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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쿠팡을 ‘적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6-13 00:00

[기자수첩] 쿠팡을 ‘적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
[한국금융신문 나선혜 기자]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올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전 부문에서 흑자가 난 것은 아니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제품 커머스 부문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에서 처음으로 287만 달러(약 36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놀라운 일이다. 과도한 적자로 인해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던 쿠팡이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미꾸라지들이 사는 연못에 풀어놓은 메기였다. 오늘 주문한 상품을 바로 다음날 배달해주는 ‘로켓 배송’으로 국내 유통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은 쿠팡 덕분에 이커머스 장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쿠팡의 적자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시장은 쿠팡의 플랫폼 잠재력에 주목했다.

증권사들은 늦어도 오는 2024년부터 쿠팡이 흑자를 낼 것으로 봤다. ‘사상 최대 매출에 사상 최대 적자’라는 쿠팡의 비상식적 재무제표를 시장은 어째서 이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했을까.

기자는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가 쿠팡에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마도 그것은 ‘소비자들 일상으로 자리 잡은 쿠팡’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단서를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새 쿠팡은 일반 명사화하면서 우리 일상과 행동을 잠식하고 있다. 비슷한 예가 하나 있다.

과거 휴대폰으로 보내는 메시지를 우리는 ‘문자’라고 표현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기 전까지 우리는 통신사에서 서비스하는 ‘문자’를 사용했다.

통신요금도 문자와 전화가 기반이었다. 친구 혹은 연인과 헤어질 때 대화를 생각해보면 “집에 가서 문자해~”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아이폰 1세대’, ‘데이터’라는 개념이 생기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여전히 문자를 사용하지만 그 비중은 크게 줄었다.

또 ‘대화’보다는 ‘알림’ 기능에 국한돼 있다. ‘대화’ 기능은 카카오톡이 담당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헤어질 때 “카톡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친구 혹은 연인과 헤어질 때 “카톡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카카오톡은 이제 ‘대화’를 상징하는 일종의 ‘일반명사’로 자리 잡았다. 쿠팡 역시 마찬가지다. 쿠팡은 지난 1분기 당기순손실 2억 929만 달러(약 2521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적자 폭이 크긴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쿠팡을 재단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플랫폼으로서 쿠팡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쇼핑할 때 “쿠팡에서 시켜~”라는 말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온라인 쇼핑=쿠팡’이라는 개념이 뿌리를 내렸다.

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모든 세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쿠팡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앱을 이용한 사람들은 2655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 절반 정도다. 2위인 11번가(840만 명)와 비교했을 땐 약 3배 이상 많다. 1분기 쿠팡 와우 회원도 1811만 명으로 확인됐다.

‘말’은 ‘습관’을 만든다.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쿠팡 Inc 의장은 항상 “고객이 ‘와우’하는 경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의장은 올해 컨버런스콜에서 ‘흑자’를 3번이나 강조했다. ‘흑자’ 계획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던 상장 당시 인터뷰와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쿠팡은 ‘한국 온라인 쇼핑’에서 일반명사화하고 있다. 쿠팡을 ‘적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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