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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보라섬’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오색찬란한 섬, 신안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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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6-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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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보라섬’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오색찬란한 섬, 신안이미지 확대보기
[WM국 김민정 기자] 신안은 전라남도 남서부 해역 1,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군이다. 지도를 펼치니 저마다의 매력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섬이 많다. 태곳적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홍도, 12사도 순례길로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병풍도, 아름다운 해변과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명소로 가득한 하의도와 비금도, 바람이 쌓은 모래언덕 풍성사구로 유명한 우이도 등. 그 중 최근 일명 ‘보라섬’으로 뜨고 있는 중부권과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갯벌 염전이 펼쳐진 북부권 일대를 둘러보기 위해 오색찬란한 섬 신안으로 향했다.

푸르른 바닷길 건너, 싱그러운 초여름 내음 따라

신안 중부권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를 잇는 보라섬으로 정하고, 천사대교를 건넜다. 2019년 개통한 이 다리 덕에 신안 중부권의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까지 큰 섬 다섯 곳이 육지 생활권이 된 셈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에 닿았다.

자은도와 팔금도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SNS에서 핫한 인증 명소가 나타났다. 이름하여 기동 삼거리 벽화. 온화한 미소를 띤 어르신 두 분의 벽화 위로 애기동백이 절묘하게 포개져 동백꽃 파마를 한 것처럼 보이는 유쾌한 벽화로, 누구라도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벽화 속 주인공은 실제 이 집에 살고 있는 노부부다.

보라섬으로 가려면 팔금도 방향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사랑을 이뤄준다는 전설의 여인송과 국내 최대 수석박물관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자은도에 들르기로 했다. 자은도 서쪽 분계해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 100여 그루가 병풍처럼 서 있다.

그 중 두 다리를 하늘로 길게 뻗은 듯한 모습의 소나무에 특별히 ‘여인송’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소한 말다툼 뒤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한없이 기다리던 한 여인의 안타까운 전설과 함께. 훗날 사람들은 기이하고 우람한 풍모를 뽐내는 여인송이 진실한 사랑을 이어준다고 믿으며 이곳을 찾았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좋은 기운과 간헐적으로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양산해변 인근에는 ‘1004섬 수석미술관’과 ‘세계조개박물관’이 자리한다. ‘1004섬 수석미술관’은 해안가에 뒹구는 돌멩이마저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 현장이다. 미술관 정원에 있는 대형 수석과 실내에 전시된 작품은 솜씨 좋은 예술가가 만든 것처럼 아름답다. 자연의 신비한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세계조개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조개와 고둥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감탄하게 된다. 고대에 보라색 천연염료를 바다 달팽이에서 얻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양산해변과 1004섬 수석미술관, 세계조개박물관 등을 아울러 ‘1004뮤지엄파크’라고 한다.

[Travel Essay] ‘보라섬’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오색찬란한 섬, 신안
강렬한 햇빛 넘실대는 보랏빛 섬으로

드디어 보라섬으로 가는 길. 안좌도~반월도~박지도를 잇는 길에 1,462m의 목교가 놓이면서 많은 이들이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됐다. 이 다리는 평생을 박지도에서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두 발로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실현된 것. 할머니의 이야기를 접한 신안군에서 다리를 놓았고, 여기에 섬의 특징을 살린 보라색을 더해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찾는 사랑받는 여행지로 거듭났다.

보라섬 여행의 시작과 끝은 정하기 나름이다. 반월도를 먼저 들러 박지도를 돌아 나와도 되고 박지도~반월도 순으로 여행해도 된다. 단, 섬에 입장하면서부터는 정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둘 것. 별도의 입장료가 있는데 보라색 옷이나 소품을 미리 챙기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퍼플교로 불리는 다리를 건너 반월도를 먼저 찾았다. 섬의 형태가 어느 곳에서 봐도 반달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반월도 초입에서는 자전거도 대여해줘 이를 이용해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섬을 빙 둘러 산책길이 나 있어 걷기도, 자전거로 달리기도 좋다. 역시 마주치는 것은 온통 보랏빛이다. 자그마한 마을의 지붕은 물론이고 마을버스, 누군가의 오토바이, 심지어 농사를 준비하며 흙을 덮어놓은 비닐까지 다 보라색이다.

박지도는 또 어떤 모습일까? 반월도에서 박지도로 연결된 퍼플교를 달렸다. 박지도는 섬 모양이 박을 닮기도 했고 박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해서 불리게 된 이름이다. 이곳 역시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나 있다. 왕도라지꽃과 라벤더, 루드베키아가 피는 계절이 되면 보랏빛 꽃과 향기로 황홀경에 이르는 곳이다. 박지도에는 약 1만 3,200m²(약 4,000평) 규모의 라벤더 정원이 있고, 섬 둘레길 1.5km에 보라 루드베키아와 접시꽃도 식재해놓았다. 꽃이 피는 계절이면 카메라에 담긴 사진마다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Travel Essay] ‘보라섬’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오색찬란한 섬, 신안
고운 빛으로 물든 생동하는 갯벌

신안 북부, 우리나라 최대의 갯벌 염전이 펼쳐진 증도에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라는 영광의 흔적을 찾기로 한다. 자동차로 신안 중부 압해읍에서 증도로 이동하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리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평온한 풍경의 논과 밭, 부드럽게 굴곡진 산등성, 황톳빛 갯벌과 푸르른 바다는 지루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섬 서쪽의 태평염전으로 향하는 길. 마침 썰물이어서 넓은 갯벌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목재 다리가 차를 멈춰 세웠다. 증도의 명물 짱뚱어다리다. 470m에 달하는 갯벌 탐방로로 짱뚱어와 갯지렁이, 농게, 칠게 등 다양한 수생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낮에는 살아 숨 쉬는 갯벌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면 저물녘에는 고운 빛으로 갯벌을 물들이는 일몰을 마주할 수 있다.

제 몸을 노랗게 물들인 태양은 금세 하늘을 뒤덮고 바다와 갯벌에 후광을 비추다 활활 타오르듯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수평선 아래로 떨어진다. 아름다운 이 순간을 다리 위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태양 아래 짱뚱어다리와 바다 그리고 갯벌까지 한눈에 담겨 신안 최고의 풍경으로 남길 수 있다.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태평염전은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한국 전쟁의 피란민을 정착시키기 위해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 드넓은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만든 게 태평염전의 시초로, 현재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태평염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소금박물관은 과거 소금 창고로 쓰던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다. 소금의 역사와 효용성,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박물관이다.

지금은 몇몇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 오가기 쉬워졌지만 과거에는 섬과 섬을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터. 그래서 섬사람들은 이웃 섬으로 가기 위해 갯벌 위에 바위를 쌓아 징검다리를 놓았다.

물이 빠질 때만 건널 수 있는 이 징검다리를 노둣길이라고 했다. 증도에서는 노둣길을 통해 예전에 방영한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로 알려진 화도에 가볼 수 있다. 노둣길에 차 한 대 정도가 지나다닐 수 있게 콘크리트 포장을 해두었다. 가는 길은 평평해졌지만 물이 빠질 때만 건널 수 있는 것은 여전하다. 물때를 맞춰 노둣길을 천천히 거닐어보는 것도 신안에서 꼭 해야 할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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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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