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MBTI 대문자 'E' 집합소, 하이트진로 '커티삭' 팝업 가보니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18일 찾은 서울 성수동 도어투성수에서 하이트진로 수입 위스키 브랜드 '커티삭' 팝업이 열렸다. 하이트진로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커티삭 팝업을 재차 열며, 위스키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어서 오세요! 커티삭의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오셨나요?”

MBTI ‘대문자 E’ 성향의 집합소가 있다면 이곳 아닐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7명의 연극배우들이 큰소리로 환영한다. 마치 보물선을 탄 마도로스와 같이 선원 복장도 갖춰 입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한편에서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경품 게임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하이트진로가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온 위스키 브랜드 ‘커티삭’의 팝업 현장이다.

18일 찾은 서울 성수동 도어투성수에서는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의 수입 위스키 브랜드인 ‘커티삭’ 팝업이 한창이었다. 팝업 첫날임에도 예약 순번을 발급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하이트진로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서울 가로수길에서 ‘커티삭’ 팝업을 연 바 있다. 당시 팝업은 50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흥행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두 달도 안 돼 커티삭 팝업을 또 열었다. 커티삭 두 번째 팝업은 이달 29일까지 전개된다.
이처럼 하이트진로가 위스키 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티삭은 1923년 세상에서 가장 빠른 범선인 ‘커티삭’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당시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가짜 위스키가 만연했다. 이에 진품만을 취급했던 선장 '윌리엄 맥코이'가 위스키를 유통하면서 유명해졌다. 커티삭은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며, 국내에서는 1990년대 위스키 바가 대학가 등에서 유행하면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 커티삭의 국내 유통계약을 체결했으며, 스코틀랜드 현지 제조 방식으로 들여왔다.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자사 위스키 브랜드인 ‘더 클래스’가 단종되면서 이를 외국 위스키로 대체했다. 커티삭 외 데킬라, 꼬냑, 진, 보드카, 리큐르 등 8개 브랜드 제품들을 수입해 오고 있다.

증류주, 맥주가 주력 사업인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에서 와인,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내외로 매우 미미하다. 위스키 판매액은 2020년 17억원에서 2021년 9억원, 2022년 1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의 경우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은 2조4976억원으로, 이 중 와인 매출은 442억원이다. 와인과 위스키를 합산할 경우 전체 매출에서 1.8%에 그친다. 하지만,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위스키 수입량은 지난해 11월까지 2만8931t으로, 이미 전년 전체 수입량(2만7038t)을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하이볼 트렌드가 정착되면서 위스키를 찾는 고객층이 중장년층에서 MZ세대로 확장된 결과다.
여기에 하이트진로의 수익성 악화도 신사업 확장에 영향을 주었다. 지난해 3분기 하이트진로 매출은 6544억원으로, 전년(6574억원)보다 0.5% 줄었다. 영업이익도 435억원으로, 전년(570억원) 대비 23.7%나 급감했다. 누적 매출액은 1조8994억원으로, 전년(1조8889억원)보다 소폭 올랐으나 영업익은 47.0%나 뒷걸음질 쳤다. 국내 증류주 시장이 위축되는 속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원자재 가격마저 오르면서 역성장 기로에 놓인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하이트진로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 진천양조상회를 모태로 출발한다. 이후 1933년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가 설립된다. 2005년에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현재의 하이트진로가 탄생했다. 그러나 창립 100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난관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의 사업 다변화가 절실해지면서 위스키가 돌파구로 작용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한 해 ‘두껍상회 강남’, ‘켈리라운지 서울·대구·부산’, ‘진로 두껍라운지’, ‘테라 싱글몰트 에디션 팝업’, ‘커티삭 팝업’, ‘진로 빵빵이 콜라보 팝업’ 등 팝업을 8차례나 열었다. 팝업을 주로 찾는 MZ가 미래 고객인 만큼 이들을 록인(Lock-In)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팝업도 단순 제품 홍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상황극을 만들어 고객 참여를 유도한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커티삭 팝업도 이머시브(immersive: 몰입하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숨겨진 보물을 찾는 콘셉트로, 고객은 커티삭의 주력 제품들을 자연스레 시음할 수 있다. 또한, 2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제품 구매 시 경품 게임 기회도 주어진다. 경품도 골드바, 에어팟 등으로 다양하다. 고객으로 하여금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고안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커지면서 종합 주류기업으로서 위스키 사업을 키워왔다”면서 “커티삭은 기성세대에 잘 알려진 위스키 브랜드이자 하이볼을 즐겨 찾는 청년층에게도 소구력이 있다. 팝업을 통해 이들 세대에게 자연스레 다가가고자 했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