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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선언한 KT, 공공·국방서 AI 반전 꾀할까

정채윤 기자

cy@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10 10:41 최종수정 : 2026-07-10 11:18

박윤영 KT 대표, 18조 원 투입…‘공공·안보’서 돌파구 마련
‘믿:음’ 부진과 국책 탈락 잔혹사, 1조 원대 군 인프라로 반전
팔란티어 협력 실익 챙기되 ‘외산 종속·데이터 주권’ 방어 숙제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AX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채윤 기자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AX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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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범용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고전해 온 KT가 18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국방 AI 전환(AX)’을 새 돌파구로 낙점했다. 보유 중인 군 통신망 자산과 국산 양자보안 기술로 진입장벽을 쌓고, 미국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으로 전장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해외 플랫폼 의존에 따른 데이터 주권 잠식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향후 시장 안착의 과제로 꼽힌다.

과거 혼선 딛고 도약 선언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박윤영 KT 대표는 ‘AX 플랫폼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정보보안 및 IT 고도화(4조 원), 네트워크(8조 원), AI 인프라 확충(6조 원) 등 총 18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공공 부문을 겨냥한 ‘소버린 AI(주권형 AI)’ 공급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박윤영 대표가 공공·안보 중심의 대규모 AX 인프라 투자 로드맵을 구체화한 것을 두고 성장 엔진 다변화를 위한 승부수로 평가하고 있다.

KT 최근 3개월간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KT 최근 3개월간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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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 주가는 6월 하순 5만700원을 기록한 뒤 반등해 현재 5만6000원 선에서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8조 원 규모의 대형 청사진이 본격 가동되면 중장기적인 주가 재평가와 반등 흐름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 이면에는 풀지 못한 숙제도 산적해 있다. KT에 있어 AI는 그동안 투자 규모 대비 상용화 성과가 미진했던 대표적인 사업 영역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생성형 AI 붐을 타고 대중적인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KT의 AI 전략은 심한 혼선을 겪었다.

지난 2023년 김영섭닫기김영섭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 시절 KT가 선보였던 2000억 파라미터 규모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믿:음 1.0’은 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상업적 성과나 지배력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부터)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24년 7월 파트너십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사진=KT

(왼쪽부터)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24년 7월 파트너십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사진=KT

이듬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와 5년간 대규모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체결하며 외산 기술을 활용한 소버린 AI·클라우드 구축으로 방향을 대대적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정부 주도 국산 초거대 AI 연합전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5개 정예팀 승선 실패라는 부진으로 이어졌다. 외부 기술 의존도가 높고 자체 개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국책 과제에서 소외되자, KT는 소형언어모델(sLLM) ‘믿:음 2.0’, B2B 기업용 모델 ‘믿:음K 2.5 프로’ 등을 내놓으며 투트랙 전략을 가동해왔다.

국방 AX 블루오션, 국산 양자보안으로 장벽 구축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AX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채윤 기자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AX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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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상용 AI 시장에서 누적된 전략적 열세를 타개하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국방이다. 민간 시장에서의 범용 AI 경쟁 대신 고도의 보안성과 폐쇄성이 요구되는 국방 부문으로 방향을 틀어 만회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에서도 국방 AX 시장은 정부가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핵심 기치로 내걸면서 급성장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군사 기밀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국방 부문은 외국산 AI 모델이나 개방형 클라우드에 의존할 수 없어 통제 가능한 보안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왼쪽부터)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 김승주 국방혁신기술보안협회장, 안창용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이 지난 1월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방 AI 리더스 포럼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AI리더스포럼

(왼쪽부터)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 김승주 국방혁신기술보안협회장, 안창용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이 지난 1월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방 AI 리더스 포럼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AI리더스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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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군 특화 AI 모델 발굴을 위해 올해 1월 ‘국방 AI 리더스 포럼’을 결성하고 국방혁신기술보안협회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안보 도메인 선점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T가 국방 AI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신하는 배경은 그동안 쌓아온 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국산 기술 중심의 사이버 안보 역량에 있다.

국방 AI는 전장 데이터 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외부망과 분리된 내부 폐쇄망과 전용 데이터센터 환경 내에서 알고리즘이 직접 구동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KT는 이미 군의 핵심 신경망인 국방광대역통합망(M-BcN) 구축·운영 사업을 7000억 원 규모로 수행 중이다. 해상위성 통신체계(900억 원)와 5G 무선 인프라(200억 원) 사업도 도맡아 왔다. 여기에 AI 전장 지휘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게 될 15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 구축까지 완료하며 하드웨어 기반을 사실상 선점했다.

KT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퀀텀코리아 2026’에 참가해 최첨단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사진=KT

KT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퀀텀코리아 2026’에 참가해 최첨단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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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KT는 최근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를 결합한 차세대 보안 기술을 국산화하며 보안 주권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외산 장비를 배제하고 자체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에 기술 이전을 완료했으며, 한국형 암호 알고리즘인 ‘아리아(ARIA)’를 적용해 보안 무결성을 높였다.

이러한 국산화 성과는 실제 국방부 사업 수주로 이어지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KT는 국방부와 손잡고 군의 드론, CCTV, 통합 관제 시스템 등 암호 체계를 PQC로 전면 전환하는 사업을 전개 중이다. 회사는 앞으로도 공공 기관, 기업과 협력해 양자 암호 통신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양날의 검’ 팔란티어 협력


KT의 국방 AI 고도화 전략에서 핵심 변수로 꼽히는 대목은 글로벌 국방 AI 선도 기업 ‘팔란티어’와의 협력 체제다.

KT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팔란티어의 최고 등급 파트너인 ‘프리미엄 파트너’ 지위를 확보했으며, 현재 금융 분야 등에서 데이터 통합 협력을 진행 중이다.

김영섭 KT 대표(오른쪽)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의 첫 CEO 회동을 진행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T

김영섭 KT 대표(오른쪽)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의 첫 CEO 회동을 진행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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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서는 양사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실전에서 검증된 팔란티어 AI 의사결정 플랫폼 기술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톨로지(Ontology) 기반 데이터 통합 구조를 KT의 국방 인프라와 결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군의 전장 지휘 체계를 획기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 플랫폼 협력 모델을 두고 국방 데이터 주권 잠식과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핵심 군사 기능과 지휘 의사결정 체계에 비(非) 주권적 AI를 사용한다면 유사시 기술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윤영 대표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듯, AI 시대 KT의 포지션은 무대 위의 주인공이 아닌 파트너들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인프라 환경을 만드는 ‘조력자(Enabler)’의 역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AX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채윤 기자

박윤영 KT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AX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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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윤영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AX 플랫폼 컴퍼니는 무대 위에서 직접 연기하는 주인공 배우라기보다는, 무대와 조명을 정교하게 만들어 연기하는 배우가 한층 돋보이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이네이블러(Enabler·조력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KT는 향후 팔란티어 등 글로벌 기술 기업 및 국내 유망 AI 스타트업과의 생태계 협력을 넓혀갈 방침이다. 다만 핵심 안보 영역에서는 소버린 AI의 기술 자립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시장에서는 KT가 이 같은 ‘선택적 협력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사할지가 국방 AI 사업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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