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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빌 게이츠 기업’ 美 테라파워 SMR 핵심 기자재 제작한다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4 11:53

제작성 검토 계약 1년 8개월 만 성과
원자로 보호용기·지지구조물·내부구조물 3종

미국 와이오밍주(州)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미국 와이오밍주(州)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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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원자력 스타트업 테라파워(TerraPower) 소형모듈원전(SMR) 초도호기에 들어갈 핵심 기자재 3종을 만든다. 2024년 12월 제작성 검토 계약을 맺은 지 약 1년 8개월 만에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는 본계약을 따낸 것으로, 미국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 상업 규모 건설 단계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 기자재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고 14일 밝혔다. 제작 대상은 원자로 보호용기(Reactor Guard Vessel), 원자로 지지구조물(Reactor Support Structure), 원자로 내부구조물(노심동체구조물) 등 원자로 주기기 3종이다. 이들 기자재는 원자로 압력용기를 둘러싸고 지지하며 내부 핵심 부품을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원자로는 소듐냉각고속로(SFR)로 불리는 4세대 원자로다. 기존 경수로가 물을 냉각재로 쓰는 것과 달리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해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용융염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결합해 필요할 때 출력을 최대 500MW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력 수요가 낮을 때는 열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저장된 열로 추가 발전을 하는 구조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성을 보완할 차세대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회사로, 이 같은 SFR 설계 기술을 보유한 4세대 원자로 개발사다.

지난 2024년 12월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초도호기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실제 제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를 다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기간 두산에너빌리티는 설계 개선사항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제작 발주가 가능한 수준까지 설계 성숙도를 끌어올렸다.

기자재가 투입될 첫 발전소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Kemmerer)에 들어선다. 이는 출력 345MW급 첨단 원자로로, 미국에서 상업 규모 건설 단계에 진입한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첨단 원전 확대 정책 지원을 받고 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허가를 받은 뒤 지난봄 착공에 들어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는 기자재는 이 초도호기의 적기 건설과 상업운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사장은 "이번 제작 계약은 테라파워와 다년간 쌓아온 긴밀한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됐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한편, SMR 제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외에도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 미국의 다른 SMR 개발사들과도 기자재 제작 협력을 이어가고 있어, 이번 계약이 특정 원전사에 대한 단발성 수주가 아니라 미국 SMR 시장 전반을 겨냥한 파운드리(위탁 제작)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운드리는 설계 업체가 제시한 사양에 맞춰 부품이나 주요 기자재를 대신 제작해주는 사업 형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늘어나는 SMR 기자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남 창원에 SMR 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완공 시 연간 20기 규모의 기자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 발표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방한 일정에 맞춰 발표됐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이번 방한 기간 중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도 만나 SMR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SMR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 공장을 거점으로 원자로 압력용기부터 내부구조물까지 제작하는 노하우를 축적해온 만큼 이번 계약을 계기로 추가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테라파워는 케머러 초도호기 외에도 SMR 추가 보급을 위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해외에서도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한국 중공업 기업이 미국 4세대 원전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는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수로 중심이던 한국 원전 산업이 나트륨 냉각 방식의 4세대로 기술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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