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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연가곡, 발레·연극과 만나 무대 오른다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14 17:18

구로문화재단 창작음악극 ‘시인의 사랑’ 초연
8월13~14일 오류아트홀서 피그엔터 공동주관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이 성악·발레·연극·피아노 실연과 어우러져 한 편의 무대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구로문화재단은 피그엔터테인먼트와 공동주관해 오는 8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오류아트홀에서 창작 음악극 ‘시인의 사랑’을 초연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지난 2022년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음악극으로 재해석해 클래식 음악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던 연출가 김문의 두 번째 '클래식 극화' 시리즈다.

슈만 연가곡, 발레·연극과 만나 무대 오른다
연극 ‘레미제라블’ 음악감독과 오페라 ‘토스카’ 연출,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연출 등을 거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어온 김문 연출가는 이번에도 독일 예술가곡이라는, 대중에게는 다소 문턱이 높았던 장르를 무대 언어로 확장하는 실험을 이어간다. 협력연출과 안무는 박철중이 맡았다.

‘시인의 사랑’Op.48은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연가곡이다. 성악 독창회의 단골 레퍼토리이면서도 독일어 가사와 연가곡 특유의 형식 탓에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엔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음악극은 이 곡이 탄생한 배경 자체를 극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슈만은 왜 이 곡을 썼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사랑과 집착, 영감과 광기가 뒤엉킨 한 예술가의 내면을 하나의 서사로 풀어낸다.

이번 작품은 슈만이 발레 「지젤」의 주역 무용수 막달레나를 목격한 뒤 그녀에게 매료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사랑은 이내 그의 내면 속 '영감'과 결합하며 질투와 집착으로 변모하고, 막달레나가 건넨 토슈즈와 아내 클라라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 그리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노래가 서로 얽혀 들며 예술적 욕망과 그 이면의 잔인함을 드러낸다.

무대는 막달레나의 세계(발레), 클라라의 세계(피아노), 슈만의 세계(피아노·성악·연극) 등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되된다. 모든 음악이 녹음이 아닌 무대 위 실연으로 채워진다는 점이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출연진 구성도 장르 융합이라는 작품의 지향을 뒷받침한다. 오스트리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배우 백지운이 슈만 역을, 발레리나 김다은이 막달레나 역을 맡았다. 성악 아티스트 김훈오가 '슈만의 영감' 역으로 ‘시인의 사랑’ 전곡을 노래한다. 이유청이 막달레나의 발레 파트너 요나스 역을, 김동일이 슈만의 스승이자 클라라의 부친인 비크 역을 소화한다.

클라라 역의 피아니스트 황수지는 극 전체의 서사를 이끄는 실연 반주를 맡았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대중적으로 소개해온 '클래식 크리에이터'로 아이돌 그룹 아일릿 멤버의 사촌 언니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음악적으로는 ‘시인의 사랑’ Op.48을 중심축에 두고,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Op.58 4악장과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등을 함께 배치해 인물 간 관계와 슈만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공연의 핵심 오브제는 막달레나의 토슈즈다. 사랑의 증표였던 토슈즈가 슈만의 집착으로 훼손된 뒤 막달레나와 클라라의 손을 거쳐 결국 피아노 위에 놓이기까지의 여정이 극 전체의 감정선을 이끈다. 무대 양쪽에 배치된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 역시 클라라와 슈만 두 세계의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음악극 제작진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가곡 해설 무대나 클래식 콘서트를 넘어선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악과 발레, 피아노, 연극이 각자의 전문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충돌하고 결합하는 방식이어서다. 관객이 리플렛이나 자막에 의존하던 기존의 클래식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 드라마와 발레, 음악이 함께 빚어내는 서사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슈만의 음악에 다가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은 ‘겨울나그네’에 이어 독일 예술가곡을 국내 관객에게 보다 입체적으로 전달하려는 두 번째 시리즈로 클래식 음악극의 가능성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 음악을 무대 서사로 확장하는 시도는 최근 몇 년 새 국내 공연계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성악 독창회라는 형식이 갖는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원곡이 지닌 예술적 밀도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장르 융합 작업은 연출력과 캐스팅 모두에서 세심한 균형 감각을 요구한다.

‘시인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갈지는 결국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클래식과 발레, 연극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려는 시도 자체는 국내 공연 시장에 던지는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할 만하다.

공연은 8월 13일과 14일 오후 7시 30분 오류아트홀에서 각 1회씩 총 2회 열리며, 예매는 구로문화재단 홈페이지와 NOL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구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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