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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 반도체 내재화의 중심 현대모비스 [미운오리새끼③]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9-21 17:19

SW가 지배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
통합형 차량제어장치 개발에 사활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황금알 낳을 핵심 비즈니스가 되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줄 알았으나 아직 ‘꿈나무’인 기업들.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 찬란히 비상할 사업들. 우리는 이를 <미운오리새끼>라 부르기로 했다. 미래 화려한 백조를 꿈 꾸는 미운오리새끼들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현대모비스가 다시 한 번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한다. 이는 소프트웨어(SW)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을 조립해 납품하는 기업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핵심이 될 수 있는 기회다.

"미래차는 전장부품 싸움" 반도체 개발 시도한 MK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지난 2012년이다. 전장부품사 현대카네스와 그룹 내 R&D(연구개발) 조직을 모아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현대오트론은 전자제어장치(ECU) 시스템 개발과 제어기에 탑재하는 차량용 반도체 자립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설립 초기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인력을 스카우트 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완성차 기업이 별도의 반도체 회사를 두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전무했다. 이 같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완성차 기업의 핵심으로 꼽히듯, 미래차 시대에는 전장부품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마치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다본 듯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자립은 지지부진했다. 정 명예회장이 2016년 이후 고령을 이유로 공식 활동을 멈추는 등 사업 구심점이 사라졌다. 당장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반도체 보단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일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트론은 가솔린 엔진의 연료 분사를 조절하는 반도체와 전원 공급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개발하는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여전히 300여개가 넘는 자동차 반도체 가운데 98%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대란'이 불러온 위기

차량용 반도체가 완성차 업계에서 '핫이슈'가 된 것은 2019년 12월 시작된 코로나19가 계기다.
차량용 반도체는 대체로 완성차 기업이 필요한 부품을 설계를 의뢰하고, 이를 파운드리 기업이 위탁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완성차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차량 판매 감소를 예상해 반도체 주문량도 줄였다. 그러자 파운드리는 남은 생산라인을 수요가 폭증하는 통신·IT용 반도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그 편이 돈이 됐다. 예를 들어 이번에 부족 현상이 극심했던 차량용 MCU(마이크로컨트롤러) 반도체는 전세계 70% 가량을 대만 파운드리 TSMC가 생산하는데, 회사의 매출 3%에 불과한 비핵심 사업이다.

'숙원' 반도체 내재화의 중심 현대모비스 [미운오리새끼③]

이 여파로 2020년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 급락했다.

반면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2020년 50만1000여대를 생상하며 전년 36만7000여대 37% 가량 늘렸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차량 소프트웨어를 수정해 대체 칩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차량 ECU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데, 이 같은 기술력은 가졌기 때문에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당시 국내 자동차업계는 어떤 반도체가 부족한 지 현황 파악에 급급한 단계였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가 지배한 스마트폰, 미래차도 OS가 핵심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옵션이 아닌 생존이 된 미래차 시대가 다가오자 현대차그룹은 숙원사업이던 반도체 개발에 다시 한 번 드라이브를 건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12월 12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를 사들였다. 현대오트론 설립 당시 보냈던 반도체 인력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고 1년 6개월 가량이 지난 올해 7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구상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 계획에 대해 말했다.

당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분야별로 개발 양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어느정도 내재화된 전력반도체에 포커싱을 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반도체도 개발 영역으로 놓고 있지만 국내 인력풀이나 제반 여건을 보면 외부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현대모비스가 추진하는 '반도체 내재화'는 단순히 현재 부족한 반도체 품목을 생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반도체에 의해 이뤄지는 차세대 운영체제(OS)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것에 가깝다.

현대모비스 기술설명회 자료.

현대모비스 기술설명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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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장부품은 역할에 따라 모듈화한 각각의 ECU로 구분된다. 엔진 등에서 연료를 제어하는 ECU, 변속기 ECU, 첨단주행보조기능을 조정하는 ECU, 안전사양을 제어하는 ECU 등이 존재하는 식이다. 이러한 ECU에는 MCU 반도체가 각각 탑재된다.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는 차세대 자동차일수록 필요한 ECU가 많아지고 완성차 입장에서는 원가나 부품망 관리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자동차 시스템에는 중앙제어 시스템이 요구된다. 여기에 탑재되는 반도체가 전체 자동차 기능을 하나의 반도체에서 관리한다는 의미의 시스템반도체(SoC, 시스템 온 칩)다. 단순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MCU 반도체와 달리 각 모듈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모으고 판단까지 내려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현대모비스는 통신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고 CCU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제네시스 GV60에 처음으로 탑재된 바 있다.

스마트폰에는 스마트폰 개발사 뿐만 아니라 반도체칩 개발사, 어플리케이션 제공자 등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나 진정한 승자는 OS를 제공한 구글과 애플이라는 말이 있다. 자동차기업들도 이를 장악해 다른 기업에 핵심 먹거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IT기업으로 변신 추진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확보가 필수다. 특히 제조사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설명대로 내부 자원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리더십을 보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현대모비스를 이끌고 있는 조성환 사장은 자동차업계에서 전통적인 기계공학도로서 디젤엔진 엔지니어로 임원을 달았지만, 이후 현대오트론 대표와 현대모비스 전장사업부장을 역임하는 등 소프트웨어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장웅준 전무는 IT업계에서 현대차로 경력직으로 들어와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을 단 케이스다.

미래형 사업인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을 지휘하는 현대차·기아 TssS본부는 네이버랩스 설립을 주도했던 개발자 출신 송창현 사장에게 맡겼다. 송 사장은 올해 신설된 연구개발본부 산하 차량 소프트웨어 담당도 겸임하고 있다.

외부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국내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 기업은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 개발 조직을 이끌었던 박재홍 전 부사장이 올해 5월 설립했다. 현대차는 "보스반도체는 현대차그룹이 그리고 있는 미래 차량용 반도체 전략에서 중요한 퍼즐 조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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