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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지속가능금융 시대, 떠오르는 ‘그린 본드’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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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0-29 22:47 최종수정 : 2021-11-08 06:38

정부, 아시아 최초로 유로채 전액 ‘그린본드’ 발행
산업은행, 국내 최초 ‘녹색 구조화채권’ 원·외화 발행
“그린 본드 발행 실적, ESG경영 실적으로 둔갑 없어야”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ESG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234조 1,768억원에서 올해 660조 9,096억원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 ESG채권 발행금액 역시 2018년 1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39조 3,000억원으로 늘었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ESG는 이미 중요한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ESG채권 중 하나인 ‘그린 본드(녹색 채권)’는 2007년 유럽투자은행이 유럽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신에너지기술 관련 대출 재원 조달을 목적으로 9억달러(1조 764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한 것이 최초다. 이후 세계은행, 국제금융공사 등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그린 본드 발행에 나섰고 ESG 투자가 투자시장에 떠오르며 시장이 더욱 커졌다.

그린 본드 원칙 4가지

그린 본드는 발행 자금이 친환경 사업에 사용되는 채권을 말한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그린 본드를 조달자금의 전체 또는 일부가 적격 그린 프로젝트를 융자(파이낸싱) 하거나 재융자(리파이낸싱)하는 데 전적으로 활용되는 채권으로 정의한다.

그린 본드는 우선 네 가지 핵심 구성요소를 갖춰야 한다. 일반 채권 발행과 구별되는 절차로서 ▲조달자금의 사용처 ▲프로젝트의 평가와 선정 프로세스 ▲조달자금 관리 ▲보고 등을 과정상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어떤 유형의 그린 프로젝트에 충당할 것인지, 프로젝트 선정과 과정에 있어 기준은 문제없는지, 조달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사용 결과와 효과 등을 어떤 방식으로 외부에 공개할 것인지 등을 따져야 한다.

아울러 일반채권에 비해 엄격한 제3자 기관의 검토(우량 투자자 확보를 위한 권고사항)를 거쳐야 한다. 발행 후에도 매년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그린 파이낸싱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린 본드가 투자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최근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다. 한국이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자 새로운 투자가 유입돼 가산금리가 추가로 떨어지고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결은 ‘그린 본드’였다. 아시아 최초로 유로채를 전액 ‘그린 본드’로 발행한 게 대박을 친 것이다. 해외 언론과 투자가들은 이번 흥행에 관해 “예상을 뛰어넘는 교과서 사례”라며 “그린 본드가 압권”이라고 평가했다.

그린 본드 강점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기후채권이니셔티브(Climate Bond Initiative)에 따르면 세계 그린 본드 발행액은 ▲2016년 872억달러 ▲2017년 1,621억달러 ▲2018년 1,685억달러 ▲2019년 2,577억달러 ▲2020년 2,970억달러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9월 기준 벌써 3,273억달러(약 393조원)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 정부가 발행한 그린 본드 규모는 지난해 대비 2배 증가한 약 350억달러(약 42조원)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추진 정책을 위해 액수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기준 국가별 발행액 비중을 보면 미국 20%, 중국 18%, 프랑스 8% 등이고, 통화별로는 유로화 40%, 미 달러화 31%, 위안화 13% 등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그린 본드가 이토록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흔히 그린 본드는 유동성과 수익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채권 포트폴리오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여주는 유용한 투자 수단이라고 불린다. 거기다 사회적 지지까지 얻을 수 있다. 주체가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음을 투자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애플(Apple) 사의 경우 2016년 기술기업으로는 최초로 15억달러(약 1조 7,948억원) 규모 그린 본드를 발행했는데, 그 해 영국 기후 금융 전문 언론사 ‘환경 금융(Environmental Finance)’ 사의 2016 그린 본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또한 그린 본드는 구입하는 투자자에게도 플러스 요인이다. 향후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긍정적 사회 평가를 제공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가격 변동성이 제한적이고 일반 채권에 비해 유통시장도 활발한 편이라 채권 안정성도 높다. 즉, 수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올해도 정부 주도의 한국판 뉴딜이 본격 점화되며, 국내 그린 본드 발행은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 1월 ‘한국판 뉴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그린 사업 추진에 따라 민간 부문에서도 녹색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뜨거운 그린 본드 발행 열풍, 문제는 없나?

그린 본드 발행 열풍은 국내외로 뜨겁게 불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10억달러(1조 1,995억원) 규모로 그린 본드를 발행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도 같은 규모의 유로본드를 발행했다. 한국전력도 9월 3억달러(약 3,599억원) 규모의 5년 만기 그린 본드를 발행했다.

금융권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지난 2013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그린 본드’를 선보인 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8억 5,000만유로(약 1조 1,785억원) 규모 3년 만기 그린 본드를 발행했다.

이번 청약은 모집액 대비 3배에 달하는 총 25억유로(약 3조 4,663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그린 본드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등 녹색 산업 관련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유로화 그린 본드 발행에 이어 달러화 그린 본드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도 돌입했다.

산업은행도 지난 10월 7일과 12일 국내 최초로 ‘녹색 구조화채권’을 원화·외화 순으로 연달아 발행했다. 오염 방지 및 관리,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조처였다. 원화는 300억원 규모에 30년 만기, 2.75% 금리로 발행했고 외화는 2,000만달러(240억원) 규모에 30년 만기, 2.85% 금리로 발행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녹색 구조화채권 발행은 기존 3~5년물 일반 녹색채권 형태에서 벗어나 20년 이상 조기 상환 옵션부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녹색채권을 시장에 소개한 것”이라며 “다양한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녹색(ESG) 채권시장 외연 확대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국제적으로 그린 본드 발행에 가장 앞장선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EC)는 기후 변동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2016년 이후 그린 본드 발행 기준(EU GBS) 정비를 추진 중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환경 중시 기조는 더욱 단단해졌다. EU는 오는 2027년까지 7,500억유로(1,039조 8,750억원) 규모의 ‘부흥기금’을 창설해 환경대책을 마련하는 데 쓰려고 한다. 역시 재원은 그린 본드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다.

물론 환경보호에 큰 무게를 둔 유럽에서도 그린 본드를 향한 반대 목소리가 있다. 그린 본드가 환경대책 용도에 한정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그린 본드 구입을 우선하면 환경 대책과 관계없지만 필수적인 경제 활동에 자금이 골고루 공급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친환경경영과 거리가 있지만 ESG경영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그린 본드가 남용되는 ‘그린워싱’도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이 그린 본드 시장 거래로 조성된 자금의 상당 부분으로 국유기업 자본을 늘리고, 풍력 에너지와 석탄 발전소를 짓는 데 사용한 것이 드러나 전 세계 환경단체와 투자자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국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더불어민주당·서울 노원구병) 의원은 발전공기업 국정감사에서 “발전공기업이 발행한 그린 본드는 누적 3조 3,962억원인데, 상당 금액이 녹색채권 발행 취지와 맞지 않은 곳에 쓰이고 있다”며 “그린 본드 발행 실적을 ESG경영 실적으로 둔갑시키고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발전공기업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 본드로 인한 실제 환경효과에 관한 분석은 전혀 없고 외부기관 검증도 없이 셀프 보고로 1,000억원 사용 보고를 완료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그린 본드를 포함한 ESG채권을 발행한 국내 발행사 120곳 중 사후 보고서를 낸 곳은 19곳(16%)에 불과하다. 제3자 검증을 받아 제출한 곳은 롯데캐피탈 한 곳뿐이었다.

이에 채권을 발행하는 정부나 기업이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을 마련하고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그린 본드 발행 목적을 뚜렷이 하고 투자 대상 프로젝트의 평가와 선정, 자금 관리, 외부검토 및 사후 보고 등에 관한 제반 기준과 절차를 엄격히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그린 본드가 지금보다 더 강력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발표한 ‘녹색채권 원칙(GBP)’과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가 수립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산업은행이 발행한 원·외화 ‘녹색 구조화채권’ 역시 두 군데 규제에 맞게 수립됐다. 하지만 모두 민간 자율 규제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

지속 가능한 금융에 관한 기술 전문가 그룹(TEG)을 구성해 그린 본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ESG 규제 및 공시체계를 확립한 EU의 행보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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