

한화는 KAI에 항공기 엔진과 전자장비를 납품하는 공급사다. 동시에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SAR위성 사업은 KAI 초소형위성체계 분야와 영역이 겹친다.

KAI 관계자는 “공급사이면서 사업 영역이 겹치는 구조”라며 “중복되는 분야를 정리한다면 어느 쪽을 정리할지 뻔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KAI에 부품을 공급하는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등 협력업체들이 한화 계열사와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KAI 관계자는 “공급망이 한화 중심으로 재편되면 국내 방산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한화 계열사에서 생산한 제품만 활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완성품에 대한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KAI 노조도 이 지점을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항공 분야에서는 한화가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 우주 분야에서는 직접 경쟁하는 업체라는 이중적 지위를 문제 삼았다.

KAI 측은 두 회사 성장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화는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온 반면, KAI는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한화는 앞서 2020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선언했다가 수익성 문제로 접은 전례가 있는 만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KAI를 언제까지 계열사로 유지할지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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