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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 ‘비평 사각지대’ 아파트를 뜯어본다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0 06:00 최종수정 : 2026-08-10 07:30

서울건축포럼, '한국건축비평' 시즌2 개최
25일 정림건축 김정철홀서 2차 특별세션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서울건축포럼(SAF)이 오는 25일 서울 중구 정림건축 김정철홀에서 '한국건축비평' 시즌2 ‘2차 특별세션’을 개최한다.

"아파트, 건축비평의 대상인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건축가들은 민간·공공 아파트에 대한 건축비평에 나서 한국형 아파트 생산체제를 입체적으로 진단한다.

이번 특별세션의 문제의식은 3개의 주제발표-'아파트 비평 부재', '지위 기호로서의 아파트 입면', '아파트 관여자-에 압축돼 있다.

건축 비평의 사각지대 ‘아파트’

박인석 전 명지대 교수는 아파트단지의 공공 부재와 빌라 동네의 공공 결핍을 ‘아파트 비평 부재’라는 틀로 다룬다. 주택연구소를 거쳐 명지대에서 일한 박 전 교수는 아파트단지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일상생활공간에서의 공공영역 강화를 겨냥한 실천에 집중해 왔다. 그는 한국공동주택계획의 역사·아파트 한국사회 등을 집필했고, 의왕청계지구 기본계획·고덕강일지구 도시설계·3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공모기획 등 실무 경력을 두루 갖췄다.

박 전 교수는 “아파트단지의 공공성 부재, 빌라 동네의 공공성 결핍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상식이 된 지 오래"라며 "문제의 해소-완화-변화를 향한 힘의 결집을 기대할 수 있는 사안인데 이를 외면하면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100여건 이상 주거와 도시설계 공모에 참여해 세종시 첫마을, 연세대 송도캠퍼스, 오송바이오밸리 등 마스터플랜을 짠 함인선 건축가는 ‘지위 기호로서의 아파트 입면’이란 주제로 하이엔드 민간 아파트에서 읽히는 한국 후기 자본주의적 경향을 진단한다. 함 건축가는 디에이치(THE H)·아크로(ACRO)·르엘(LE-EL) 등 고급 브랜드 아파트 외관이 희소성을 나타내는 마감과 비반복적 패턴, 톤온톤 배색으로 꾸며지는 현실에 대해 배타성을 분석한다.

그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차별화한 입면이 표준화된 평면을 은폐하는 장치로 과장된 옥탑과 문주 등이 계급적 차이를 나타내는 기표가 된다”고 진단한다. 건설사가 브랜드 보유자, 상품기획자이자 금융 제공자인 한국형 아파트 생산체제에서 이같은 경향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아파트 설계에 많이 참여했던 이민아 건축가는 ‘아파트 관여자’라는 제목으로 민간·공공 아파트 건축에 대한 건설업자와 학자, 발주자, 유통자의 시각을 교차적으로 분석하며 비평에 나선다.

이 건축가는 “아파트를 설계한다는 것이 '업자1'(설계자)에게는 무지한 도전이고, '업자2'(영업·기획자)에게는 영업의 주종목”이라며 "아파트를 건축물로 대우하는 아파트 관여자는 업자1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업자2, 학자, 발주자, 유통자에게 언제 한번이라도 아파트가 건축인 적이 있었던가"라고 묻는다.

왜 지금 '아파트 비평'인가

한국 건축비평 담론에서 아파트는 오랫동안 '건축'이라기보다 '부동산'으로 취급돼 왔다.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 형태지만 정작 건축계 담론장에서는 단지 설계나 입면 디자인이 진지한 비평의 대상으로 다뤄진 사례가 많지 않다. 이번 특별세션의 타이틀 자체가 "아파트, 건축비평의 대상인가?"라며 물음표를 붙인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입면을 계급적 기호로 해석하려는 시도다. 함인선 건축가는 부르디외의 '취향', 보드리야르의 '기호가치',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 개념을 끌어와 디에이치(THE H)·아크로(ACRO)·르엘(LE-EL)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외관 전략을 "표준화된 평면의 은폐장치"로 규정했다. 이는 건설사가 시행·시공뿐 아니라 금융까지 결합한 한국형 개발 구조 속에서 아파트 디자인이 순수한 건축적 판단보다 마케팅 논리에 종속돼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담긴 것이다.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건설업계 내부자를 '업자1·업자2' 구도로 분류해 분석한 것이다. 이민아 건축가는 설계자를 뜻하는 '업자1'과 영업·기획·시행 쪽 인력을 뜻하는 '업자2'를 대비시켜 정작 아파트를 건축물로서 진지하게 대우하는 쪽은 설계자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국내 아파트 개발 생태계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읽힌다. 이 건축가는 여러 공공주택 설계 용역을 받았다가 사업승인후 계약해지되거나 법원 공탁으로 귀결되면서 공공발주 체계에서 설계자 지위가 취약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화제성 담론 넘어 건축계 구조문제 진단

서울건축포럼은 2025년 '한국건축비평의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시즌1에서 4번의 세션을 진행했고 올해 열린 시즌2가 열리고 있다. 시즌별로 건축가 비평과 주제 비평을 번갈아 진행한다. 스타 건축가 중심의 화제성 담론을 넘어 한국 건축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려는 의도다.

이번 특별세션처럼 '아파트'라는 그동안 진지한 비평 대상에서 비켜나 있던 주제를 정면으로 끌어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특별세션은 시즌2의 두번째 토론회이며 오는 11월 3차 세션으로 이어진다.

이번 특별세션을 주관하는 서울건축포럼 산하 '한국 건축비평의 회복 위원회’ 민서홍 공동위원장은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한국건축의 내실을 다지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건축가 발굴과 조명이 목표”라며 “한국건축에서 아파트의 위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초대한다”고 밝혔다.

특별세션 참가 신청은 서울건축포럼이 배포하는 구글폼 링크나 공식 포스터에 삽입된 QR코드를 통해 오는 14일까지 할 수 있다.
서울건축포럼(SAF)이 오는 25일 개최하는 '한국건축비평' 시즌2 '2차 특별세션’포스터

서울건축포럼(SAF)이 오는 25일 개최하는 '한국건축비평' 시즌2 '2차 특별세션’포스터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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