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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 지역화폐, 논란의 전말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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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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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4차 추가경정예산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지역 화폐 논쟁이 불붙었다. 지역 화폐의 효용성 문제를 지적한 국책연구기관의 분석보고서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얼빠졌다"는 과격한 표현과 함께 '적폐' 운운한 것이 발단이다. 이를 둘러싸고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면서 갈등은 격화됐고 여야 정치인 물론 학계 인사들까지 가세했다.

9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경기도 기업규제 발굴․지원 간담회 및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

9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경기도 기업규제 발굴․지원 간담회 및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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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화폐

지역 화폐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발행 금액도 급속도로 늘었다. 지역 화폐는 특정 지역 내에서 제한된 구성원들 간에 통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각 지자체에서 발행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 음식점 등에서 소비해야 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된다. 사용처가 한정된 만큼 대신 지역 화폐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주거나 일정 금액을 환급해준다. 인센티브와 할인 혜택을 주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다.

2016년 53개 지자체에서 1168억 원 규모였던 지역 화폐 발행은 이듬해 발행 금액 규모가 3배로 커졌고, 지난해부터는 발행 지자체 수가 177개 지자체로 대폭 늘었다. 발행 금액도 3조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각 지자체에서 재난지원금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면서 발행이 더욱 크게 늘었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95%에 육박하는 229곳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해 유통하고 있다. 발행액 규모만 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지역 내 제한된 소비라는 제도의 특성상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다.

지역화폐 관련 조세재정 보고서 표지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역화폐 관련 조세재정 보고서 표지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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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지역 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는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지 않으면서도 손실은 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역 화폐 사용이 검증된 일부 업종에서만 유의미한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기타 업종에서는 유의미한 매출 증가 효과가 관측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고용효과의 경우는 일부 업종에서만 고용 증가 효과가 관측됐으며 이마저도 임시일용직 고용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특정 지자체에서 사용되는 지역 화폐는 일종의 보호 무역처럼 인접한 다른 지역의 매출을 감소시키고, 이를 막기 위해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지역 화폐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연히 지역 화폐 발행이 늘면 늘수록 이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과 운용을 위한 경비로 인한 손실도 증가한다. 보고서는 지역 화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분명하지 않은 반면, 자원 배분 비효율로 인해 한 해 2260억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연은 해당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계점도 분명히 했다. 연구는 2010~2018년 사이의 전국사업체 조사 전수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2019년 이후 지역 화폐 발행액이 대폭 증가했고, 운영방식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모바일과 카드 등으로 진화한 것은 반영하지 못했다.

조세연도 이 때문에 2019년 이후에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향후 데이터가 이용 가능해지면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정쟁이 되어버린 정책

조세연의 보고서는 “지역 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발끈했다.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 연구기관”이라고 쏘아붙이더니 다음 날엔 “철밥통이 국민들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했고,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다음에는 “보호해야 할 학자도, 연구도 아니며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고 퍼부었다.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자체장이 보고서를 쓴 전문가를 비난하고 위협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말처럼 전문가의 연구는 다른 전문가의 연구로 답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이재명 지사가 발끈한 것은 보고서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심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과거 조세연구원으로 불렸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원래 그렇게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전문적인 의견을 내놓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기관이라고 하기 어렵다. 조세재정연구원은 1년 8개월째 국회의 국가채무전망 공개요청에 불응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는 대통령령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국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곳이 조세재정연구원이다. 최종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돼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한 많은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 지역 화폐에 대한 이번 보고서를 포함해서 말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시키지 않은 일은 대체로 하지 않는 곳이고 정부에 불편한 보고서는 공개를 꺼리는 곳이다. 이재명 지사로서는 그런 기관이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면 숨어있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단순히 한 전문가의 연구 결과가 아니라 누구인가의 조직적인 의도가 숨어있고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실제 정치적으로 이재명 지사는 당내에서 고립돼있기도 하다. 물론 성격 탓도 있다. 이재명 지사가 어느 정도 “분노조절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효과

사실 지역 화폐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가 나온 곳이 조세연만은 아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도 이와 같은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지난 3월 75쪽 분량의 '지역 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선 기존의 연구들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으나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국 22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역 화폐의 신규 도입이나 확대 발행은 지역의 고용 규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세연의 보고서와 더 비슷한 보고서는 정부 재정 운용을 평가하는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나왔다.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전체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없으면서 발행·유통 비용만 들어가니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처는 지역 화폐가 지역 내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정말로 그런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조세연의 보고서와 비슷한 결론이다.

논쟁을 촉발한 이재명 지사도 고용 증대 효과나 국가 소비 총량 증대 효과는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대형마트에서 쓸 돈을 전통시장이나 동네 점포에서 쓰라고 하는 측면이 강하고, 주된 목표인 유통 재벌에서 중소 자영업자로의 소비 이전 효과는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연구는 필요하다.

지역화폐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장한 보고서가 있는 것도 물론이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가 그렇다. 지금 단계에서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일단 기관별로 지역 화폐에 대한 효용성을 연구하기 위한 데이터도 다르다. 모든 보고서가 아직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정책기획위원회의 보고서는 "이번 연구의 실증결과가 반드시 지역 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전혀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밝힌다. 국회 예산처 역시 지역 내 자영업체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내년 지역 화폐 발행 규모는 올해보다 대폭 증액될 전망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역 화폐 논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지난 17일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 사랑 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15조 원 대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지금까지의 연구 수준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직 모호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선 지역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계산해 볼 경우, 소비 진작 효과는 클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지역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다소 있다고 해도 그것이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정책에 대한 평가는 더욱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치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기왕에 돈을 쓰기로 했다면 지역 화폐의 경제효과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기관에서 앞으로 더 많이 해야 할 일이다, 정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책 논쟁은 나쁘지 않다.

[김상철의 정책해설] 지역화폐, 논란의 전말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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