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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OTT 감상하다 지갑 걱정 하는 날

정채윤 기자

cy@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23 05:00

소외와 피로감 사이 굴레에 빠진 이용자
플랫폼, 또다시 스스로의 가치 입증해야

▲ 정채윤 기자

▲ 정채윤 기자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고백하건대 기자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접하기 힘든 콘텐츠를 즐길 때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이 순진한 영화 애호가는 매달 12일 도착하는 카드 결제 문자를 보며 차가운 현실을 새삼 인식한다. 넷플릭스 1만7,000원, 왓챠 1만2,900원, 여기에 디즈니플러스와 쿠팡플레이까지.

OTT 구독료는 커피 몇 잔 값이라는 가벼운 수식어를 넘어 매달 챙겨야 하는 묵직한 생활비 일부가 됐다. 물가 상승과 맞물린 이른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지갑 사정을 압박하는 지경이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은 묘한 아쉬움이다. 시장 형성 초기 플랫폼들은 풍성한 콘텐츠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며 대중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었다.

소비자들은 그 매력적 제안에 기꺼이 응답했고, OTT는 어느새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는 필수 문화 향유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플랫폼 간 점유율 경쟁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OTT 기업들이 내실 경영과 수익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요금 체계를 개편하고 계정 공유를 엄격히 제한했다.

서비스에 이미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기업들 전략적 선택 앞에서 달라진 구독 환경과 가격 인상을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자물쇠 혹은 고착화로 일컬어지는 ‘록인(Lock-in) 효과’다.

게다가 특정 영화 한 편을 위해 월정액을 결제하거나, 이미 구독료를 내고 있음에도 최신작이라는 이유로 추가 결제(TVOD)를 요구받는 중복 과금 구조는 소비자에게 이중 부담을 안긴다. 이럴 때는 내 취향을 채우기보다 플랫폼 유지비를 분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업들은 ‘콘텐츠 제작비 상승’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쏟아지는 물량 공세 속에서 정작 이용자 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만한 가치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의문이다.

더 큰 고민은 이 굴레 안에서 느끼는 심리적 허무함이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수만 개 썸네일을 훑어보지만 정작 재생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 하염없이 스크롤만 내리다 잠이 드는 경우도 많다. 콘텐츠 바다에서 막상 손이 가는 건 없는 이 역설적 상황이 이용자에게 피로감을 더한다.

이런 하소연을 하다보면 “그럼 OTT를 끊으면 될 거 아냐”라는 소리를 듣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화제의 시리즈를 놓쳐 ‘포모(FOMO,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빠지는 불안 심리가 발목을 잡는다.

OTT 전성시대, 플랫폼과 이용자 간 관계를 새로운 국면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가입자를 늘리는 시대를 지나, 얼마나 이용자 만족을 유지하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매달 반복되는 결제가 ‘즐거운 문화생활’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고정 지출’로만 인식된다면, 궁극적으로 OTT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역시 요원할 수 밖에 없다.

포모 심리가 붙잡고 있는 이용자 인내심도 언젠가 유효기간에 닿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플랫폼은 가격 인상에 걸맞은 콘텐츠 질과 이용 편의성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입증해야 한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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