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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게임체인저’ 유리기판 대전…SKC vs 삼성전기 [대결! 일대다 (下)]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22 05:00

SKC, 전사적 역량 결집해 美서 양산화
삼성전기, 스미토모·동우화인켐 맞손

‘반도체 게임체인저’ 유리기판 대전…SKC vs 삼성전기 [대결! 일대다 (下)]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SKC와 삼성전기 등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패키징 분야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유리(글라스)기판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들 수요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 칩이 실장되는 토대로,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고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반도체 기판은 주로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고집적 반도체가 등장하면서 발열이 급증했고, 열에 취약한 플라스틱 기판은 이로 인해 휘어짐 현상인 워피지(Warpage)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리기판이 부상했다. 유리는 열 안정성이 높고 휘어짐에 강할 뿐 아니라, 미세 회로 형성이 가능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C는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유리기판 양산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SKC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유지한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3분기 미국 조지아 유리기판 양산 라인에서 첫 양산 샘플을 제작해 고객사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며 “현재까지 매우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SKC는 본격 양산을 앞두고 유리기판 사업을 이끌 리더십도 재편했다.

SK하이닉스 출신 강지호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부사장을 앱솔릭스 대표로 영입했다. 그동안 SKC 대표가 앱솔릭스 대표를 겸직해왔으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전담 경영체제를 구축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강지호 부사장은 인텔에서 약 15년간 반도체 공정·운영 경험을 쌓은 뒤 SK하이닉스에서 웨이퍼 공정 기술을 담당한 반도체 공정 전문가다. 인텔은 2010년대 초반부터 유리기판 연구개발을 선도해왔으나, 전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근 자체 사업을 중단하고 외부 조달로 전략을 전환했다. 앱솔릭스 입장에서는 경쟁자에서 잠재 고객이 된 셈이다.

SKC의 또 다른 강점은 유리기판 사업을 가장 빠르게 준비해왔다는 점이다. 2023년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 세계 최초로 유리기판 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은 유리기판 분야에서 유일하게 미국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대상에 포함됐다.

SKC는 양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공정 일부를 국내외 협력사와 분담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SKC가 2023년 인수한 ISC가 유리기판용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공개하는 등 사업 성공을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유리기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진 것은 삼성전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스미토모화학, 동우화인켐)과 유리기판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삼성전기는 삼성전자가 유리기판을 본격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8년을 목표로 상용화를 준비해왔다. 올해 2분기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글로벌 빅테크 수요를 검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 JV 추진으로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유리기판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유리에 미세 구멍을 형성하는 핵심 공정인 TGV(유리관통전극)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해 축적한 소재·부품 기술력도 강점이다. 이에 따라 전공정 일부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SKC가 유리기판 사업에서 채택한 분업 구조와 유사하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스미토모화학과의 협약식에서 “AI 시대 가속화로 초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스미토모화학이 축적해온 기술력과 동우화인켐의 실행력·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이번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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