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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LS 발행이 죄가 되나요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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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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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주가연계증권(ELS) 규제를 두고 증권업계가 시끄럽다. 해외지수 연계 ELS발(發) 대규모 마진콜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이 발행액 총량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도 불구하고 ELS 발행액은 99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저금리·저성장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ELS의 투자 매력이 커졌고 이와 함께 시장도 빠르게 성장해왔다.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ELS를 발행할 때 헤지를 한다.

ELS를 판매해 확보한 자금 90%가량을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 헤지 목적으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매입하는 식이다.

헤지 방식은 증권사가 스스로 위험과 손익을 떠안는 자체 헤지와 외국계 금융회사에 ELS 손실이나 이익을 넘기는 백투백 헤지가 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증권사가 자체 헤지를 위해 매수한 파생상품에서 마진콜이 발생했다.

해외 증권사들이 담보유지비율을 맞추기 위한 수조원에 달하는 추가 증거금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증거금 납부를 위해 기업어음(CP) 등 단기채권을 대규모로 매도하면서 실탄 마련에 나섰고 이에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마진콜 사태는 외환시장 혼란으로도 번졌다. 증거금을 달러로 내야 하는 증권사들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려 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출렁거렸다.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한은의 유동성 공급, 글로벌 지수 반등 등이 맞물리면서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가까스로 진정됐다.

당국은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ELS 발행액 총량을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기자본에 비례하는 ELS 발행 한도를 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수조원대 마진콜 발생으로 단기금융시장과 외환시장까지 불안을 겪었던 만큼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금융위는 “ELS 시장 건전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증권사들이 백투백 헤지에 의존해 상품설계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제는 자체 헤지 비중이 높아지니까 문제가 된 꼴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발행총량제는 과도한 조치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획일적인 총량 규제가 ELS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냐는 의문이다.

대다수 대형 증권사는 이미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ELS를 발행하고 있는데 신규 판매를 중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발행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ELS 시장이 대폭 축소되면서 투자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발행 한도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단기자금시장에 다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대책은 세워야 한다. 마진콜로 인한 유동성 위기는 또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자본 이상으로 ELS를 발행하는 행위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게 옳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증권업계는 증권사별로 자기자본 대비 자체 헤지 비중을 낮추거나 헤지 자산에서 외화자산 비중을 높이는 등의 방안의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경쟁력을 키우라고 주문하면서 과도한 규제로 성장을 가로막는 건 자가당착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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