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은행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상품개발을 통한 고객 유치와 수신기반의 다양화를 위한 은행들의 노력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수신과 여신으로 나눠 은행들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을 꼽아보고 인기비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 한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은행 상품들을 정리하고 해부해 본다.
각 은행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린 수신상품들을 모아 월평균 실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봤다. 올 한 해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렸느냐는 단순한 키 재기로 봐도 무방하다. 증권가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선전을 한 상품들인 만큼 모두 상품 구성이나 내용이 뛰어나다는 데는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
◇ 중장년층 대상 최고 실적
올 한해 (11월말 기준) 가장 많은 수신고를 올린 상품은 단연 농협의 ‘브라보백년예금’과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이다.
중장년의 여유롭고 행복한 미래설계를 돕는다는 의미로 출시한 농협의 ‘브라보백년예금’은 5월에 출시된 뒤 11월말 현재 5조29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어 7월에 출시된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 역시 3조4323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나란히 1,2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두 상품 모두 월평균 7000억원 가량의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 최고의 수신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상품은 새로운 고객군으로 떠오르는 중장년층을 겨냥했다는 점,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최고 5.7~6.05의 고금리를 제시했다는 점이 공통점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농협의 브라보백년예금은 PB고객이나 중장년 개인고객, 은퇴생활자 등 자산증식 및 안정적인 생활자금을 지급받고자 하는 고객의 호응이 커, 구전이나 소개를 통한 상품판매가 많이 이루어졌다는 평이다.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 역시 건강과 부(富)를 동시에 추구하는 45∼64세 고객을 ‘와인 세대’로 이름 짓고, 철저히 이들의 구미에 맞게 상품을 꾸며 호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회갑이나 칠순 때는 연 0.4%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주고 건강검진표를 제출시 연 0.2%포인트 등 각종 특별이율과 웰빙이율을 제공한다.
◇ CMA와 대적하는 스윙상품
올 해 은행권의 빅 이슈는 스윙계좌 상품의 출시다. CMA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것으로 ‘실속없다’, ‘헛스윙이다’라는 지적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3,4,5위의 자리를 스윙계좌상품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연3~4.9%의 고금리와 각종 수수료 면제혜택, 은행의 지급결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하나은행의 ‘빅팟통장’은 월 평균 3000좌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고객기반확대라는 목표달성을 충분히 이뤘다는 평가다.
빅팟통장은 월평균 실적 2347억원(11월말현재 197,000좌, 7040억원)으로 스윙상품의 일종인 우리은행의 ‘AMA 전자통장’과 기업은행의 ‘아이플랜통장’을 크게 앞섰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우리은행의 AMA 전자통장과는 무려 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기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도 빅팟이 대세라고 생각한다”며 “증권사 방문없이 CMA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은행의 편리한 지급결제 및 각종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AMA 전자통장’ 역시 급여 이체시 수수료가 완전 면제되고 최고 연 4.8%의 고금리 계좌로 오토스윙 돼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나은행의 빅팟 통장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에 의한 원금보장 등의 장점이 있다.
기업은행의 ‘아이플랜통장’은 은행권 최초로 월급통장 일정 잔액에 최고 연 4%의 금리를 부여해 주목을 끌었다. 기준잔액이 300만원이상이라는 한계로 인해 스윙상품 중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잔액 초과분에 대해 지급될 우대금리 대신 대출금리를 감면할 수 있는 상품 구성이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 틈새시장 노린 차별화 적중
다른 상품에 비해 실적면에서는 뒤지지만 틈새시장을 노려 쾌거를 올림으로써 더욱 돋보이는 상품들이 있다.
신한은행은 주부 및 여성 고객을 집중 공략한 ‘홈 앤 스위트’ 저축예금과 신용카드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주거와 가사 특화 상품에 맞게 벽지패턴의 전용통장을 제작해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신용카드와 패키지로 가입시 우대혜택을 부여했다.
7월에는 벽지시공권, 주방상품권, 아동용 침대 등을 증정하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여 12월 10일 현재 저축예금 고객만 해도 13만명을 넘겼다.
외환은행은 개인 사업자를 겨냥한 ‘비즈니스예금’을 출시함으로써 월평균 140억원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정부의 사업용계좌 개설 제도(개인사업자의 금융거래 통장을 사업용과 개인용으로 분리해 개설)시행에 맞춰 개인사업자를 우대하는 전용통장을 내놓은 것이 적중했다는 지적이다.
개인사업자들이 하루만 맡겨도 잔액에 따라 최고 2%까지 금리가 지급되고 예금상품 가입 시 신용카드 연회비 면제나 감면, 대출금리 감면 등이 인기비결로 꼽힌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