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어린 시절, 시골 외갓집에 내려갈 때마다 새마을호를 타러 들르던 서울역. 호두과자 하나 들고, 창가에 앉겠다고 떼를 써놓고 차창 밖 풍경은 잠깐 보다가 금세 잠에 들어버렸던 기억. 기자의 추억 속 서울역은 이런 모습이다.
수많은 철도가 지나가는 만큼 다양한 사연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역들 가운데서도 서울역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특별한 존재로 남아있다.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서울역답게 여러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쓰였던 서울역. 비록 ‘부산행’ 속 좀비는 없지만 서울역에 얽힌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서울역(지상) 역사 내부 / 사진=장호성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서울역은 간선철도인 경부선·경의선부터 수도권 지하철 1호선·4호선·경의중앙선·인천공항철도까지 수많은 철도 노선이 오고가는 역이다.
머지않은 시일 안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계획에 따라 GTX-A, GTX-B 서울역 정거장이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GTX-A는 이미 2020년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돼 이르면 2024년 하반기에 선을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신안산선이나 신분당선 등의 연장계획까지 포함되면, 서울역은 수도권에서만 8중 환승에 달하는 복잡한 역이 될 예정이다.
현재도 서울역은 여느 지하철역과는 달리 지상과 지하를 복잡하게 오가는 환승 구조를 지니고 있어 대표적인 ‘막장환승’역으로 불리고 있다. 물론 KTX 등 간선열차와 수도권 열차는 따로 봐야 하지만, 1·4호선과 경의중앙선, 공항철도간의 거리도 다른 역과 비교하면 상당히 먼 편이다.
공항철도는 1·4호선과 정반대방향으로 역사를 통과해 걸어가서 지하 7층까지 내려가야 하고, 경의중앙선은 역사가 아예 따로 존재한다. 공항철도의 경우 깊숙한 지하까지 가야 플랫폼이 있는 것을 감안해 노약자·교통약자 등이 아니라도 공식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가뜩이나 넓은 역에 GTX와 신안산선 등이 추가로 개통될 경우, 서울역은 국내 손꼽히는 북새통 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로7017 만리동광장 전경 / 사진=장호성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시가 시행한 수차례의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이 나와 존속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자, 시는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이곳을 뉴욕의 ‘하이 라인파크’과 같은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2015년 말 닻을 올린 ‘서울로7017’은 2년 뒤인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일 다음날인 5월 20일에 본격적으로 시민들에게 선을 보이게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역 옥상정원까지의 길이 개통되며 서울로7017~서울역까지의 보행도 가능해졌다.
서울로7017의 ‘70’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열린 ‘70년대’, ‘17’은 17개 테마의 길과 고가차도의 높이인 ‘17m’ 등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청포동 일대 서울로7017 초입 / 사진=장호성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주변 상권 역시 ‘중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되며, 카페나 식당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효과도 발생했다.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장사에서 서울로7017을 찾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수제맥주집·이색카페 등이 문을 열며 상권에 활력이 불어넣어진 모습이었다. 서울로7017 개통 이후 1년 만에 보행량이 주말 최대 48.6%, 주중 28.5% 늘어났고, 유동인구가 늘자 소매상이 140%, 카드 매출액이 42%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었다.
일본은 서울로7017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노후화된 도쿄고속도로를 공원화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서울로7017은 노후화된 설비를 활용한 좋은 도시재생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이처럼 보행과 교통을 살린 도시재생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예상도 / 사진=서울시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철도공사는 서울역 북부의 유휴 부지를 개발하려는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명 ‘강북판 코엑스’로도 불리는 이 사업은 서울역 북부 서울로7017과 염천교 수제화 거리 사이 유휴 철도 부지에 지하 5층·지상 40층 규모로 건폐율 59.99%·용적률 793.7%·연면적 약 35만㎡의 건물 5동을 짓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연면적 2만4403㎡ 이상 규모의 컨벤션 시설이 도심·강북권 최초로 조성되며, 호텔, 판매·업무시설도 연면적 50% 이상 들어선다. 700가구에 달하는 오피스텔도 연면적 30% 이내로 조성된다.
이를 추진할 우선협상자에는 한화건설이 지난 2019년 선정된 바 있다. 한화건설은 컨소시엄에 포함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총 결집해 서울역을 국가의 관문이라는 입지와 위상에 걸맞게 완성시킬 계획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극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건설은 2022년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한화건설은 다양한 복합개발사업 추진 경험을 통해 전문적인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화그룹 내 이러한 복합개발에 최적화된 계열사들이 있어 컨소시엄 구성 등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재계순위 7위인 한화그룹과 모회사인 ㈜한화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한화건설의 시공능력 ▲자회사 한화역사의 상업시설 운영 경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호텔, 리조트, 아쿠아리움 운영 경험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경쟁력 ▲한화에스테이트의 종합부동산 관리 노하우 등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서울로7017에서 촬영한 서울역 북부 전경 / 사진=장호성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