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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오히려 좋아!’ 비 내리는 유월의 어느 날 떠나는 여행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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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6-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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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국 김민정 기자]
여름이 가까워지는 6월엔 비 소식이 잦아지기 마련이다. 비가 오는 것은 옛사람 생각으로는 하늘의 뜻이며, 요즘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섭리니 마음대로 오라 할 수도, 또 막을 수도 없는 일.

하지만 여행을 떠날 때 비가 내리면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원망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와 여행이 꼭 악연인 것만은 아니다. 비가 오면 분위기가 더욱 선명해지는 곳들도 많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색다른 운치를 담아내는 곳들로 여행을 떠나보자.

수묵화처럼 묵직한 감동, 서울 창덕궁 후원

서울의 대표적인 고궁 중 하나인 창덕궁의 후원은 4만 490㎡(10만 3,000여평)에 달하는 비밀스러운 정원이다. 이곳은 과거 왕실 사람들의 휴식공간이었으며, 학문을 연마하는 곳이었고, 과거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창경궁과 창덕궁이 하나의 궁궐처럼 사용될 때는 후원이 연결되어 있었으나, 일본이 두 궁궐에 사이에 담장을 쌓으면서 후원도 분리됐다.

이 창덕궁 후원은 햇볕 쨍쨍한 날보다 비오는 날 구경해야 더 좋은 여행지다. 비가 오면 후원의 초목의 갈증을 해소하고 궁궐의 흙냄새가 비를 타고 피어오른다. 우중에 궁궐을 방문하면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창덕궁 후원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해설사 인솔 아래 입장해야만 관람이 가능하니, 예약은 필수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라면 인왕산 수성동계곡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도심 우중 산책의 완벽한 코스다. 안평대군과 조선 선비들은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를 장단 삼아 시를 읊조렸다. 수성동계곡이 있는 서촌은 윤동주 하숙집 터와 통의동 보안여관, 대오서점 등 한국 근현대사가 곳곳에 남았다. 우산을 쓰고 숨바꼭질하듯 그 발자취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소: 서울시 종롱구 율곡로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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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곳적 지구의 속살을 만나다,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비가 쏟아진 다음 날이면 무건리 이끼폭포는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아마추어부터 전문가까지 풍경 사진에 일가견 있는 사진가들은 대부분 무건리 이끼폭포를 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유명한 이끼폭포는 모두 강원도에 모여 있다. 평창 가리왕산 장전계곡과 영월 상동계곡의 이끼폭포, 그리고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가 대표적이다. 모두 깊은 골짜기에 자리해 산행 난도가 높지만, 길이 그나마 잘 닦인 곳이 무건리 이끼폭포다.

무건리 이끼폭포는 초입이 제법 가파르지만 시멘트길이 잘 놓여 있고, 이후 완만한 길 역시 파쇄석과 야자 매트를 깔아놓아 걷기에 편하다. 3.5km가량, 1시간 이상의 산행이니 물과 간식을 챙기는 게 좋다. 무건리 이끼폭포에는 촬영 스폿이 총 세 곳이다. 1폭포에서 2폭포까지 200m가량 올라가야 하며, 3폭포까지는 좀 더 올라간다. 데크 계단이 제법 가파르니 발걸음에 주의하자.

이끼폭포의 시원한 소리는 100보가량 남은 지점부터 방문객을 환영한다. 폭포 아래의 이끼가 보송보송하다면, 폭포수를 맞은 이끼는 반들반들하다. 융단처럼 바위를 뒤덮은 이끼를 비롯해 갖가지 양치식물들이 신비한 장면을 연출한다. 새파랗게 어린 지구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싶다. 짙푸른 이끼로 뒤덮인 바위 사이사이 폭포수가 쏟아지며 절경을 이룬다. 영화 <옥자> 속 계곡에서 첨벙거리던 옥자의 모습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산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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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서 누리는 차분한 반나절, 제주 다원

제주의 비구름은 한라산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꼭 끌어안고 안부 인사도 길게 나누고, 물방울도 툭툭 털어내고 나서야 구름은 가고 해가 난다. 비구름이 오름마다 들르느라 비가 좀처럼 그치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런 때 제주를 여행 중이라면 일단 만사를 제쳐두고 차밭으로 향한다. 습한 날 특유의 차 냄새를 맡기 위해서다. 습기에 실린 차 냄새는 귓가에 감기는 음악처럼 감미롭다. 가지런한 차나무 배열을 바라보면 복잡한 생각도 열과 행을 맞춰 정돈되는 것만 같다. 차 한 모금에 다과 한 입을 반복하는 과정은 명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주에는 차밭이 많다. 오설록 티뮤지엄은 볼거리와 쉴 공간이 잘 마련돼 관광객의 발길이 잦고, 이보다 아담한 서귀다원은 현지인의 단골집으로 이름나 있다. 오설록 티뮤지엄에서는 캐주얼한 차 메뉴를 다양하게 맛보며 차 문화를 두루 체험할 수 있고, 서귀다원에서는 녹차와 발효차만 선보여 오묘한 차 맛을 즐기기 좋다. 오설록 한쪽에는 서광다원연구소와 프라이빗 티 클래스를 운영하는 티스톤이 마련돼 있다.

제주의 여느 명소가 그렇듯 다원은 사시사철 인파로 북적이지만, 비 오는 날은 확실히 덜하다. 소나기가 지나간 날이면 갠 하늘에 종종 무지개도 걸린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제주의 차밭은 거듭 방문해도 늘 새로운 얼굴로 손님을 반긴다.

▶서귀다원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516로 717

▶오설록 티뮤지엄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15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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