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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보단 오너?…녹십자, 이사 수·자사주 정관 바꿨다 [이사회 톺아보기]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3 05:00

이사회 규모 축소·자사주 규정 신설
“집중투표제 등 일반주주권 악화 우려”

▲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쇄신 대신 안정을 택한 GC녹십자가 이사 수 상한 축소, 이사 임기 변경과 자사주 규정을 신설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의미 약화와 자사주 처분 일관성을 지적하며 반대했다. 안건은 주주총회 문턱을 넘었지만,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아쉬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 대신 안정…사내이사 전원 재선임

12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사외이사 재선임을 비롯한 이사의 수·임기 변경,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등 주요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GC녹십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의 임기는 모두 올해 3월 27일까지였다. 회사는 사내이사 전원 재선임과 사외이사 재선임·신규 선임에 나섰다.

이번 주총 전 이사회 구성을 보면 사내이사로는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정재욱 GC녹십자 R&D 부문장, 신웅 GC녹십자 운영총괄 부문장 등이 있다.

사외이사는 이진희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 심성훈 스펙트라 자문, 박기준 우리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이춘우 교수를 제외하고는 전원 재선임됐다. GC녹십자는 이사회 재편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춘우 교수 자리에는 박기환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초빙교수가 새로 입성했다. 박기환 교수는 동화약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대표를 각각 지냈다.

GC녹십자는 박기환 교수 선임 배경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에서의 경영 리더십과 국내 제약사 대표이사 경험이 회사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목적 변경에 국민연금 ‘제동’

이사 선임 외에 보통결의를 포함한 특별결의 안건도 모두 가결됐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주목을 받은 건 이사 수 및 임기 변경과 자기주식 보유·처분 관련 조항 신설 건이다.

최근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주 권익 보호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GC녹십자의 이사회, 자사주 관련 안건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실제 국민연금은 GC녹십자의 정관 변경안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GC녹십자의 지분구조상 최대주주 등의 찬성으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이 승인돼 기타 일반주주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봤다. 밸류업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함인데, 이는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주 활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목적 변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GC녹십자는 자사주 취득 당시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변경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자기주식 취득 당시 공시한 내용과 일관되지 않아 반대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27만3411주로 발행주식총수 대비 비율은 2.34%다.

이사 수 상한 축소·임기 연장…무색해진 집중투표제

국민연금은 이사 수 상한 축소와 이사의 임기 변경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GC녹십자는 이사 수 상한을 축소하고 이사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이는 일반주주들의 이사 선임 가능성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사 수 상한 축소는 일반주주의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정관변경을 하지 않아도 이사회 규모로 운영이 가능하기에 정당한 사유 없이 사외이사 임기를 연장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실제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가 줄어들면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일반주주들이 표를 모아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진입시켜 이사회를 견제하는 장치로 꼽힌다.

하지만 선임 이사 수가 줄면 표를 모아도 일반주주 측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GC녹십자가 해당 안건들을 추진한 배경은 외부세력을 차단하고 의사결정 체제를 굳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자사주의 보유목적을 바꾼 것도 당장의 주가 부양이 아닌, 추후 경영적 선택을 위한 실탄 보유에 더 무게를 둔 행보로 보인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해당 안건 상정 이유에 대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해 안정적인 이사회 운영 및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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