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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하겠다” LG생활건강 이정애, 역성장 뚫고 ‘뷰티왕’ 사수할까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1-17 08:12

사원에서 대표까지 LG그룹 첫 여성 CEO
내수 부진에 해외 사업 더뎌 역성장 위기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인수 후 날개
이정애 “MZ세대 기반 브랜드 M&A 추진”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 /사진=LG생활건강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LG생활건강 이정애닫기이정애기사 모아보기 대표가 신년사로 인수합병(M&A) 추진을 시사했다. 그는 LG그룹 내 유일무이한 여성 전문경영인(CEO)으로, 사원에서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회사 실적이 3년째 역성장을 그리면서 대표직 임기 1년을 앞두고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17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이정애 대표는 이달 2일 신년사에서 “MZ, 알파 세대 고객에 기반을 둔 브랜드 M&A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미래 성장성과 수익 기여도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효율화로 사업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신년사에서 M&A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22년 12월 LG생활건강 대표직에 올랐다. 2023년 취임 첫 일성으로 소통을, 2024년에는 성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역량’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신년사 끝머리에 M&A를 시사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LG생활건강의 최근 3년 실적과 무관치 않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1년 매출이 8조91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후 2022년 7조1858억 원, 2023년 6조8048억 원까지 내리막을 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21년 1조2896억 원에서 2022년 7111억 원, 2023년 4870억 원으로 급감했다. 2024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5조2020억 원으로, 전년(5조2376억 원)보다 소폭(-0.7%) 빠졌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4323억 원) 대비 3.9% 하락한 4156억 원에 그쳤다. 국내 저성장 기조로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점과 중국발 면세점 수요 부진으로 해외 사업이 다소 위축된 점이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사업 재편을 추진하면서 판관비를 줄이는 등 내실 경영에 힘을 줬다. 예컨대 LG생활건강 주력 뷰티 브랜드인 ‘더후’의 경우, 모델로 배우 김지원을 발탁해 마케팅을 전개했고, 온라인몰을 론칭해 매출 다변화를 시도했다. 이 기간 판관비는 2021년 3조7620억 원에서 2023년 3조1400억 원으로, 16.5% 줄었다.

해외 사업에서도 변화를 줬다. 중국에서는 티몰이나 도우인 등 이커머스 채널로 공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아시아권 유명 인플루언서를 국내로 초청해 ‘더후’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소개하는 등 바이럴 마케팅도 펼쳤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와 아마존 등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은 문혜영 부사장을 LG생활건강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일본은 K뷰티 열풍에 착안해 현지 팝업을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에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1.3% 오르며 1조4942억 원을 기록, 지난 3년의 역성장을 물리쳤다. 특히 중국 매출이 5691억 원으로 8.9% 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2023년·2024년 3분기 누적 매출 추이. /그래픽=한국금융신문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2023년·2024년 3분기 누적 매출 추이. /그래픽=한국금융신문

다만, K뷰티 양강 주자이자 경쟁 상대인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외 매출 면에서 LG생활건강에 뒤처지고 있지만,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인 코스알엑스 인수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7934억 원으로, 전년(2조7479억 원) 대비 1.7%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5억 원에서 1420억 원으로, 62.3% 뛰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역성장을 끊어낸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이다. 서구권에서 인기가 높은 코스알엑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효과다.
코스알엑스는 해외 사업에 특화된 브랜드로, 서구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글로벌 이커머스 브랜드인 아마존과 이베이에 입점하면서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최근 3년 매출만 보더라도 2021년 1233억 원, 2022년 2044억 원, 2023년 4862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3년 10월 사업비 약 1조를 투입해 코스알엑스 지분 90.2%를 취득했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아모레퍼시픽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음료사업을 제외한 뷰티 매출이 3조7886억 원이다.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2조7934억 원)보다 약 30% 더 높다. 해외 매출을 보면 LG생활건강이 1조4942억 원, 아모레퍼시픽이 1조1921억 원으로 약 20% 차이로 좁혀진다. 아모레퍼시픽의 K뷰티 성장률이 7%대를 보인 반면 LG생활건강은 1%대에 그쳤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과 다르게 회사 전체 실적에서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이정애 대표가 그룹 신년사로 M&A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만큼 이를 해외로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적이면서도 공격적인 M&A가 필요하다.

한편, 1963년생 이 대표는 이화여자대 경제학과를 나온 후 1986년 LG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그는 LG화학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로 경력을 쌓았으며, 생활용품사업부장을 거쳤다. 2009년 LG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상무) 타이틀을 거머쥔 후 2013년에는 전무로 쾌속 승진했다. 이후 2016년 LG그룹 첫 여성 부사장에 올랐고, 2018년 LG생활건강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그러다 2022년 11월 LG생활건강 대표직을 꿰찼고, 어느덧 임기 만료 1년을 앞뒀다.

이 대표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3년간 자사주 3000억 원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배당성향도 기존 20%대에서 30%대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최근에는 뷰티테크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펀드에도 투자했다.

이정애 대표는 “응축된 우리의 역량을 신속하게 제품 중심의 고객가치 혁신에 쏟아붓는다면 시장과 고객을 선도하는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에 걸맞은 상품을 기획하고 R&D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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