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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넷 1위라는 한국, 차세대 인터넷은 오히려 뒷걸음질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5 11:38

조경태 의원, APNIC Labs 측정 자료 분석 공개
IPv6 이용률 29%…세계 평균 43.7%에도 못 미쳐
일본·미국 절반 수준...베트남·대만·중국보다 낮아
6천억 차세대 인터넷망, 통신사 연결 끊겨 '반쪽'

초고속 인터넷 1위라는 한국, 차세대 인터넷은 오히려 뒷걸음질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세계 최고 수준 인터넷 인프라를 자부해 온 한국이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IPv6) 전환에서는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최근 1년 사이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경태 의원(국민의힘·부산 사하구을)은 아시아태평양인터넷주소관리기구(APNIC) 산하 APNIC Labs 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IPv6 이용률은 29.0%로 세계 평균 43.7%에 크게 못 미쳤다. 일본(61.9%). 미국(61.8%)의 절반 수준이고, 프랑스(85.7%), 인도(76.8%), 말레이시아(73.4%), 독일(73.0%), 베트남(64.4%), 대만(58.9%), 중국(49.8%)과 비교해도 낮다. 조 의원이 비교한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낮은 곳은 싱가포르(21.8%)뿐이었다.

IPv6는 현재 널리 쓰이는 IPv4의 주소 고갈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다. 기존 IPv4는 약 43억 개 주소만 만들 수 있어 2011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와 APNIC가 잇따라 고갈을 선언했다. 128비트 체계인 IPv6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주소를 제공하며,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급증하는 초연결 시대 필수 기반으로 꼽힌다.

한국의 IPv6 이용률은 1년 전 31.1%에서 2.2%p 떨어졌다. 세계 평균과의 격차도 2017년 12월 6.3%p에서 올해 14.7%p로 두 배 넘게 벌어졌다. 각국이 전환을 서두르는 동안 한국은 오히려 퇴보를 한 셈이다.

조 의원은 전환이 더딘 배경으로 통신사 간 연결 문제를 지목했다. 통신사 간 IPv6 상호접속이 완결되지 않으면 국내 이용자끼리 주고받는 트래픽도 해외 네트워크를 거쳐 되돌아오게 된다. 전송 경로가 길어지는 만큼 품질과 비용 측면의 비효율도 커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17년 상호연동이 완료되면 약 1000만 명의 서비스 품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정부와 업계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신 3사는 2012년 백본망과 인터넷교환망(IX)에 IPv6를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2017년 KISA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트래픽 정산시스템 개발 지원 협약까지 맺었다. 조 의원은 "업계에 따르면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통신사 간 IPv6 상호접속은 전 구간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IPv6 확산 로드맵에서 국가 전환 비용을 8215억 원으로 추산했고, 이 중 6139억 원이 2013년까지 투입됐다. 당시 국내 백본망의 IPv6 준비율은 94.7%, 가입자망은 68.9%였다. 망은 깔았지만 망과 망을 잇는 길이 끊겨 이용률이 30%를 밑도는 '반쪽 투자'에 머문 셈이다.

조 의원은 "수천억 원을 들여 깔아 놓은 차세대 인터넷 망이 서로 이어지지 않아 국내 트래픽이 해외를 빙빙 도는 것은 명백한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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