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금융지주, 우리파이낸셜 인수가 2800억원 제시
지난 2일 우리파이낸셜 본입찰 제안서 제출을 마감한 결과, 당초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메리츠금융과 KT캐피탈이 막판에 발을 뺐다. 이에 따라 본입찰에는 KB금융지주와 대신증권 두 곳만 참여했다. 이 가운데 KB금융지주는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위한 입찰 가격으로 28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신증권이 제시한 가격인 2500억원 수준보다 300억원 가량 높은 금액이다.
한국신용평가 권대정 수석애널리스트는 “우리파이낸셜이 매년 순익 500억원 이상을 내고, 장부가격이 4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KB금융지주가 제시한 가격은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해 매각주관사가 예측한 가격인 2500억원 이상을 써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이번 딜에 시장의 예상과 달리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은 최근에 불거진 일련의 ‘비리 의혹’사태를 정면 돌파해, 세간의 불신과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KB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요즘 국민은행이 각종 비리 의혹과 내부통제시스템 부실로 금융당국의 특별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직원들의 사기가 꺾여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직원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0억~200억원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M&A를 해서 얻게 되는 KB금융과의 시너지와 KB금융인의 자신감은 100억~200억 보다 더 큰 무형의 가치다”고 말했다.
만약 KB금융지주가 우리파이낸셜 인수에 성공할 경우 KB국민은행 등 그룹 계열사와 연계영업을 통해 비은행 부문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 실시 후 통상 1주일 이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6일쯤 우선협상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우선협상자가 결정되더라도 본실사와 가격협상 후 본계약 체결, 금융당국 승인 후 거래 종료까지는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있다.
◇ 인수가격 낮아 재입찰 가능성도 제기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본입찰에 참여한 두 곳의 인수가격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쳐 유찰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시 말해 이들 두 곳이 제시한 입찰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매각의 유일한 목적은 공적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하는 것”이라며 “매각가격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재입찰이나 패키지 매각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적정 가격은 대략 3000억원대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07년 9월 당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로부터 한미캐피탈(현재 우리파이낸셜) 주식 849만9955주(51.5%)를 2711억원(주당 3만1900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에는 자산급증에 따른 레버리지 배수를 맞추기 위해 단행한 유상증자(623억원)에서 보유지분(324억원) 만큼 참여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파이낸셜의 매각가격을 3351억원에서 최고 4700억원까지 내다봤다. 상장사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서 회사 내 유보금 1899억원을 차지할 것을 고려하면 과한 기대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은 이보다 낮은 가격을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 유찰 위험도 감지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싸게 팔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재입찰이나 패키지 매각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파이낸셜은 당초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에 포함됐던 회사”라면서 “패키지 매각에 문제는 없으며, 매각가격만 최대 한도로 받아낼 수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