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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드는 ‘지배구조 선진화’…해외 사례 보니 [은행 영업·경영 대수술]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3-06 00:00

정부가 만드는 ‘지배구조 선진화’…해외 사례 보니 [은행 영업·경영 대수술]
[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정부가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체계를 들여다보고 국내 제도 개선안에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주·은행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의 소통을 정례화한다.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하고 현안과 건의사항 등을 듣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에 칼을 빼든 셈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실무진은 지난달 16일부터 1주일 간의 출장에서 영국 런던의 SC·HSBC·바클레이스·딜로이트, 싱가포르의 DBS·JP모건 등 6개 글로벌 금융그룹을 방문했다. 이때 해외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인 소유분산 기업 은행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과 결을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이 없는,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 공익에 기여하는 기업들이었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배구조 선진화는 최근 금융권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금융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시점이 돌아올 때마다 셀프 연임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지주를 포함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세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CEO 승계를 위해 중장기적인 후보군 육성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고 선출 절차도 객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재임한 존 플린트 전 영국 HSBC CEO는 2016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준비했다. 2012년∼2021년 재임한 마이클 코뱃 전 미국 씨티그룹 CEO의 사례도 있다. 그는 2008년부터 경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상시 관리 후보군에 포함돼 5년 동안 주요 사업을 맡으며 역량을 쌓았다.

국내 금융지주들도 이사회가 평소 CEO 후보자들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지주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이슈 및 개선 방안’이란 제목의 논단에서 “이사회가 경영진을 통할해야 하는 시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CEO 연임 결정이나 신규 선임에 관한 건”이라며 “지금처럼 내부 임원 및 외부 명망가 위주의 롱리스트를 형식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지주들이 CEO 경영 승계 계획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지금의 롱리스트 방식보다 후보군을 3명 이내로 우선 선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후보자의 성품과 업무 능력, 커뮤니케이션 방식, 위기 대처 능력 등을 살펴볼 기회를 늘려야만 이사회가 제대로 된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현직 CEO의 사외이사 선임을 확대하고 사외이사만의 간담회 의무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지주들이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더욱더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한편 지주회사의 운영방식을 다양화하는 등의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과 이사회 운영 적정성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은행권과 협의해 ▲사외이사 지원 인력·조직 강화 ▲경영승계 시 검증체계 표준안 마련 ▲사외이사 평가체계 개선 등 이사회 기능을 제고할 방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지주 사외이사가 주요 지배구조 이슈에 적극 참여하도록 주제별 간담회를 여는 방안 등도 포함된다.

금감원의 이사회 기능 강화는 소통 정례화가 핵심이다. 은행별로 최소 연 1회 면담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와의 면담 등을 통해 최근 금융시장 현안 및 검사·상시 감시 결과 등을 공유하고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할 계획이다. 또, 전체 지주와 은행 대상의 이사회 의장 간담회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실시할 예정이다. 그간 금감원의 금융사 검사에서 이사회 구성이나 운영 등은 참고 사안 격이었다.

현재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은 은행 감독에 관한 핵심 준칙에 따라 감독당국이 위기 평가 등을 위해 이사회 등과 충분한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감독·검사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은행 경영진 및 이사회와 면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설립된 금융안정위원회(FSB)은 감독당국이 면담 등을 통해 리스크 정책 등에 관한 이사회의 관점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은행 감독당국인 통화감사국(OCC)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 등은 이사회 면담 절차를 검사 프로세스나 업무계획 등에 명시했다. 최소 연 1회 이상 등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은행 이사회에 감독당국의 의중이 반영돼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은 “감독당국과 지주·은행 이사회와의 정례적 소통은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사항이다. 해외 감독당국에서도 감독·검사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 중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사회와의 소통 정례화는 해외에서도 일반적인 점이라는 것이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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