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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몰락 그리고 진화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10-15 21:19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공병호 경영학 박사

“이번사태는 미국금융자본주의의 몰락도 아니고 자유주의니 신자유주의의 몰락도 아니다.

그저 규제가 금융공학 기술을 따라 가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남은 것은 규제와 탈규제를 거치면서 ‘붕괴’ 나 ‘몰락’이 아닌, 시장의 진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요즘은 프랑스의 논객 기 소르망 씨의 최근작 제목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경제란 그냥 대충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잘못된 제도와 행위는 반드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다만 그 비용을 언제 지불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근래 월스트리트 발 금융위기의 파급효과가 실물경제를 넘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원인과 처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금융자본주의의 몰락’이니 ‘신자유주의의 붕괴’니 등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로 원인 규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실상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이례적인 주택 가격의 급등이라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우선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미국금융자본주의의 몰락도 아니고 자유주의니 신자유주의의 몰락도 아니다.

해법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이 전 세계적으로 풀릴 수 있었던가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세계가 금본위제를 벗어난 이후, 각국의 금융당국의 행보를 보면 자의적인 판단과 정치적인 편향에 따라서 통화관리 면에서 방만한 정책을 지속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나라마다 통화당국의 정치적인 중립성의 정도는 차이가 나지만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경미한 불황이 왔을 때도 이를 감내하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불황의 조짐이 완연해지면 저금리 정책을 통해서 통화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지속해 왔다. 일찍이 걸출한 자유주의자였던 루드비히 폰 미제스는 “불황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불황이 오면 이를 상처 치유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일정한 고통을 지불하여야 한다. 여기서 고통이란 무엇인가? 통화 공급의 축소가 가져오는 경제주체들이 인내의 시기를 갖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지속되어온 저금리 정책은 결국 언젠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계속해서 연기해 온 것을 뜻하고 결국 통화 팽창이 가져오는 자산 가격의 상승이란 거품을 낳게 되었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이 치유되고 난 다음에도 중앙은행의 정치적 편향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완전한 독립이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처럼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 등과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성장률과 연동해서 통화량을 늘리거나 ‘헌법적 제약’을 통해서 통화량 팽창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결국 신자유주의의 몰락이 아니라 반(反)자유주의적 정책이 빚어낼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과거의 통화 팽창이 가져온 효과와 완연히 다른 점은 본원통화에 바탕을 두고 제2, 제 3의 파생상품이라는 또 다른 모습의 신용창조를 낳게 되었다는 점이다. 파생금융상품의 가치는 상품이나 증권 그리고 통화와 같은 본원적 자산의 가치로부터 파생되게 된다. 본원적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 이에 따라 파생상품의 가치 역시 하락을 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서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듯이 금융공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레버리지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규제가 금융공학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일어난 셈이다. 금융공학기술의 발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증권화는 미래에 수령할 수 있는 배당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증권화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이번 사태가 보여주듯이 주택대출을 매각하면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이용하여 몇 차례건 주택대출을 더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증권화라는 금융기술이 주택버블에 추진력을 더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음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서브프라임 위기>라는 책의 저자인 하루야마 쇼카 씨는 이렇게 전망한다.

“금융기술은 무한히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등장할 신기술의 문제점을 규제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뭔가 문제가 터지기까지는 규제할 대의명문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비로소 규제하는 측이 나서게 된다. 이번 사태로 당분간은 규제하는 측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규제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은 시장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번처럼 막대한 비용이 지불되고 난 다음에는 더욱 엄격한 규제가 주어지고 그런 규제가 가져오는 비용이 커지면 시간을 두고 완화 작업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규제와 탈규제를 거치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은 새로운 문제해결책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붕괴‘나 ’몰락‘이 아니라 시장의 진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안목이 필요하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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