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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소스 원조 샘표, 국내 주춤에 해외서 고삐…'오너 4세' 박용학 시험대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기사입력 : 2024-10-18 17:23

샘표, 원자재·판관비 등 영향 상반기 적자
간장, 고추장 등 국내 장류 시장도 감소세
해외에서는 K소스 열풍…제천에 신규공장

샘표 오송 R&D센터. /사진=샘표

샘표 오송 R&D센터. /사진=샘표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국내 간장 1위 브랜드인 샘표가 ‘오너 4세’ 박용학 전무를 주축으로 해외로의 K소스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장(醬)류 시장이 정체된 흐름을 보이자 수출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전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샘표는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이 20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늘었다. 다만, 이익 면에선 영업손실 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곡물 가격 인상과 함께 원부자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티아시아 등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 인한 판관비 증가 탓이다. 샘표는 올해 상반기 판관비 723억 원을 집행하면서 전년(568억 원)보다 27.3% 높였다.

샘표는 상장사인 샘표식품을 비롯해 양포식품과 조치원식품 등 비상장사 5곳을 거느리고 있다. 앞서 샘표식품은 2016년 7월 인적분할을 단행, 분할 존속법인인 샘표식품을 지주회사 샘표로 변경했다. 아울러 식품 제조와 가공 및 판매 등 식품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신설회사로 샘표식품을 설립했다.

샘표는 박규회 창업주가 지난 1946년 서울 충무로에 있던 일본인 소유 양조업체 ‘삼시장유양조장’을 넘겨받으면서 출범했다. 박규회 창업주는 사명을 ‘샘표장유양조장’으로 변경했으며, 1954년 ‘천연양조순곡간장’을 제조해 샘표라는 이름을 붙였다. 간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깨끗한 물인데, 그 물의 근원이 샘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또한, ‘샘물처럼 솟아라’라는 의미도 담았다고 한다.

박규회 창업주의 장남 박승복 선대회장은 1976년 아버지에 이어 샘표 ‘오너 2세’ 경영을 시작했다. 박승복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박진선 대표이사도 1997년 샘표 사장직에 오르면서 ‘오너 3세’ 경영을 이어왔다. 현재 박진선 사장의 장남인 박용학 해외사업본부장이 지난 8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오너 4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1978년생 박 전무는 서울대 컴퓨터공학을 나온 후 UCSD(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1년 LG전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17년 11월 샘표식품에 입사했다. 연구기획실장을 거쳐 해외사업본부장을 맡아 샘표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샘표가 오너 일가를 필두로 해외 사업에 나선 이유는 국내 장류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샘표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핵심 사업으로 성장해왔다. 또한, 한국의 장류를 활용한 150여 개의 레시피도 만들어오는 등 식문화 개선에도 앞장섰다. 대표적으로 2010년 액상 조미료인 ‘연두’를 출시했고,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그 외 파스타 브랜드 ‘폰타나’와 육포 브랜드 ‘질러’ 등 장류 외 포트폴리오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중구 샘표 본사에서 진행된 소비자중심경영 활성화 클래스에서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케냐의 공무원들이 김치를 직접 만들어 보는 모습. /사진=샘표

지난 6월 서울 중구 샘표 본사에서 진행된 소비자중심경영 활성화 클래스에서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케냐의 공무원들이 김치를 직접 만들어 보는 모습. /사진=샘표

문제는 국내 장류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점 판매통계를 보면 간장 시장 규모가 2021년 2244억 원에서 2022년 2041억 원, 2023년 1891억 원으로 3년 새 15.7%나 빠졌다. 된장은 2021년 992억 원에서 지난해 901억 원으로, 고추장도 같은 기간 2033억 원에서 191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샘표는 최근 3년간 간장 점유율 59%대를 유지했지만, 시장 자체가 축소세를 보여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된장, 고추장도 톱(TOP) 5권에 진입했지만, 간장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샘표의 핵심 계열사인 샘표식품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샘표식품 매출 4269억 원(매출할인 및 반품충당금 가감 전) 가운데 장류 매출은 2132억 원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앞서 샘표식품은 지난 2022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장류 매출이 전체의 5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수출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크게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스류 수출액은 3억7850만 달러로, 전년(3억5718만 달러)보다 6.0% 증가했다. 이는 2020년 3억1876만 달러 대비 18.7% 오른 수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간장, 고추장, 된장을 비롯한 K소스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샘표도 최근 3년간 해외 매출이 2021년 432억 원에서 2022년 502억 원, 2023년 544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샘표 전체 실적에서 해외 비중이 협소한 만큼 당장에 실적 기여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샘표는 지난 4월 충북 제천에 신규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충북 제천에 8만1727㎡의 부지를 사들였다. 공장 규모만 4만5217㎡(약 1만3700평)에 이른다. 경기 이천과 충북 영동, 세종시 조치원에 이은 샘표의 네 번째 공장이다. 내년 착공 예정이다. 앞서 샘표는 지난 2000년 미국에 첫 현지법인을, 2008년 중국법인을 세웠다. 해외에서 간장 등 전통 장류 수요가 늘자 신규 공장 증설로 호응했다.

글로벌 전략과 관련해서는 국가별 특성에 따라 소스 현지화 작업을 확대한다. 샘표의 스테디셀러 제품인 요리 에센스 연두를 필두로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향이나 색, 맛 등을 조절한다. 샘표의 해외 사업을 이끄는 박 전무가 올해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이유다. 특히 샘표의 간장이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점유율 1위인 만큼 이를 해외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다. 현재 샘표는 미국 월마트, 아마존 등 대형 유통 채널을 통해 전 세계 50여 개 국가로 진출했다.

박진선 샘표 대표는 신규 공장 증설에 대해 “우리는 78년간 축적한 독보적인 미생물 제어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소재를 연구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이라며 “샘표의 발효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인이 우리 맛으로 즐거워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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