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하반기 들어 달러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엔화가치는 상승하면서 선제적으로 엔화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엔ㆍ달러 환율은 현재(18일 기준) 달러당 91.13엔으로 하락하며 엔ㆍ달러 환율이 90엔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월13일 이후 처음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7일 엔화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167억엔을 차입했다.
만기는 1년이며, 금리는 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1.3%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차입규모 167억엔은 달러기준으로 1억8400만 달러다.
주간사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맡았고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계 투자자가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중소기업 수출입 금융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르면 올 연말쯤 일본에서 논딜 로드쇼를 열고 200~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엔화 확보로 어느정도의 길을 터놨지만 아직까지는 일본 기관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입장”이라며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쯤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지난 3일 지난해 리먼사태 이후 국내기관에서 처음으로 일본시장에서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했다.
2년(121억엔), 3년(109억엔), 5년(70억엔) 만기 고정금리채 조건이며 스왑금리에 각각 1.9%, 2%, 2.1%를 가산한 수준이다.
산은은 사무라이 펀드 발행 이후 11일에도 일본 국제 협력은행(JBIC)과 200억엔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발행은 2년(121억엔), 3년(109억엔), 5년(70억엔) 만기 고정금리 등으로 구성됐다.
발행금리는 2년물의 경우 엔화 리보에 가산금리 1.9%포인트이며 3년과 5년이 각각 2%, 2.1%다.
올 연말쯤 500억엔을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엔화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고 때마침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엔화자금 확보를 위해 유심히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자 수요가 최우량 등급이 아니더라도 경제 회복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면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닫혔던 엔화 시장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일본 투자자들이 워낙 보수적이어서 투자심리가 완전히 풀리려면 아직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이 신용등급 ‘A’를 받았다고 하지만 일본 투자자들이 신용등급 ‘AAA~AA’ 등급인 채권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아직까지 쉽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 용어설명
사무라이본드 : 외국기관이 일본 내 투자가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을 말한다.
신디케이트론 : 다수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을 말한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