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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확산에 한국 제조업 재평가론 확산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14 15:34

반도체에서 전력·조선·방산으로 확장…밸류업 정책이 변수

AI 인프라 확산에 한국 제조업 재평가론 확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한국 제조업 전반에 대한 ‘코스피 재평가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니라 AI 산업 확산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시장에선 한국 산업의 가장 큰 강점으로 ‘촘촘한 제조업 분업 체계’를 꼽는다. 미국이 플랫폼·소프트웨어 중심, 중국이 대규모 내수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면 한국은 반도체·소재·장비·부품·정밀 제조로 이어지는 고도화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AI 산업 확대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 전반의 연쇄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반도체 장비·소재·전력 인프라·냉각 시스템 등으로 수혜 범위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의 연계형 공급망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반도체에 집중됐던 국내 증시의 수혜 축이 최근에는 전력·전선·냉각·조선·방산 등 실물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망·변압기·전선·냉각 설비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변압기·전선 등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도 전력기기·전선·냉각 관련 업종이 새로운 AI 인프라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종과 조선·방산주 중심의 외국인 수급이 확대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실제로 관련 종목들은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단기 매매보다 산업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장기 투자 관점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산업 경쟁력 외에도 국내 증시 체질 개선 기대 역시 재평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베테랑 펀드매니저 출신인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역시 한국 산업 구조의 다양성과 분업 체계를 장기 경쟁력으로 바라봤다. 김 대표는 “한국은 산업 종목 수가 많고 밸류체인이 잘 구축돼 있어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경공업부터 중화학공업, AI 산업까지 세계에서 한국처럼 산업 기반이 폭넓게 형성돼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기업 밸류업 정책 역시 한국 증시 할인 요인을 완화할 변수로 평가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국 시장의 할인 요인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국내 증시 흐름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한동안 국내 증시는 ‘반도체 편중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선·방산·원전·전력망·금융주 등으로 수급이 분산되는 흐름을 보인다. AI 인프라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산업별 재평가가 진행되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조선업은 LNG선과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방산업종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확대와 각국 국방비 증액 흐름이 긍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력기기 업종 역시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의 대표적 수혜 분야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선 과거처럼 특정 업종 하나가 시장 전체를 끌고 가는 구조보다 공급망 내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지정학 리스크와 낮은 배당 성향,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 원화 변동성 등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 흐름을 반복해왔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자사주 소각 확대, 배당 강화 기조 등은 국내 증시 체질 변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이 본격화 될 경우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결국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 여부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경기 민감주 중심의 단순 순환매보다 AI·전력·방산·고부가 제조업 등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주도축 역시 반도체 중심에서 AI 인프라·전력·방산·고부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는 향후 국내 증시가 단순 지수 상승보다 글로벌 공급망 내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 중심으로 차별화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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