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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전공 교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교훈과 과제

편집국

기사입력 : 2018-12-17 00:00

기준 모호, 경영자 재량권 남용 논란 불지펴
내부 감시기구·외부감사인 독립성 높여야

▲사진: 손혁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전공 교수

▲사진: 손혁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전공 교수

[손혁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전공 교수] 지난 11월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인식한 약 4조5000억원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임을 확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일어난 STX,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모뉴엘 등 대형 분식회계사건의 맥을 잇는 사건이나, 앞선 사건들과 큰 차이가 있다.

기존 분식회계사건은 대다수가 회계기준을 벗어난 의도적 악용이 존재했다. 즉 회계처리와 공시 자체만 보더라도 기업과 경영자의 의도가 개입하여 그 회계처리와 수치가 고의성을 스스로 입증할 만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의 모호함과 경영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최대한 이용하였다. 즉 기업은 국제회계기준의 원칙중심(principle-based)의 회계처리를 깊이 이해하고 그 틈(loophole)을 노렸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회계처리로 주장할 수 있는 반면, 규제당국이나 외부감사인 입장에서 해당 회계처리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하기 전까지 분식회계로 단정 짓기 어려웠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미래전략실과의 ‘내부문건’이 규제당국에 제보되었고 박용진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 내부문건에는 콜옵션 인식에 따른 자본잠식에 대한 고민,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의 대안 제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및 영향 등 다양한 의도가 포착되었다.

따라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배력 상실과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고의성을 확인하였고, 해당 사안을 분식회계로 조치하였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강하게 반발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그동안 곪아왔던 우리나라 국제회계기준의 적용 및 회계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문제점을 한꺼번에 보여주었다. 즉 해당 사건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에도 끊임없이 있어왔던 분식회계사건의 연장선이다.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 대우, SK글로벌 등 천문학적인 분식회계 사건 이후 우리나라는 회계개혁법안을 도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의 재무제표작성능력의 부재,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유착, 내부감시기구의 유명무실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화 및 회계투명성의 제고 등을 위해 2011년 전면 도입한 국제회계기준은 경영자의 회계선택에 대한 안전장치를 가져다주었다.

실제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2011년 이후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IMD기준 2016년과 2017년 최하위를 차지했다.

2018년 11월, 전면 도입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은 거의 미국 Sarbanes-Oxley Act(이하 SOX)만큼 다양한 사항을 도입했다.

이는 많은 이해관계자의 회계투명성 제고에 대한 반성과 필요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통해 보다 새롭고 정교한 규제와 유인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지배구조의 개편, 내부감시기구 및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제고 등 다양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된 경영자의 재량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다면적인 제도적 장치가 시급함을 전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용인될 수준의 재량권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경영자가 의도를 가지고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마음대로 남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삼성바이오 사건도 기업이 의도를 갖지 않고 과정을 공개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했다면 금융감독원이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원칙 중심의 회계가 죄인은 아니다. 원칙 중심이란 기업이 자신의 실질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회계처리에 대해, 충분한 근거와 공시를 한다면 설령 회계기준이 없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점점 급변하는 자본시장과 다양한 거래에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사건에서 보여준 내부문건처럼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상장을 하기 위해,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면 그 의도는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경영자의 재량권을 넘어선 부분이 될 것이며, 재량권의 남용을 분별한 중요한 첫 사례이다.

물론 우리나라 회계환경과 제도적 정비 및 구성원의 인식이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회계기준은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다시 벗기는 어렵다. 즉 국제회계기준이라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도적 정비와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동시에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한 경영자와 이를 묵인, 협조한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정교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을 대책을 낳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전문가를 채용하거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도 학연이나 지연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 선임한다.

따라서 회계부정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다양한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법을 제정했으면 가급적 예외수단을 두지 못하게 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바이오 사건은 기업에게도, 이해관계자에게도 비극이다. 국제회계기준이 부여한 재량권을 남용한 기업과 충실한 조력자였던 외부감사인 및 회계법인, 고의적 회계처리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은 내부감시기구 및 이해관계자들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제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회계업계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외감법 개정이 되었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다.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의 반성과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Top-down이 아닌 Bottom-up 형태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항을 보면 물고기보다는 배경을 더 세밀하게 그린다. 그 이유는 관계에 대한 조화를 중요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능력이 있거나, 튀거나, 반대하거나, 내부고발자 등은 수 천 년 동안 불행하게 살아왔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서 학연과 지연 등 관계의 과다한 신뢰성을 버리고 지금까지 배척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결과위주의 사고방식을 전환하고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수많은 분식회계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수치라는 결과만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회계처리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며, 적자가 나고 실패하더라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셋째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자본이 집중 육성되어 나타난 대기업의 오너와 자손들이 실질적 경영자이다.

따라서 기업을 공개하더라도 기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이너서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회계감사나 내부감시기구가 무력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내부감시기구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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