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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맨' 최원혁號 HMM, 취임 후 12조 투자…장기 선대 승부수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21 14:23

컨테이너선 12척 2조1000억 투자…FIM 노선 증편
‘허브 앤 스포크’로 선대 재편…육상·종합물류 출신 인사
29조 규모 선제 투자 통해 다음 호황기 ‘정조준’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진=HMM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진=HMM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HMM이 '물류맨' 최원혁 사장 체제에서 대형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화물을 싣는 벌크선, 항만 설비까지 함께 넓히고 있다.

이는 컨테이너 운임 흐름에 실적이 좌우돼 온 HMM이 거점과 지선을 촘촘히 엮고 사업 영역을 넓혀 종합물류기업에 가까운 구조를 갖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컨테이너선 12척에 2조1000억 투자

HMM은 지난 20일 컨테이너선 12척에 2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새로 짓고, 2800TEU급 3척과 1700TEU급 1척 등 피더선 4척을 사들인다.

신조선 8척은 HD현대 조선 계열사가 맡는다.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HD현대삼호가 6척(1조4397억 원), HD현대중공업이 2척(4799억 원)을 건조한다. 두 계약을 더하면 1조9196억 원규모로, 건조 계약 기간은 2029년 12월 31일까지다.

8척은 모두 기존 선박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연료로 쓸 수 있는 LNG 이중연료 추진선이다. HMM에 따르면 LNG 연료는 기존 선박유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23% 이상 줄일 수 있다. 처리 장치와 함께 쓰면 질소산화물은 80%, 황산화물은 99% 이상 줄일 수 있어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연료로 꼽힌다.

이번 발주는 증편을 통해 선복량을 늘리는 성격이 강하다. HMM은 2029년부터 차례로 새 배를 넘겨받아 FIM(극동-인도-지중해)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해운사들은 보통 '얼라이언스(해운동맹)'를 맺고 여러 선사가 배를 함께 투입해 노선을 운영하는데, 해당 노선은 HMM이 직접 운영하는 자영노선이다.

HMM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자영 노선인 FIM 노선과 여기에 연결된 허브 앤 스포크 지선망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피더선 4척은 리세일 방식으로 확보한다. 리세일은 이미 건조 중인 선박의 계약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배를 새로 발주하는 것보다 배를 빨리 확보할 수 있다.

HMM 분기별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HMM, 네이버페이증권

HMM 분기별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HMM, 네이버페이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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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더선 3.5배 증편·벌크선 다변화…'허브 앤 스포크' 전략

이번 투자는 최 사장 취임 이후 1년 7개월 동안 그려온 선대 재편 그림 연장선이다.

최 사장은 해운이 아닌 육상·종합물류 업계 출신 인사다. CJ대한통운 글로벌부문 부사장을 지냈고, 이후 LX판토스(옛 LG판토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해 3월 HMM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취임 후 회사 누적 투자 규모는 12조 원에 이른다.

투자 핵심은 대형선이 주요 거점 항만 사이를 오가고, 피더선이 거점에서 주변 항구로 화물을 나눠 싣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이다. 큰 배로 원양 항로의 효율을 높이고, 작은 배로 대형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화물을 연결한다.

이 전략에 맞춰 피더선이 빠르게 늘었다. 운항 중인 배와 발주한 배를 합치면 피더선 규모는 지난해 3월 12척에서 올해 42척으로 3.5배가 됐다. 이 배들은 아프리카와 인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의 지선망을 까는 데 투입되고 있다. 이번에 확보하는 피더선 4척도 거점 항만과 연계해 이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벌크 부문에서는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선대를 늘리고 선종을 다변화했다. 벌크선은 같은 기간 44척에서 60척으로 늘었다. 철광석·곡물 같은 마른 화물을 나르는 드라이벌크선과 원유를 싣는 탱커 위주였던 선대에 가스선, 자동차선, 다목적선이 더해졌다.

배 밖으로도 투자가 이어진다. HMM은 미국 타코마 터미널(WUT) 크레인을 최신 장비로 바꾸는 등 해외 물류 거점과 디지털 전환에도 투자하고 있다.

거점을 먼저 다지고 지선을 뻗어 화물 종류를 넓히는 방식은 육상 물류에서 네트워크를 짜는 방식과 닮았다. 종합물류 기업을 이끈 최 사장의 경영 방식이 해운에 옮겨 심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음 호황기 겨냥한 29조 중장기 전략

이번 투자를 포함하면 HMM이 올해 선대 확충과 물류 인프라, 미래 기술 확보 등에 투자를 결정한 규모는 6조 원을 넘어선다.

이는 지난 7월 발표한 중장기 성장 전략 일환이다.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을 166척(147만TEU), 벌크선을 110척(1352만DWT)으로 늘리는 데 약 29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2024년 중장기 전략의 투자 기간과 규모를 조정해 올해부터 2030년 말까지로 재편한 것이다. 기존 계획(23조5000억 원)에서 2025년 말까지 집행한 2조7000억 원을 뺀 잔여 투자 계획과 비교하면 8조2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새 전략 첫해에 5년 계획의 5분의 1가량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셈이다.

이번 투자는 배를 짓는 데 2~3년 이상 걸리는 점과 해운 시황의 사이클을 함께 고려한 선제 조치다. 앞으로 다가올 해운 호황기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선대를 미리 확보한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최 사장 체제에서 쌓아 올린 선대가 2029년 이후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느냐다. HMM 관계자는 “선박, 항만 등 해운업 투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수년에 걸쳐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며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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