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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의 자본시장 코멘터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2배레버리지 상품의 유혹을 경계하며

서유석 전 금융투자협회장

기사입력 : 2026-07-07 07:00 최종수정 : 2026-07-07 12:01

[서유석의 자본시장 코멘터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2배레버리지 상품의 유혹을 경계하며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하 삼전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18종이 유가증권시장에 동시 상장됐다. 초기 설정 규모만 4조 3,227억 원에 달했고, 상장 당일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단 한 종목에 4조 3,881억 원의 거래대금이 집중됐다. 시장은 그야말로 블랙홀이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 연령대도 예상 밖이었다. 20대 청년층이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핵심 매매 세력은 40대 중장년층으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를 동시에 짊어진 이 세대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레버리지 상품의 문을 두드렸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나는 지난 40년간 자본시장에서 선물·옵션 등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많이 지켜봤다. 큰 돈을 번 사람도 있었지만, 한순간에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레버리지 없는 주식 투자에서도 성공 확률이 10%를 넘기 어려운데, 극단적인 변동성을 감내하며 레버리지로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는 굳이 추가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삼전닉스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한 당국을 탓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환류시키고 치솟는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절박한 명분이 있었다. 미국에는 테슬라 3배(TSLL)·엔비디아 2배(NVDL)가, 홍콩에는 삼전닉스 2배 상품이 이미 활발히 거래 중이다. 지난 6월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 직후 런던증권거래소에 'ELON'·'MUSK'라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할 만큼, 이 흐름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점점 확대해가고 있다.

다만 삼전닉스2배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하면서 당국이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접근 용이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다. 선물·옵션은 매우 위험한 상품이고 전문투자자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해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쉽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러나 ETF가 개인투자자들의 보편적 투자 수단으로 이미 자리 잡은 상황에서 삼전닉스레버리지 상품의 허용은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준 꼴이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의 장밋빛 전망, 국내외 증권사들이 앞다퉈 '50만 전자'와 '500만 닉스'를 외치는 환경에서 삼전닉스가 10% 오르면 20% 수익을, 100% 오르면 200%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한 산수에 어느 개인투자자가 혹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레버리지가 투자의 일상이 되는 건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

사회적 비용도 직시해야 한다. 하루에 20%씩 요동치는 호가창을 들여다보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투기적 시장에 몰입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땀 흘려 버는 근로의 가치는 점점 퇴색해 간다.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실패한 이들의 좌절이 쌓일 때, 그 후폭풍은 결국 공동체 전체에 돌아온다.

당국이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 전에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정말 고위험 투자의 극심한 변동성을 견뎌낼 강심장의 소유자인가. 하루아침에 재산이 반토막 나더라도 버텨낼 금융 체력이 있는가. 단기 트레이딩을 주업으로 하거나 앞으로 할 사람인가.

이 질문에 주저 없이 "예"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레버리지 상품 투자는 하지 않는게 좋다. 삼전닉스가 앞으로 50만 원, 100만 원을 간다해도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

이 세상 어떤 주식도 부침 없이 일직선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요즘처럼 삼전닉스의 하루 변동폭이 10%를 넘나드는 장세에서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조각배를 타고 폭풍이 몰아치는 태평양을 건너겠다는 무모한 도전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은

1988년 하나증권(전 대한투자신탁) 입사를 시작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35년을 걸어왔다. 1999년 미래에셋증권 입사 후 리테일사업부 대표, 퇴직연금사업부 대표를 거쳐 201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TIGER ETF 사업부를 이끌며 국내 ETF 시장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6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2022년 12월 퇴임했으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을 지냈다.

서유석 칼럼니스트/전 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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