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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손실보상제와 한은 발권력 무시하는 포퓰리스트들

장태민

기사입력 : 2021-01-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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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영업자,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한국은행이 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나 금융시장 종사자들 사이엔 한국이 현대화폐이론(MMT)을 실험하는 장(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스런 목소리도 내고 있다.

민주당, 그리고 그 아류의 소수 정당 의원들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한은이 돈을 찍어서 이 채권을 사들이는 부채의 화폐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 무지한 국회의원들의 무모한 입법화 시도에 비판도 많아져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엔 60명이 넘는 의원들이 대거 동참했다.

지난해 4.15 총선을 거치면서 기본소득 찬성자들이 유독 많았던 가운데 돈 문제는 '한은이 찍으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접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러다보니 법안엔 "국가는 손실보상금 및 위로금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발행한 국채는 한은이 매입하고 매입금액은 정부에 이관한 뒤 소상공인과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질적으로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는 꼴이다. 이렇게 되면 화폐가치는 추락할 위험이 크지고, 한은은 정부정책의 집행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이런 일이 설마 현실화되겠느냐는 얘기들을 한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정치화'가 심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 한은 출신의 우려 "어떻게 법에다가 한은이 인수하라는 그런 발상을..."

중앙은행은 경기상황 등에 따라 국채를 직매입할 수 있다.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도 있고 유통시장에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들이 법에 한은의 직매입 조항을 담는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행태를 지나치기 어렵다는 얘기도 한다.

중앙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A씨는 이 문제를 크게 우려했다. 여당 의원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고 너무 나이브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권 초기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던 A씨는 최근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듯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법에 대해선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법에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서 채권을 인수하라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은행법상 한은이 채권을 매입할 수 있지만, 다른 법에서 한은더러 국채를 매입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중앙은행맨 출신 A씨는 다른 나라에서도 리스크가 있다면서 쉽게 하지 않는 일을 왜 한국 정치인들은 자신있게 추진하느냐면서 걱정했다. 물론 그는 민주당 의원들의 바램대로 법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중앙은행 직매입을 다른 법에서 입법화하는 것은 절대 막아야 합니다.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보지만요."

■ 국회(정치인)나 정부에 발권력 나눠 주는 게 과연 옳은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 즉 발권력은 중앙은행의 고유하고도 독점적인 권한이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공인한 내용이다.

특히 위기를 맞았을 때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큰 힘을 행사한다.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나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중앙은행은 시장이나 금융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평소에 보지 못한 강력한 발권력을 행사하면서 그 영향력을 과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발권력 행사를 통해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다른 기류가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 '독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주장이 MMT다. 포퓰리즘에 물든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다'는 달콤한 속임수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도전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치부하는 MMT를 법에 담으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입법화하려는 내용은 사실 한은법과도 충돌한다.

새로운 특별법으로 한국은행법이라는 특별법을 뭉개버리려는 행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베테랑 한국은행 직원의 목소리는 이러했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손실보상제 내용이 입법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좀 걱정스럽네요.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매입할 수 있지만, 이를 다른 법에서 입법화해선 안 됩니다. 이는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에요."

대규모 재정정책이 구사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나서 이를 입법화한 뒤 강제한다면 많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 혹은 국회가 발권력을 나눠 가지려는 모습을 보이면 점잖은 한국은행 역시 가만히 있기가 곤란하다.

■ 포퓰리즘의 지배 "정치적 이익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의 소상공인 지원은 정치적 목적과 같이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소리를 순진하게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 수 없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표에 도움만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머리가 굵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선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법제화 움직임 등이 순수하게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한 목적만 있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뒤섞여서 어지럽게 움직이다 보니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급증했다.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힘이 너무 강해지면서 '진심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권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이렇게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아주 우려스러운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포퓰리즘이 지속된다면 한국경제는 큰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라는 혹성에서 나홀로 살아갈 수 없는 만큼 다른 나라로부터 배척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현재 여당과 그 아류 정당 국회의원들이 추진하는 입법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런 입법이 현실화된다면 향후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자본유출,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한국경제를 망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권력을 갖고 있더라도 자신들이 잘 모르는 일엔 제발 나서지 말라는 애원성 목소리도 있었다. 전문가 집단이 배제되고 권력을 쥔 무지한 자들이 전문가 행세를 할수록 세상은 위험해지는 법이다.

증권업계에 오랜 기간 몸 담아온 한 지인은 지금의 세태를 이렇게 일갈했다.

"머리 나쁜 정치인들이 엉뚱한 일을 열심히 벌이면서 경제를 망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포퓰리스트들이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유례없는 아파트값 폭등이 이를 잘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정치하는 자들이나 권력잡은 자들이 자기 주머니는 애지중지 아끼면서 국민 세금이나 미래의 세금(국채)을 통해 끊임없이 생색을 내려고 하네요. 누가 그들에게 이런 일을 벌이도록 했습니까. 무지한 국민들인가요?"

하지만 지적 능력을 의심받는 자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감은 기세충천(氣勢衝天)해 있다. 대신 꽤나 학식과 경험을 인정받는 사람들은 식자우환(識字憂患)을 거론하면서 정치인들의 위태로운 곡예를 지켜만 보고 있다.

★ (참고) 특별법안 제안 이유와 주요내용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의료인 등이 감염병 환자의 진단 및 치료 등으로 인하여 입은 피해, 국민이 격리 및 치료 등을 받은 경우의 피해, 의료기관이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받거나 감염병환자 등을 진료하거나 폐쇄되는 등으로 손실을 입은 경우 및 감염병환자 등이 있는 장소가 일시적 폐쇄 등의 조치를 당한 경우의 손실등에 대해서는 보상 규정을 두고 있음.
또한 나아가 동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된 사람에 대하여 치료비, 생활지원 및 그 밖의 재정적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이러한 법규정에 의하면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영업주가 국가기관의 조치로 영업이 불가능하게 되어 입은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경우는 감염병환자가 있거나 감염병 병원체에 오염되었다고 인정되어 그 장소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거나 일반 공중의 출입이 금지되는 경우(제70조제1항제4호, 제47조제1호가목 및 나목) 등에 한정됨.
그러나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감염병 예방 목적의 집합금지 등 행정명령으로 인한 손실 내지 피해에 대한 대상 및 보상은 현행 규정에서 제외되는 문제점이 있음.
이러한 입법상의 불비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합금지 등 행정 명령의 대상이 된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는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그 손실을 아무런 보상 없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임.
또한 정부의 집합금지 등 행정 명령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여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방역 방침에 동참을 하고 있으나, 감염병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묵묵히 고통을 분담하고 있음.
따라서 특별법을 통해 정부의 집합제한 또는 집합금지 등 감염병 예방 조치로 인하여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손실 보상, 감염병 사태에 대해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로금 지원, 사회적 고통 분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사회적 양극화 해소 및 공동체 통합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임.

주요내용

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등 감염병 사태로 인하여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의 손실을 보상하고,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국민에게 위로금을 지원하며, 고통 분담을 통한 상생 및 사회적 연대, 재원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 소상공인 등의 경영 안정, 사회 양극화 해소 및 전 국민 공동체 통합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안 제1조).
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하여 특별히 경제적 손실을 입은 사회ㆍ경제적 취약 계층 등을 조사하여 그 피해를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등 국가의 책무를 부여함(안 제4조).
다. 국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감염병 예방 조치로 인하여, 그 금지 등 기간 동안의 경제적 영업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의 손실에 대해, 집합금지 업종의 경우 손실매출액 7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보상하고, 그 외 업종은 60% 내지 50%의 범위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보상함(안 제5조).
라. 손실보상금의 지급 기준은 피해업종별로 행정명령 발동 기간 동안의 매출액을 직전 3년 동기의 평균 매출액과 비교한 차액으로 함(안 제5조제2항).
마. 전 국민에게 개인별 50만원의 범위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로금을 소비진작 쿠폰 등으로 지급하되, 방역 상황을 고려하여 지급 시기를 결정함(안 제6조).
바. 고통 분담을 통한 상생과 사회적 연대를 위해 피해 소상공인 등의 임대료, 금융 비용ㆍ통신 비용ㆍ공과금 등을 피해업종별로 일정비율을 인하 또는 감면함(안 제7조부터 제10조까지).
사. 임대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제1항제1호(계약갱신 요구), 제10조의4 1항 단서(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발생 및 확산에 따른 국가 재난 상황에서는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함(안 제7조제4항).
아. 국가는 손실보상금 및 위로금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발행한 국채는 한국은행이 매입하며, 매입 금액은 정부에 이관 후 소상공인 및 국민에게 지급함(안 제11조).
자. 국민적 고통 분담에 의한 이익 공유를 위하여 자발적 방법으로 사회적 연대기금을 조성하고, 기부금을 기부하는 기업 및 단체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세액을 공제함(안 제12조).
차. 특별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고, 시행 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사태가 종식되는 날까지 유효함(안 부칙 제1조 및 제2조).
카. 손실보상금은 소급하여 지급함(안 부칙 제3조).
타. 임대료, 금융비용, 통신비용, 공과금 등은 소급하여 인하 또는 감면함(안 부칙 제4조).

(장태민 칼럼) 손실보상제와 한은 발권력 무시하는 포퓰리스트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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